10년 전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주말을 앞두고 편한 마음에
혼자 술 한잔 하며 TV토크쇼를 보고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세요?
10년 전이요.
그럼 10년 전의 본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해주시겠어요?
힘들겠지만 잘 견뎌낼 거라고, 잘 지나갈 거라고...
출연자는 담담하게 말을 이어갔다.
'10년 전의 나에게는 뭐라 해줘야 하지?'
10년 전이면,
5년 동안 잡지 못했던 출혈을 결국 개복수술을 하고서야 잡았을 때네...
그리 어려운 수술을 끝낸 나에게 10년 뒤를 얘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고작...
넌 10년 뒤 어느 날 갑자기 쓰러질 거야, 그리고 새로운 병명을 얻게 될 거야...
농담처럼 혼자 중얼거리는데 갑자기 울컥하고 눈물이 쏟아져 버렸다.
10년 전의 나를 마주하게 된다면...
꼭 껴안아 주고 싶어졌다. 괜찮아질 거란 말도, 힘내란말도 못 하겠지만 껴안은 채로 등을 토닥여주며 말해줄 거다.
울어.
소리 내서, 실컷 울어...
돌이켜보면 내 인생은 10년 이상을 날 내버려 두지 않았다.
평범한 일상이 지속될 때면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 또는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있어왔고
10년을 넘기지 못해 꼭 무언가가 나를 덮쳐왔다.
이번에도 10년을 넘기지 못했었다.
답을 알 수 없는 출혈로 몸과 마음이 다 무너질 때 즈음에서야 개복수술을 하고 출혈을 잡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보통의 삶을 딱 10년 허락하고는
새로운 병명을 던져주고야 말았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이유도 모른 체 쓰러져 중환자실에서야 의식을 차린 지가 딱, 1년이 지났다.
짧았을 수도, 길었을지도 모를 시간 동안
난 카페를 정리했고
소소한 직장을 찾아 다시 직장인이 되었고
순간순간의 내 컨디션과 증상들에 쓰러지진 않을까 조바심이 나는 일상을 보내고 있다.
1년의 시간이 더해지고 더해져
다시금 긴 세월 무탈함을 이야기할 수 있기를 욕심부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