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대학시절에 썼던 일기장을 펴 들었다. 무슨 할 말이 그리도 많았는지. 짝사랑했던 이야기부터, 시시콜콜한 일상, 국가고시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이야기 등등 꾹꾹 눌러쓴 글에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있었다.
생각해 보면 행복하고 즐거웠던 순간은 사진으로 남겼던 기억이 많고, 힘들고 괴로웠던 순간은 글로써 풀어내려 했던 기억이 많다. 일기를 쓴다는 건 활자에 나를 눌러 담으며 펜촉에 감정을 흘려보내는 과정이 아닌가.
내 일기장에는 눈물 자국과 비속어들이 많다. 뭐 어때 어차피 나만 보려고 쓰는 건데. 일기장은 정제되어있지 않은 날 것의 감정이 있다. 나는 그것들을 사랑한다.
한 번 적고 나면 이상하게 마음이 차분해진다. 그러고 나서 다시 감정을 마주하면 미쳐 날뛰던 것이 잠잠해진 것을 느낄 수 있다. 한차례 과정을 겪고 나서야 나 이런이런 일이 있었어라며 인스타 스토리로 올리고는 했다.
흔히들 사적인 이야기들은 개인 일기장에나 쓰라고 하지만, 정말 정말 사적인 이야기들은 공감을 바라지 않는다. 그냥 내가 원하는 건 그런 일을 겪은 나를 알아주는 것. 때로는 그저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을 때가 있다.
그러니까 너무 야박하게 그러지는 말자.
우리 그 정도 마음의 여유는 잃지 말자.
오늘은 영화 소울을 봤다. 인생은 살아가는 것 그 자체로도 의미 있는 일이니 굳이 목표나 의미를 찾으려고 애쓰지 말자. 그저 즐겁게 견뎌내는 것. (생략) 카페에서 대화를 했는데 대화주제가 많이 변했다. 옛날에는 가십거리나 공부하기 싫다 이런 거였는데 주택청약이니 결혼이니 얘기를 하고 있으니 나중에는 아이 분유 뭐 먹이녜 이런 얘기하는 거 아니냐며. 변하기 싫다. 하지만 그 변화를 인정해야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거겠지. -21.02.06
모든 일의 시작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그냥 상황이 그런 건데 짜증이 이유를 나한테 찾았던 것 같다. 화를 다스리는 멋진 어른이 되어야지. - 21.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