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일 차의 느낀 점
여행을 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귀찮음 때문일 것이다. 일단 웨이팅이 있는 곳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새로운 맛보다는 이미 검증된 맛만 찾아다니며 똑같은 음식만 계속 먹는다.
그런 나에게 여행은 굳이다.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굳이 몇 시간을 달려, 굳이 짐을 싸고 걷는지. 주기적으로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을 보며 참 대단하다 생각을 했다.
혼자 여행을 가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제일 걱정했던 것은 외로움이었다. 실시간의 상황을 공감해 줄 사람이 없고, 아무리 말로 표현을 해도 직접 보는 것만 못 하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나에게 집중하는 여행을 컨셉으로 잡기로 했다. 굳이 오션뷰로 숙소 예약을 하고, 굳이 독립서점에서 나를 위한 책을 구매하였으며, 굳이 숙소에 들어가는 길에 와인을 한 병 샀다. 그리고 나를 위해 구매한 책을 읽었다.
이렇게 마음이 평안하고 여유로울 수가 없다. 진작에 나를 이렇게 보살폈어야 했는데. 여행을 와보니 새삼 나를 챙기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평일에 온 광안리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은은하게 들리는 파도소리와 폭죽소리, 밤의 서늘한 공기.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서 비로소 자유를 느끼는 나.
아 이런 게 여행이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구나. 앞으로는 굳이 day를 정해 고생한 나에게 보상을 주어야겠다. 결국 괴로움도, 외로움도, 즐거움도 같이 이겨내는 건 나 자신뿐이니까. 여행은 그저 돈낭비라고만 생각했었는데 그들은 돈보다 더한 가치를, 값진 경험을 얻고 있었구나. 어리석은 건 나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