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브런치북 발행 후기
서른 즈음에는, 세상에 살아온 흔적 하나쯤은 남기고 싶었습니다. 가장 사랑했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죽음을 가까이서 겪으며, 제 마음에는 늘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언젠가 나라는 존재가 완전히 사라졌을 때, '내가 쓴 책 한 권이라도 세상에 남아있다면 조금은 위로받지 않을까'하는 치기 어린 생각도 했습니다.
이별은 글쓰기의 시작이었습니다. 가장 최근의 연애에서, 결혼까지 꿈꿨던 사람과 헤어졌을 때, 저는 늘 두려워하던 죽음과도 같은 공포와 아픔을 마주했습니다. 제 안의 오랜 상처가 결국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남기고, 저 또한 상처를 받으며 관계는 끝이 났습니다. 그 깊은 어둠 속에서, 저는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제 첫 브런치북의 글들은 저의 가장 솔직한 고백들로 가득합니다. 때로는 너무 솔직해서, 가까운 부모님께조차 글을 쓴다는 사실을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 만약 운이 좋게 이 글들이 책으로 엮여 나온다면, 그때는 보여드릴 수 있을까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이 글들은 제가 학창 시절 받았던 수많은 상처에 대한 기록입니다. 그때로 돌아간다면 "하지 마. 기분 나빠."라고 소리치며 한 번이라도 대판 싸웠을 테지만, 그러지 못했던 어린 날의 저에게 보내는 뒤늦은 응원입니다. 어쩌면 저를 괴롭혔던 이들에게, 소심한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적극적인 복수이기도 합니다.
상처는 받은 것으로만 끝나지 않았습니다. 밖에서 짓밟힌 자존감은, 가장 안전한 공간인 집 안에서 비뚤어진 방식으로 터져 나오곤 했습니다.
돌아보면, 저의 미성숙함은 언제나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향했습니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할수록 제 안의 그림자는 더 짙어져, 어머니에게 반찬 투정을 하는 아들로, 아버지의 부탁을 귀찮아하는 아들로, 동생에게 이유 없이 짜증 내는 형으로, 그리고 사랑하는 연인의 생일에 기어이 눈물을 보게 만드는 못난 남자로 저를 이끌었습니다.
미숙한 저로 인해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이 글들을 통해 저의 가장 깊은 사과를 전합니다.
『상처가 별이 되어』라는 책을 본 적이 있습니다. 제 상처도 별이 될 수 있을까요.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는 내내, 저는 제 상처 덕분에 삶을 더 깊이 살게 되었고, 그 모든 상처가 지금의 저를 만드는 데 필요했음을 더욱 믿게 되었습니다.
인문학을 좋아해 사회 교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교과서 속 인문학적 주제에 대해서도 글을 쓰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전에, 저의 이 서툰 고백들이 당신의 마음에 가 닿아, 당신의 상처를 조용히 떠올리게 하고, 그 조각을 다시 붙잡을 수 있는 작은 용기가 되어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제 글을 읽어주시고, 라이킷을 눌러주시고, 댓글을 남겨주신 분들이 큰 힘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저의 길고 어두운 터널을 함께 걸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