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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Jul 22. 2023

빈지노 - NOWITZKI 앨범 리뷰

우리나라 힙합 역사에 굵직한 선을 긋고 마무리된 일리네어 레코즈의 멤버였던 빈지노는 명실상부한 국힙의 자랑거리 중 하나이다. 그런 빈지노의 EP <24:26>과 정규 1집 <12>는 말할 필요도 없는 명반들이다. 래퍼들의 수많은 샤라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의 국힙에서의 위치는 상당하다. 국힙원탑이 누구냐는  VS 놀이에 언제나 언급되는 사람인만큼 그가 발매를 예고한 <NOWIZKI>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힙합을 잘 모르는 사람도 빈지노는 알 정도이니 말 다했다. 소포모어 징크스가 오고도 남을 법한 그의 두 번째 정규 앨범에 대해서 지금부터 파헤쳐 보자.


일단 총체적인 이야기를 해보자면, 말 그대로 해보고 싶은 음악을 다했다는 느낌을 준다. 힙합이라는 거대한 범주 아래에서 얼터너티브, 앱스트랙트, 재즈 등 본인이 사랑하는 장르를 모두 했다. 그러면서도 앨범 전체의 무드는 빈지노스럽게 가져간다. 그의 예술에 대한 순수한 열망이 제대로 느껴졌다. 


<Monet>와 같은 얼터너티브, 익스페리멘탈 힙합과 <침대에서/막걸리> 같은 재즈 힙합이 이렇게 좋은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앨범 안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이 앨범의 장점이 아닐까 한다. 두 가지 장르는 정반대 편에서 서로 다른 시대를 대표하는 듯한 느낌으로 대립하고 있는데, 이것을 빈지노의 랩으로 엮어냈다. <여행 Agian>을 들어보면 느낄 수 있듯이, 빈지노의 Chill 한 바이브와 빡센 랩을 동시에 한 음악에 녹여내는 조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났다. 사실 필자는 이번 앨범이 재즈 힙합 앨범으로 뻔하지만 좋게 가던가, 익스페리멘탈, 앱스트랙트 힙합을 적극 채용해서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실험적 앨범을 하거나  중 한 가지를 택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필자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그 두 가지 모두를 맛있게 섞고, 그곳에 한층 더욱 발전한 랩까지 얹혀서 나온 양질의 음식이었다. '역시 빈지노다'라는 탄식이 절로 새어 나왔다. 주객전도가 일어나지 않는 선에서의 적절한 피처링 활용이 곡과 빈지노를 더욱 빛나게 하고, 적재적소에 배치된 인터루드가 앨범을 환기하면서도 무드를 계속 가져가는 특이한 경험을 시켜주어 감탄스러웠다.


개인적인 경험들을 녹여낸 가사들은 다소 난해한 면이 있으나, 사운드적 질감적 측면으로 보았을 때, 랩까지 하나의 악기처럼 비트를 구성하는 느낌이 들어 이해할 수 있었다. 이는 랩을 위해 억지로 문법이나 문맥을 파괴했다기보다, 그 모든 것이 빈지노의 설계라는 의미이다. 또한 가사 자체도 대중적 공감보단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냄으로써 평단보다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음악을 했다는 인식을 더욱 강화시켜주어 아티스트적 멋을 더한다. 


랩과 가사야 빈지노가 원래 잘하던 부분이었으니 사실은 충분히 납득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앨범에서 가장 놀라웠던 건 비트 초이스였다. 물론 이전의 빈지노가 만든 명반들이 비트 초이스가 구렸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테마를 따라 그 강줄기를 따르는 구성을 띄고 있었다. 그러나 <NOWIZKI>는 위에서 말했던 재즈 트랙과 완전히 대립하는 익스페리멘탈 힙합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모든 비트가 어마어마하게 좋은 것을 뒤로하고서라도 완전히 다른 두 장르를 하나의 앨범으로 묶어내는 것이 대단하다. 물론 비트 각각으로도 굉장히 좋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재즈 트랙은 <990>, <Trippy>가 있다. 묵직하고 그루비한 재즈 비트는 국힙을 통틀어서도 단연 최고 수준이다. <침대에서/막걸리>에서 이미 <24:26>를 넘은 것 같다고 느꼈던 재즈 비트의 완성도는 역대 최고이다. 믹싱/마스터링도 입댈 것이 전혀 없고, 그 위에 얹어진 랩도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원래도 목소리보단 음악적 질감에 집중하는 필자에겐 가장 곤혹스러운 앨범이다. 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약간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루즈해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좋은 비트도 점점 chill 한 분위기로 가며 랩도 단전에 힘을 주고 하던 초반부와 달리 쉬엄쉬엄 한다. 더블 타이틀 곡인 <Radio>를 제외하고는 <Crime>을 기점으로 앨범이 점점 순해진다. 이런 느슨해진 분위기로 앨범을 마무리하는 것은 좋으나, 느슨한 분위기가 너무 길게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음악들이 충분히 좋은 것은 부정할 수 없다. 트랙의 질이 떨어진다던가 엉성하다는 의미의 루즈가 아니라, 느슨하고 풀어진 듯한 의미의 루즈하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앨범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럽고 좋다. 압도되는 비트 초이스와 적절하게 올려진 랩의 조화가 완벽하다. 상술하였듯, 장르와 가사의 전략적 협력도 아주 효과적이었고 듣는 내내 재미 있었다. 이런 수준의 앨범은 흔히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주 인상적이다. 약간의 루즈함 또한 앨범을 마무리 하는 느낌으로 점점 늘어져 싫지만은 않았다.


<<빈지노 - NOWITZKI>> 8/10점

"역시 빈지노"


1. Stinky Kiss (Intro)

2. Monet [추천!]

3. 침대에서/막걸리 [추천!]

4. 여행 Again [추천!]

5. Dope As

6. Coca Cola Red [추천!]

7. 990 [추천!]

8. Lemon

9. 바보같이 [추천!]

10. Trippy [추천!]

11. Crime

12. Camp

13. Sanso

14. Change

15. 단 하루

16. Sandman

17. Radio [추천!]

18. Gy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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