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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ug 20. 2023

조유리의 장점을 비로소 드러내다.

조유리 - LOVE ALL 앨범 리뷰


조유리의 앨범은 쭉 아쉬웠다. 애매함의 끝을 달렸다고나 할까. 그럭저럭 괜찮은 타이틀곡과, 그저 그런 수록곡들의 모임이었다. 마냥 별로라고 지적질 하기엔 그 정도는 아니고... 그렇다고 어딘가 칭찬할 점이 있지도 않았다. 이 앨범은 뭘까...?라는 고민이 계속 드는 그런 앨범들이었다. 나쁘고 못 들어줄 것 같냐면 그건 아닌데, 추천할 이유도 없는. 더군다나 조유리에게 맞지 않는 옷을 계속 주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산뜻하고 밝은 음악과 조유리의 중저음의 허스키 보이스는 계속 핀트가 안 맞았다. 아이즈원의 조유리라는 뒷배경을 두고도 계속 떨어져가는 시원찮은 음반 판매량은 그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이번 앨범은 어떠해야 할까? 가장 먼저 곡이 좋아야 할 것이다. 이건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또한 조유리의 독특한 음색과 잘 어울려야 한다. 둘 다 당연한 소리이다. 마케팅, 안무, 무대 구성 등은 차후에 생각해야 할 문제다. 물론 아이돌은 듣는 음악보단 보는 음악의 비중이 크다고는 하나, 당연히 귀로 듣는 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런 개인적인 소신에서 보자면 이번 조유리 앨범은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앨범이 전반적으로 조유리의 허스키하고 매력적인 목소리에 맞는 그루비 함으로 무장했다. 이전까지 유지했던 요정 같은 느낌보단 잘 어울리는 곡을 받았다는 인상을 준다. 타이틀곡 <TAXI>는 펑키 한 피아노 리프로 곡의 흥겨움을 띄우고 브릿지와 훅에서 흥겨운 신디사이저로 리듬감을 중시한다. 댄스 팝이라는 무난하고도 평범한 장르이기에 눈에 띄는 점은 없으나, 반대로 딱히 부족하지도 않다. 타이틀곡은 의외로 펑키 한 구성이라는 것을 빼면 사실 예상 범위 내였다. 다만 수록곡에서 발전이 많이 느껴졌다. 그러나 <Lemon Black Tea>, <Bitter Taste>, <Hang on>에서 이전의 미니, 싱글 앨범들과의 다른 점을 알 수 있다. 그루비 하고 트랜디한 사운드에 조유리 특유의 목소리가 잘 녹아든 고품질 수록곡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앨범의 방향성을 리드미컬 함으로 잡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Lemon Black Tea>의 리드미컬한 기타와 그루비한 베이스에 얹어진 허스키 보이스가 가사, 제목과 잘 합쳐져 차분하면서도 흥겨운 오묘한 맛을 만들어 낸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말 그대로 새콤하면서도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레몬 블랙 티의 맛을 귀로 전달하고 있다. 뒤이어 나오는 <Bitter Taste>는 다운 템포로 배치된 묵직한 킥과 일렉트로 베이스는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브릿지에 들어간 재즈 사운드 또한 곡의 환기에 아주 재미있는 감초 역할로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독특한 무드의 사운드를 해치지 않고 오히려 도움을 주는 조유리의 허스키 보이스는 드디어 제자리를 찾아간 듯하다. 요정 같은 외모와는 무관하게 아티스트로서의 음악적 제자리를 찾은 듯하다. <Hang on>은 기존에 해왔던 아이돌 타입 R&B가 아니라 정석적인 R&B를 들려준다. 재지한 빈티지 기타 라인을 받쳐주는 의외의 트랩 비트가 꽤 힙합스럽다. R&B 한 곡쯤은 하겠지 하고 대충 들으려고 했다가, 자세를 다시 잡게 만든 곡이다. 보컬 또한 빠지지 않고 곡의 완성도를 돕는다. <멍>은 사실 충분히 예상한 곡이었다. 아주 예상 범위 내의 곡이었다. 다만 의외였던 점은 <멍>과 같은 곡으로 점철되어 있을 줄 알았던 이번 앨범이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앨범이 유도하는 감성을 느끼며 들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잘 만들어졌다. 웨이크원 엔터테인먼트의 노력이 아주 잘 보인다. 괜찮은 타이틀곡과 힘을 준 것이 느껴지는 수록곡 3대장, 팬들을 위한 발라드까지 아주 만족스러운 미니 앨범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루비 함과 리드미컬 함으로 앨범의 무드를 잡고 들어가는 것도 앨범의 완성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아이돌 앨범에 오히려 과도한 서사나 사운드적 유기성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이지 리스닝 앨범에서도 충분히 통일감과 유기성을 주면서도 가수의 매력을 잘 보여줄 수 있다. 그러한 점에서 조유리의 <LOVE ALL>은 아주 잘 짜인 앨범이다. 비록 <TAXI>가 약간은 진부한 느낌이 있었으나 크게 감점이 될 요소는 아니었다. 잘 짜인 앨범의 방향성과 아티스트의 장점을 잘 살리는 곡이라는 두 손이 부딪쳐 박수 소리를 낸 앨범이다. 또한 한 가지 가산점이 붙는 요소는 아이돌 앨범에서 보기 드문 개성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미니 앨범에서 다양한 매력을 보여준다는 핑계로 아무 느낌 없고 번잡하기만 하게 온갖 장르를 늘어놓고는 다양성이라고 우기곤 한다. 그러나 이렇게 통일감을 주는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아이돌 음악에선 보기 드문 시도이며, 그 완성도도 충분했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줄 수밖에 없게 한다.


<<조유리 - LOVE ALL>> 7/10점

"잘 짜인 방향성, 찰떡궁합인 음악성. 두 손이 부딪쳐 손뼉을 쳤다."


1. TAXI

2. Lemon Black Tea [추천!]

3. Bitter Taste [추천!]

4. Hang on [추천!]

5.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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