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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Aug 30. 2023

완성도가 전부가 아니다?

더보이즈 - CHASE 앨범 리뷰

꽤 시간이 지난 앨범이 오히려 귀를 사로잡을 때가 있다. 이 앨범 같은 경우는 최근 앨범을 듣고 나서 오히려 다시 찾아 듣게 된 케이스이다. 최근 남자 아이돌 시장은 여자와는 다른 방향성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자 아이돌이 광범위한 팬층과 대중성을 목표로 곡을 내고, 퍼포먼스를 구성하는 반면 방탄소년단과 세븐틴 정도를 제외하면 남자 아이돌은 그 반대에 가깝다. 팬층을 확보하고, 그 팬층을 더욱 심도 있게 자극하고 나아가 깊고 충성스러운 팬덤을 유치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듯하다. 물론 어떤 아티스트든 충직한 팬덤을 거절할 수가 있으랴. 하지만 지향점의 차이를 언급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 시장 분위기에서 남자 아이돌의 음악은 더욱 컬트적인 매력을 드러내고, 음악성과 대중성을 떠나 독자적인 영역이 되어버렸다. 판매량은 잘 나오지만 정작 차트에선 찾아보기 힘든 게 그 이유다.


그런 시장 상황에서 더보이즈라는 그룹은 나름대로의 입지가 있다. 꽤 연차가 찼고, 음악성은 점점 괜찮아지면서, 너무 과격하거나 전위적인 음악을 대뜸 대중에게 건네지 않는다. 전위적인 음악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해가 되는 음악을 해야 하는 것이 대중음악 가수로서의 입장이 아닐까 싶다. 그런 더보이즈의 음악 중에서도 <CHASE>는 꽤 괜찮다. 묵직한 베이스 라인을 기반으로 한 무게감 있는 사운드가 앨범 전반을 관통하고 있고, 이는 앨범에 나름의 유기성을 입증한다. 수록된 곡이 모두 한 앨범인 것처럼 작용하는 것부터 아이돌 앨범에선 보기 드문 통일감을 준다. 가사나 탑 멜로디도 차분하고 정석적이다. 대중적이면서도 현재 남돌의 트렌드인 특이한 취향의 기묘한 사운드는 없다. 어떤 키치 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렇게 멀쩡히 완성된 무난한 앨범이 은근히 찾기 드물기 때문에 가치를 부여할 수 있겠다.


다만 그렇기 때문에 드러나는 단점도 있다. 위 문단에서 언급했듯이 부족한 키치 함에 '이게 더보이즈다!' 하는 요소가 부족하다. 모든 곡이 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테이스트다. 비교를 하고 싶다기보단 NCT 127, 스트레이키즈와 같은 그룹의 음악은 음악성을 저해하거나, 너무 과하다 싶을 정도로 고유한 키치 함을 부여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발걸음에서 한 걸음 물러난 <CHASE>는 모든 곡이 들을만하고 무난하게 좋은 앨범으로써의 완성도는 확보했을지언정 확실한 무언가가 없다. 탄탄하고 완성도 있는 앨범임을 부정할 수는 없으나, 또 먹고 싶게 만드는 감칠맛이 부족하다. 퀄리티로써 지적할 부분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나, 아이돌 특유의 과한 무언가가 없다. 안정적이고 늘 상대에게 밀리지 않는 선수지만 결정적인 슈퍼 플레이가 없는 운동선수를 보는 듯한 인상이다. 이는 <CHASE> 이후에 나온 앨범들을 모두 둘러보아도 그렇다. 지금 와서 모든 방향성과 프로듀싱을 갈아엎고 과격하고 전위적인 음악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이러한 방향성을 유지하면서도 '이게 더보이즈지!'라고 외칠 수 있는 요소가 한두 가지는 생겨야 한다는 뜻이다.


<CHASE>는 그런 관점에서 묵직한 사운드로 곡을 모두 엮어 나름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것일까 추측해 보았으나, 모든 곡이 켄지를 비롯한 작곡 진의 이전 곡들이 뇌리를 스친다. 특히 SM에서 켄지가 작업해온 수많은 곡들이 <CHASE>의 곡들을 순수하게 들을 수 없게 방해한다. 그러나 각 곡의 완성도와 무난함은 부정할 수없이 존재하고 있고, 저평가 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에 발매된 앨범이 아닌 굳이 <CHASE>를 리뷰하는 이유는, 이후에 나온 곡들에서도 딱히 특별하고 '더보이즈스러운' 시도를 찾지 못했고, 그렇다 보니 다시 돌아와 이 앨범을 한 번 더 듣게 만들었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으론 아마 더보이즈가 활동을 이어가며 계속 새로운 음반을 발매하더라도 <CHASE>와의 확실한 비교 우위가 있어야 평론의 여지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의견이다.


<<더보이즈 - CHASE>> 6/10점

"MSG 넣는 것을 깜빡한 국물 요리의 말로"


1. Shine Shine

2. The Stealer [추천!]

3. Insanity

4. Whiplash

5. Make or Break [추천!]

6. CHECKMATE (Stage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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