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페넬로페 Sep 07. 2023

K-발라드가 걸어야 할 길

웬디 - Like Water 앨범 리뷰

발라드라는 장르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굉장히 정형화된 장르이다. 대중음악에서 주류를 차지하는 장르 중 하나임에도, 그 변화가 굉장히 적고, 흔히들 말하는 양산형 발라드가 줄지어 시장에 나오고 있다. 그런 쏟아져 나오는 발라드의 음악성이 좋고 나쁘고를 논하기 이전에 대중성이 높다는 점만은 부정할 수 없다. 힙합이나 케이팝에 비해, 팬층을 기반으로 승부를 보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기를 쓰고 대중성을 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Like Water>는 특이하다. 역설적이게도, 아이돌의 앨범이기 때문에 대중성의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두꺼운 팬층이 매출을 지지해 주는 든든한 바닥이 되어주고, 발라드라는 테두리 안에서 많은 시도와 매력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웬디]의 <Like Water>는 발라드 앨범임에도 뻔하지 않다. 물론 발라드라는 장르가 원래 이렇게 뻔한 장르는 아니었지만, 상술했던 문제 때문에 너무나도 틀에 박히고 서로 분간하기도 힘들 정도로 비슷한 장르가 되었다. 그러나 <Like Water>는 음악적 구조, 사용된 악기 더불어 마케팅까지 예상 가능한 발라드 앨범과는 구조적으로 차별화되어 있다. 감정적으로 슬픔을 강요하는 수준에 가까운 일반적인 발라드에 비해 가사도 한층 다채롭다. 삶에 대한 공감과 위로, 소중한 사람을 '물'(필수불가결한 것)에 비유, 초행길에서 살아나는 과거의 추억 등 주제도 다르고, 표현법도 다르다. 이런 다른 작법은 음악성에서도 이어진다. 블루스 리듬, 그루비한 재즈 라인, 어쿠스틱 기타가 곁들여진 발라드 등 장르적으로도 차별화되어 있다. 그렇기에 정통 발라드적인 면모가 강하게 곁들여져 있음에도, 감정의 과잉과 뻔한 진행에서 자유롭다.


획일성에서 벗어난 것만이 이 앨범에 모든 가치는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웬디를 여과 없이 보여주며, 전반적으로 미니멀한 음악 구성에서 메인 보컬로서의 실력이 눈에 띈다. 또한 디지털 파일을 넘어서 느껴지는 솔직함과 자신감이 귀를 뚫고 느껴진다. 요즘은 워낙 아이돌의 평균적인 파라미터가 올라갔기 때문에 메인보컬을 맡고 있는 웬디가 노래를 잘할 것임은 의심하지 않았으나, 이렇게 작정하고 만들어진 앨범에선 그 자리에 아깝지 않은 실력을 보여준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탄탄한 기본기를 기반으로 음역을 마구 넘나드는 곡들을 탁월하게 소화해낸다. 가히 3세대 아이돌 최강 보컬이라는 수식이 아깝지가 않다. 또한 다른 발라드 기반의 곡들에서는 듣기 힘든 리듬감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기반을 발라드에 두고 있을 뿐 다양한 요소들을 결합한 곡들에서 보기 드문 리듬감을 보여준다. 비단 아이돌의 범주 내에서가 아닌, 가수를 통틀어도 이렇게 정확한 리듬감과 곡의 이해도를 갖추고 곡을 소화하는 가수는 흔치 않다. K-발라드 특유의 격앙된 감정과 그것을 강요하는 태도를 배제하고 만들어진 것도 가산점을 줄 요소 중 하나이다. 과한 감정적 발산과 그에 따라 획일화되는 주제와 음악성이 늘 K-발라드의 약점 중 하나이다. 그러나 <Like Water>는 몰입을 가능 캐 하는 일상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시적 문장을 담은 가사와, 다양하고 따뜻하게 감싸는 보컬과 각 곡에 개성을 부여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이 웬디만의 따뜻한 감성이 듬뿍 담긴 <Like Water>는 앞으로의 K-발라드가 걸어야 할 길이 아닐까 한다. 비록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부분이 있는 것은 맞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발라드는 너무나도 획일화되어 있다. 같은 주제, 같은 작법에서 벗어나 또다시 한국 발라드의 변혁이 왔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들이 매일 같이 쏟아져 나옴에도, 다 같은 노래를 부르고 있으니 너무나도 많은 가수들이 대중가요의 흐름에 휩쓸려 사라져 나간다. 그 사이에서 소소하지만 깊고, 따뜻하면서 섬세하게 다가오는 이 앨범은 듣기에 부담스럽지 않게 플레이리스트를 파고들 것이다.


<<웬디 - Like Water>> 8/10점

"혼탁해진 발라드에 뿌려진 너무나도 맑은 물."


[전곡추천!]

1. When This Rain Stops

2. Like Water

3. What Can't You Love Me

4. 초행길

5. Best Friend

작가의 이전글 완성도가 전부가 아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