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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Sep 16. 2023

힙합의 용광로가 제련해낸 장르

퓨처리스틱 스웨버, BENXNI - ゾンーナ・ガンージ

한국 래퍼 중 허슬러(Hustler)라고 부를만한 사람은 누가 있을까? 사람마다 의견은 분분하겠지만, 적어도 [퓨처리스틱 스웨버]가 허슬러라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그는 [퓨처리스틱 스웨버]라는 래퍼로써, [랩탑보이보이]라는 비트메이커로써 무수히 많은 활동을 벌여왔다. 정규만 6개(합작도 포함하자면 9개), 9개의 EP, 수많은 싱글, 피처링, 콜라보 등 그가 허슬러가 아니면 대체 누가 허슬러일까.


그런 그의 장르는 고유의 영역이 있다. 이전에는 트랩 색체가 가득한 음악을 했으나, 최근에 들어선 퓨처리스틱한 장르라고 정의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하이퍼 팝, 디지코어, 이모, 트랩, 글리치까지 온갖 장르의 온갖 특징이 기묘하게 뒤섞여 조화를 이루는 그만의 장르가 되었다. 거기다가 퓨처리스틱 스웨버 본인이 오타쿠를 자칭하는 만큼 카와이 베이스적 색체까지 최근 들어선 띄고 있다. 마이너하지만 트랜디한 장르 전반을 모두 합치고, 거기에 탁월한 트랩 기반 랩을 국적을 넘어 전달하는 만큼, 고유한 영역이라고 여겨도 전혀 문제 없을 듯 하다. 퓨처리스틱 스웨버와 같은 장르를 하는 아티스트들은 여럿 있지만, 그 요소를 모두 한 음악에 합쳐 전달하는 경험은 쉽게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젠 그저 트래퍼라는 단어 하나에 그를 가두긴 어렵다.


https://m.blog.naver.com/axax_xxyyxxx/223077643621


이런 힙합의 용광로 같은 사람을 한마디로 요약하는 것은 어렵다. 이전에 냈던 작업물 중에 좋은 평가를 받고, 대표곡으로 꼽아지는 것들이 몇가지 있지만 그마저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스타일로 바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필자는 이 싱글을 말미암아 국적과 장르를 가리지 않는 참신함 그 자체에 집중하고 싶다. 최근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트랙이자, 그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싱글이 발매되어 소개하기 적격이다. <ゾンーナ・ガンージ>는 한국어 '존나 간지'를 가타카나로 작성한 것으로,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일본 아티스트와의 작업이다. 스웨버는 한국 아티스트 중에 아마 모든 장르를 통틀어서 해외 아티스트와 가장 활발하게 협업하는 아티스트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한영 혼용이 너무 과하지 않냐는 한국 힙합 씬의 논란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영일 모두 혼용해 관련 언어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않다면 알아듣기 조차 힘든 가사들로 마구 배치되어있다. 그러면서도 트랩의 뿌리를 둔 랩은 뜻보다는 청각적 질감을 극대화 하는데 그 목적과 장점이 있다. 이런 혼합된 랩과 마찬가지로 비트 또한 그러하다. '이걸 무슨 장르라고 해야할까... 힙합 비트이긴 한가?'라는 질문이 뇌를 지배한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점은 흥겹다. 흔히 말하는 '뇌빼기 트랩'을 넘어서서 디지코어, 글리치코어 등 일렉트로닉 장르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한마디로 다양한 전자 음악 장르의 장점의 좋은 타협점을 찾아 재밌게 엮어냈다.


비록 이 글에선 <ゾンーナ・ガンージ>을 소개하고 있지만, 퓨처리스틱 스웨버라는 래퍼가 더 알려져야 한다는 취지 또한 포함하고 있다. 그의 손에서, 그리고 입에서만 들을 수 있는 장르를 한번 맛 보길 바란다. 한국 힙합에 존재하는 수많은 갈래 중 유의미하고 차별화되는 하나의 갈래임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퓨처리스틱 스웨버, BENXNI>>  ゾンーナ・ガンージ 6.5/10점

"어디선가 들어본, 여기서 밖에 들을 수 없는 재밌는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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