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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Sep 22. 2023

다음 국힙 원탑은 누구일까?

평론 분리수거 EP.1

새로운 카테고리 만들었다. 이곳은 정기적이려고 노력하는 비정기적 평론이 되지 못한 안타까운 글들과, 뭔가 떠올랐으나 글로 완성시키기는 아쉬운 찌끄래기들과, 상상력과 창의력의 몽정이랄까... 더욱 다양하지만 정갈하지 않고, 더욱 편하지만 두서없는 글들이 올라오지 않을까 한다. 말투부터 느껴지겠지만 훨씬 덜 가다듬어진 글이기 때문에 가끔 헛소리나 실 없는 개그가 올라올 수도 있지만, 그것마저 이 카테고리를 구성하는 일부이니 그러려니 해줬으면 한다.


이러한 카테고리의 첫 번째 글은 국힙 원탑에 관한 이야기다. 힙합을 좋아하고, 어느 쪽이든 힙합 커뮤니티를 보거나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생각해 본 주제일 거다. 다만 나는 차세대가 궁금하다. 지금 세대는 개인적으로 투 탑 체제라고 본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겠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빈센스(빈지노, 이센스)가 아닐까? 굳이 따지자면 나는 이센스를 앞에 두고 싶지만. 이외에 이 둘 사이에 끼거나, 위에 올라설 수 있는 래퍼가 있냐고 생각하면 정말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힙합과 래퍼라는 기준 자체가 한국에선 좀 애매한 편이지만, Real Hip Hop인 아티스트 중에 실력, 커리어, 간지 등 모든 것을 따져봤을 때 빈센스 투탑 체제가 아닐까 싶다. 다만 그게 언제까지 갈까?


원래 어떤 분야의 탑은 늘 바뀌기 마련이다. '아냐! 모든 분야의 OG는 똥을 싸지 않는 다음에야 계속 OG야!'라는 말도 맞긴 하다. 힙합도 여전히 투팍, 비기를 비롯한 스눕독이라던가 아이스큐브라던가... OG들이 있다. 그들을 무시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 현행 원탑 또한 의미가 있고 가치가 있다. OG는 OG로써 존중하지만 지금의 폼도 인정을 해야 한다. 오로지 근본주의만 따지려고 들면 모차르트, 베토벤 등도 OG가 아닐까...


아무튼 현행 폼과 보여준 커리어를 보았을 때 Next One은 누구일까?라고 생각해 보면 나는 주저 없이 키드 밀리라고 할 것이다. '엥? 키드 밀리 16이 정점이고 그 이후로 걍 ㅂㅅ 아님?'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키드 밀리도 곡에서 가끔 언급하는 '그 시절의 키드 밀리' 폼은 무섭긴 하다. 그때 당시엔 키드 밀리 없이는 곡을 못 내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모든 힙합의 피처링에는 키드 밀리가 있었다. 그 이후로 침체기가 있었던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썩 괜찮지만 뭔가 계속 아쉬웠던 EP들, 흔히 씨잼 병이라고 비난하는 <BEIGE 0.5>, 발매한지도 잘 모르는 <L I F E> 등 점점 잊히기는 했다. 다만 <L I F E>를 기점으로 키드 밀리는 바뀌지 않았나 싶다. 감정적으로 쌓여있던 것들을 모두 쏟아내고, 일종의 해탈 상태로 가지 않았나 싶다. 그 이후로 발매한 <Cliché>에선 다시 폼이 날아오른다.


킫밀이 자기 입으로 말하고 다니는 빡 연예인이 되겠다(과연 연예인으로서 포텐이 있는지는 모르겠다마는)는 결심답게,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과 사람들이 원하는 음악을 병행하고 둘 다 보여주면서 폼은 날이 갈수록 오르고 있다. <Cliché>에서 보여주었던, '너네들이 원하는 음악 해줄게!'라는 선언과 그 이후 보여준 <BENZO>, <BEIGE>의 폼은 그야말로 절정이다. 개인적으론 <BEIGE>에서 <HONDA!>와 <Let Me Down!>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건 뭐 랩 퍼포먼스는 물론이요 이 새끼는 음악을 잘하는 게 아닐까 싶다. 비트가 정말 ㅈ된다. 힙합을 초월한 무언가를 힙합으로 끌어와 외힙에도 견줄 랩은 청감적 쾌감을 극대화한다. 그 때문에 그냥 스캇이나 카티를 베낀 게 아니냐고는 하지만, 나는 키드 밀리만의 무언가가 있고 현행 폼은 정말 남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연예인이 되고 싶다니, 이중적이지만 재밌는 행보다. 이제 정말 인간적으로 다 내려놓은 것 같다. 겉멋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자신에게 요구되고는 음악을 하면서도 이런 개시리는 폼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뭔가 눈을 뜬 것 같달까.


사실 빈센스의 앨범이 그렇게 놀랍지는 않았다. 정말 잘하고, 정말 대단한 아티스트인 것은 맞지만 예측 범위 내였달까. '그래, 이 둘이 잘하는 게 뭐 놀라울 일인가.'라는 느낌이었다. 다만 키드 밀리는 예상을 뛰어넘고, 장르를 뛰어넘어 감탄을 가져오게 했다. 물론 내가 급진적으로 하이퍼 한 음악에 조금 더 점수를 줘서 그럴 수도 있다.


다른 후보는 딱히 없다. 예전엔 이런저런 사람이 떠올랐다. 개인적으론 [XXX]의 엄청난 팬이었고, AP Alchemy에 소속된 젊은 아티스트들에도 기대를 많이 했었고, 김승민(노래하기 전...), 릴러말즈, 블랙넛, 수퍼비, 식케이, 이케이, 퓨처리스틱 스웨버 등 기타 언급하지 않은 수많은 래퍼들에게 Next One의 인자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상당수가 흐지부지된 것 같다. 하기야 누구나 할만하면 원탑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심야는 점점 난해해지고, 이젠 언제 음악을 내나 궁금하기만 하고, 프랭크는 뉴진스로 날아올랐다. 블랙넛은 뭐 앨범을 내질 않으니 평가의 여지가 없다. 수퍼비도 영앤리치를 설립하고 점점 뭐 하는 건지 모르겠다. 최근에는 다시 폼을 되찾고 돌아오겠다고 말은 했으나, 딱히... 빈센스 이후의 세대에서 1황의 자리를 할 사람은 키드 밀리 이외에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이젠 쇼미더머니도 없고, 정말 실력으로 입증해야 할 텐데 제발 참신한 아티스트가 계속 나타났으면 좋겠다.


'엥? 뭔 개소리임? 지금 국힙 원탑 OO인데?'라고 말할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댓글을 달아주길 바란다. 나도 궁금하다, 내가 모르는 얼마나 대단한 아티스트가 숨어있는지. 아무도 없다면, 내 글방에서만큼은 키드 밀리가 원탑이다. 반박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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