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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Sep 22. 2023

가요계에 들이닥친 옆집 소년들

BOYNEXTDOOR - WHY.. 앨범 리뷰

최근 남성 아이돌 음악은 갈수록 난해해지는 부분이 있다. 물론 세븐틴이나, 더보이즈처럼 타협을 잘 본 케이스들도 있으나 최근 대중음악을 지배하고 있는 여성 아이돌 음악에 비해선 대중성에서 한 계단 뒤처지고 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두 성별의 아이돌의 전략 자체가 다른 노선을 타게 된 탓도 있으나, 양쪽 다 대중음악에 테두리에 있음은 여전하다. 그렇기에 약간은 아쉽다. 음악도 시장 경제의 안에 있는 만큼 자유로운 경쟁에 의해 지금의 형태를 띄게 된 것이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내는 남성 아이돌을 보기 드물기 때문이다. 점점 더 코어 팬층들은 좁고 깊어진다. 각각의 아이돌 음악이 같은 세대로 분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서로 다르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KOZ 엔터테인먼트의 신인이 등장한다. 잠깐 짧게 짚고 넘어가자면, 아이돌 출신으로 시작해 힙합 아티스트로서 성공적인 정착과 인정을 받은 [지코]가 설립한 회사로, 얼마 지나지 않아 빅히트 엔터테인먼트(현 HYBE)에 인수되었다. 3대 기획사의 시대를 지나, 사실상 HYBE 1강 체제인 시장에서 하이브의 지원 아래에 데뷔한 것이다. 그 그룹은 [BOYNEXTDOOR]이다. 그들은 시작부터, 기존 남성 아이돌의 상황을 부정하고, 공감을 사는 일상적인 이지 리스닝을 추구한다. 


물론 이지 리스닝이 파편화 되어가는 남자 아이돌 시장을 돌파할 강력한 돌파구라는 것은 아니다. 사실 굳이 따지자면 악수에 가깝다. 이지 리스닝, 대중적인 음악은 이미 아이돌을 포함한 수많은 대중음악가들이 점령하고 있는 레드 오션이다. 또한 최근 이지 리스닝은 뉴트로 기반의 통통 튀는 팝을 뜻하는 뜻으로 약간의 변형이 이루어졌는데, 이러한 시장은 케이팝 뿐만 아닌 전 세계적 흐름이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러한 남성 아이돌의 특수성, 이지 리스닝의 레드오션화에서 [BOYNEXTDOOR]는 어떠한 전략을 취했을까? 어떠한 점에서 수많은 널리고 널린 음악에서 [BOYNEXTDOOR]의 음악을 들어야만 하는 이유를 어디서 확보했을까?


그들의 앨범을 들어보면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첫 번째 EP <WHY..>는 전반적으로 지코의 색채가 강하다. 특히 <One and Only>와 같이 지코가 작곡에 참여한 곡을 들어보면 지코 특유의 리드미컬 힙합 사운드와 감각적인 멜로디가 눈에 띈다. 힙합의 색채를 더한 댄스 곡이지만, 이지 리스닝이라는 기조에 맞춰 대중적 이해도를 갖추기 쉬운 구성을 하고 있다. 지코가 아이돌에서 래퍼로 전향한 뒤 선보이던 강한 힙합 보단, 최근의 <아무 노래>와 같은 힙합의 경계선의 서있지만 듣기 편한 케이팝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그니처 사운드부터, 음악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지코의 프로듀싱을 받고 있다는 티를 팍팍 내는 듯 하다.


그 외에 대다수의 곡은 [Pop Time]의 손에서 탄생했다. [Pop Time]의 작곡 능력이야 이미 충분히입증 되어있고, 그것에 총괄 프로듀서 지코의 손이 닿자 꽤 괜찮은 곡들이 탄생했다. 전반적으로 락을 기반으로 한 리드미컬한 곡들로 앨범을 구성했다. 타이틀곡인 <뭣 같아>는 흥겨운 기타 리프와 강렬한 멤버들의 목소리로 인상적인 펑크 락을 조성한다. 또한 최근 남성 아이돌에서 보기 드문 단도직입적이고 20대 남자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가사를 통해, 팀의 모토인 솔직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만든다. 


위에서 말했지만, 이런 이지 리스닝 장르는 남성 아이돌에서만 보기 드물 뿐이지 이 음악 시장에선 널리고 널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틴 팝, 펑크, 케이팝에 대한 이해도가 빠삭한체로 만들어져 완성도가 높다. 지코의 대중적 감각은 이미 충분히 입증되어 있기 때문에 퀄리티는 충분하면서도 듣기 편한 곡들을 잘 빚어서 EP 앨범으로 만들어 냈다. 이지 리스닝이라는 단어에 너무나도 적합한 곡들이다. 다만 아무런 고민이 느껴지지 않는 앨범은 아니다. 대중적이고 무난한 곡의 구성에서도 틈틈이 포인트가 되는 사운드들을 배치해 너무 지루하고 뻔하지 않게 만들었고, 젊은 남성의 풋풋함을 잘 강조했다.


그렇게 완성도 높은 수록곡과 타이틀, 남성 아이돌에서 보기 드문 솔직하고 담백한 가사, 듣기 편하면서도 신나는 곡의 구성은 좋다. 그렇나 상술했던, 강력한 돌파구로써 이것들이 작용 했느냐고 물으면 대답은 '그렇지 않다.' 곡들의 만듦새가 충분히 좋지만, 지배적인 아이돌 시장의 판을 뒤엎기엔 부족하다. 그냥 듣기 편한 수작 앨범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레드오션화 된 이지 리스닝 케이팝 사이에서 [BOYNEXTDOOR]를 꼭 들어야 할 이유는 딱히 확보 되지 않았다. 충분히 맛있지만, 그냥 기성 제품들을 섞어내는 프랜차이즈 식당과 비슷하다. 맛이 없는 것도 아니고, 가격이 문제거나, 가게의 서비스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모든 점이 뒤떨어져도 여기서 밖에 맛 볼 수 없는 맛집이야 말로 요식업의 성공이다. 이와 같이 <WHY..> 앨범도 퀄리티에 있어선 충분하다. 다만 이런 이지 리스닝 케이팝은 최근에 너무 접하기 쉽고, 솔직 담백하고 풋풋한 20대 남성의 마음을 담은 가사는 나쁘지 않은 정도이다. 음악에 있어서 가사가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이런 또래 친구, 이웃 친구와 같은 가사가 과연 이 음악에 대한 판단을 뒤집을 만큼 효과적이고 탁월한 요소냐면 그렇지가 않다.


최근 음악이 점점 가사의 중요도가 떨어지고, 청각적 쾌감만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과하게 난해한 가사를 좋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솔직하고 평범한 가사가 과연 메리트가 있느냐라고 하면, 거기에도 동의하긴 힘들다. 좋게 말하면 공감을 사고, 이해하기가 쉽고, 이해에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거기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영감을 얻고, 재미를 찾기는 힘들다. KOZ에 의하면 이 그룹의 강점을 공감으로 꼽고 있는 듯 하다. 이런 평범한 가사라면 누구나 공감을 할 수는 있겠으나, 어떠한 특이점을 찾을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WHY..>는 평균 혹은 평균 이상의 수작은 될 수 있겠으나, 그 이상의 무언가로 여겨지긴 힘들다. 적당히 신나고, 적당히 듣기 좋으며, 적당히 공감하기 좋은 앨범이다. 말 그대로 적당하다. 난해하고, 팬덤을 더욱 깊고 고이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누가누가 더 파격인지 다투는 남성 아이돌 사이에서 오래간만에 나온 풋풋한 신인이지만, 그 이상을 아직 보여주진 않고 있다.


<<BOYNEXTDOOR - WHY..>> 5/10점

"친근한 옆집 오빠. 너무 친근해서 설렘은 부족하네."


1. 돌아버리겠다

2. One and Only [추천!]

3. Serenade

4. Crying

5. 뭣 같아 [추천!]

6. ABCD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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