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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Oct 01. 2023

SM의 새로운 전환기?

RIIZE - Get A Guitar


SMP라는 애매모호한 용어가 있다. SM Music Performance의 약자이다. 장르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는 말 그대로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SM 측에선 독자적인 장르라며 마케팅을 하고는 있으나, 장르적 요소로 보기엔 어려움이 있다. 넓은 범주에서 말하자면 SM 소속의 아이돌이 하는 음악을 뜻하나, 보통은 조금 더 좁은 의미의 SMP를 의미한다. SMP란 SM 아이돌 특유의 전위적이고, 공격적이며,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음악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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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SMP에 대한 필자의 시선은 계속 차가웠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할수록 이해하기 힘들었다. 음악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었다기보단 이 마케팅과, 운영방식이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편으론 놀랐는데, 아직까지 이런 구시대적인 생각으로 아이돌을 만들고 있음에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2023년도에 여전히 기묘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세계관, 여러 장르의 혼합에 멈추지 않고 음악적 파괴에 가까운 음악, 역할과 멤버 수도 알기 힘든 모호한 멤버 구성 방식 등 여러 면에서 나를 이해시키고 납득시키긴 어려웠고, 늘 아쉽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SM과 다른 소속사들 간의 트러블 이후 이수만의 이사 사임이 이루어진 뒤 SM은 조금씩 변화했다. 물론 이제까지 기획했던 모든 것들이 이수만의 손길에서 자유롭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NCT의 무한 확장 종료, 에스파의 [MY WORLD]의 음악성의 변화 등 소소한 변화가 조금씩 느껴지고 있다.


[Stamp On It]에서 절정을 보여준 SMP의 음악적 파괴는, 말 그대로 파괴했다는 것 외에는 큰 의의가 없었고, NCT는 코어 팬층을 제외하면 대중적인 공감과 음악의 보급과는 거리가 멀었다. 에스파는 SM에서 대표적으로 제기된 문제인 과하고 복잡하며, 딱히 전개되지도 않는 스토리 라인을 가진 세계관과 그에 맞춰 박살 난 가사와 난잡한 음악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 이후, SM은 점점 마일드 해지고 이해하기 쉽도록 다가오고 있다.


RIIZE(이하 라이즈)의 데뷔도 그러한 맥락의 하나라고 판단된다. 물론 이모셔널 팝이라고 하는 새로운 장르에 대해 주장을 하고 있으나 SMP에 비하면 얼마나 이해하기 쉬운 이름인가. 지금 아이돌판에서 팝에 오묘한 이름을 붙이는 게 그렇게 보기 드문 시도도 아니고 말이다.


아무튼 멀리 돌아왔지만 라이즈의 음악은 무난하다. 정말 무난하다는 단어 이외의 무언가가 떠오르지 않는다. 좋게 말하면 무난하고 나쁘게 말하면 평범하다. 타이틀곡 <Get A Guitar>은 레트로한 신디사이저에 펑키 한 기타와 베이스 리프, 평범하고 흥겨운 멜로디는 어느 곳에서도 모난 점을 찾기 힘들다. <Memories>는 이전의 SMP처럼 댄스 브레이크라던가, 랩 퍼포먼스 파트에 해당하는 잠깐의 변주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명랑하고 풋풋한 소년의 느낌을 그대로 이어나간다.


남성 아이돌의 데뷔 싱글로 손색없는 스타일임에는 부정할 수 없으나, 정말 거기까지가 전부라는 것이 에러다. SM이 아닌 어느 소속사에서 데뷔했더라도 아귀가 맞는 포용성 있는 음악이다. SM이 이제까지 특이한 음악만 해온 것도 아니고, 대다수의 아이돌의 타이틀곡을 공격적인 SMP로 만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레드벨벳]과 [에스파]의 최근 앨범을 보면 SM의 색채를 강하게 띄면서도 무난하고 대중적인 곡을 뽑을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다. 개인적으론 규모가 있고, 대중적으로 알려진 기획사들 중 듣는 쾌감은 가장 잘 보여주는 소속사였다. 결과물은 참담했지만, 하이퍼 팝을 비롯한 신생 장르들에 대한 이해도와 구사력도 꽤 갖추고 있었다. 그렇다 보니 아쉬움을 감추기가 힘들다. 이모셔널 팝이라고 주장하는 평범한 팝에 사운드적인 조미료가 조금이라도 들어갔으면 맛이 더 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계속 뒤따른다.


최근 들어 많이 언급되고 있는 이지 리스닝의 기조를 따르는 것 같긴 하다. 그러나 계속해서 말하듯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다. 무리 없이 듣기 좋고, 이전의 SM 아이돌들처럼 어떠한 세계관을 통한 이해력을 가사에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런 점에서 받아들여지기 편하다. 물론 아직 두 곡 밖에 안 나온 아이돌의 차후를 판단하는 것은 이른 일이다. 하지만 두 개의 곡과 앨범 설명, 이모셔널 팝이라는 네이밍 통해 앞으로의 방향성을 예측해 보자면, 아마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선다.


그렇다면 라이즈는 아무래도 자신만의 강점이 옅다. 전반적으로 평균 이상이고, 음악도 '썩 나쁘지 않다'. 이렇다 보니 섣불리 평가를 내리기 힘든 음반이다. 장점을 꼽고 싶어도 찾아보기 힘들고, 단점을 지적하고 싶어도 어째 잘 보이지가 않는다. 하지만 기대치라는 감정을 생각하면 사실은 조금 실망스러운 쪽으로 기울게 된다. 중소 기획사나, 경력이 얼마 없는 회사에서 나온 신인이라면 '안전한 길을 택했다.', '이지 리스닝의 추세를 따라 무던한 곡을 냈다.' 등의 평가를 내리겠으나, 여긴 SM이고 에스파, 레드벨벳 그리고 NCT와 같은 휘황찬란한 현역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 사이에서 뭐랄까... 어중간하다는 인상이 강하다. 물론 음악을 평가할 땐 음악만을 놓고 평가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배경을 때 놓고 보아도 평가에 큰 차이가 없을 것도 사실이다.


<<RIIZE - Get A Guitar>> 4/10점

"SM의 과격함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은 무엇."


1. Get A Guitar

2. Mem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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