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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Oct 03. 2023

정말 이게 최선인가?

평론 분리수거 EP.2

얼마 전에 발라드에 대해서 글을 썼었다.

https://blog.naver.com/axax_xxyyxxx/223204490402


웬디에 관한 글이었지만 절반 정도는 우리나라 발라드에 대한 한탄에 가까운 글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니 제목부터가 그런 뉘앙스가 가득했던 것 같다. 이 시각은 여전하다. 아무리 찾으려고 노력해 봐도, 남다른 시도가 보이지 않는다. 저번에도 한번 했던 이야기지만 다시 해보자면(조금 더 자유로운 양식으로) 아주 예측 가능하고 뻔한 주제, 똑같은 작법, 전국 고음 자랑, 차트 주작 의혹까지 너무너무 똑같다.


첫 번째부터 이야기하자면, 다들 알 것이다. 그 흔한 사랑타령, 이별 타령 말이다. 뭐 그게 잘못됐다는 것도 아니고,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지마는 너무 많다 이 말이다. 더군다나 더해지는 술 한잔했다는 내용... 이별 후의 지질함을 너무 확대해석해서 온 국민에게 강요 중이라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다. 놀이공원이나 오락실 앞에서도 나오는 게 웃음이 나올 뿐이다. 서양에도 얼마든지 느리고 서정적인 음악 얼마든지 있다. 근데 유독 우리나라의 발라드가 문제집에 정답이 있듯이 천편일률적인 주제를 가지고 있다. 


두 번째인 똑같은 작법은 어떻게 보면 더 문제다. 이 곡 저 곡 다른 곡인 척도 하지 않고 똑같다. 일하거나 다른 것에 집중하면서 듣다 보면 곡이 넘어갔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부지기수다. 표절 시비가 걸리기도 어려운 게, 다 비슷하고 다 똑같아서 지적하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어서 그렇지 않을까? 대충 조용히 악기 몇 없이 시작해서, 점점 더 악기들과 격정적으로 치닫다가 후렴구를 반기 올려 고음을 와라락 지르고 끝나는 그런 구조. 악기도 편곡도 다 비슷하다. 무슨 작곡 레시피 표가 있는 것일까...?


세 번째였던 고음 자랑도 같은 맥락이다. 클리셰라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악보에 엄청나게 큰 크레셴도를 그려놓은 냥 점점 성량과 음역대를 올린다. 그 타이밍마저도 곡마다 모두 비슷하다. 우리나라에 유서 깊은 고음 병을 자극해 노래방 차트에 들려는 것일까? 예전엔 노래 잘한다는 인상이라도 있었으나 이젠 고음이 없으면 발라드라기 하기 힘든 세상이 됐으니 딱히 그런 인상을 주지도 못하고 있다. 그냥 올 게 왔다는 기분.


뭐 이러한 행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의 기형적인 구조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탑 100 차트에 아주 의존적인 음악 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써서든 차트인을 해야 먹고 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 다른 나라는 뭐가 다른데?라고 물을 수 있겠다. 사대주의를 표방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이 말하자면, 인구가 1억 이상 넘어가는 나라는 지역이나 동네마다 인구 수 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에 모두가 보는, 모두가 공감하는 차트가 아예 없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빌보드라는 예시가 있지만, 미국 혹은 영미권 사람들이 그저 빌보드 탑 100을 반복 재생하지는 않는다. 또한 그런 거대한 나라는 지역적인 음악이나, 흔히 말하는 인디와 언더그라운드의 활성도나 인구수가 우리나라와 차원이 다르게 거대하기 때문에 연고지에서만 성공해도 밥벌이에 큰 문제가 안 생기기 때문도 있다. 우리나라만큼 작거나 그보다 더 작은 나라들은 보통 빌보드나 주변 나라의 거대한 차트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는 타국의 거대한 차트에 기대기엔 자체 음악 시장이 탄탄하고, 한 차트에 대한 의존도에서 탈피하기엔 부족한 인구수와 땅 넓이에서 만들어지는 오묘한 현상이다. 대부분의 대중이 한 차트에 집중하고,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그냥 그것만 무한 재생하기 때문에 이런 악기바리 차트인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흔해 빠진 발라드가 왜 이 등수에?라는 사재기 논란이 생기는 것도 어쩔 수 없다. 어떻게든 대중성을 확보해야만 하고 그 과정에서 김치 발라드라고 일컬어 질 정도로 질적 저하와 복제를 겪고 있다. 안타깝고 역설적이게도 원인은 이런 노래가 대중성이 높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시장 구조와 그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해 대중성을 어떻게든 확보하기 위한 발악에 가깝다고나 할까...


이런 흐름에서 웃긴 점은, 오히려 아이돌 음악이 독창적이고 새로운 시도가 많아졌다. 어떻게든 텔레비전에 한 번이라도 더 나오고, 어떻게든 대중에게 팀 이름을 알리려고 하던 이전 세대 아이돌은 무작정 후크송만 찍어냈었다. 가장 기억나는 건 크레용팝인데, 이런 노래가 유행을 한다고?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듣다 보니 따라 부르게 되는 그런... 음악들이 말 그대로 줄창 쏟아져 나왔다. 지금 발라드가 비슷한 흐름이다. 시간이 흐르자 아이돌은 대중적 인지도와 차트 순위도 중요해졌지만, 진짜 꿀통은 깊고 탄탄한 팬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점점 마니악하고 서로 달라 보이기 위한 차별점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형 기획사라는 회사들이 점점 더 거대해지고 자리를 확고하게 잡으면서 돈으로 찍어누르는 사업이 가능하게 됐다. 그렇다 보니, 아이돌은 어지간히 이상한 음악을 해도 든든히 손익분기를 넘겨주는 팬층을 확보했다. 그렇다 보니 재밌게도 이젠 아이돌이 오히려 더 자유롭고 재밌고 신선한 음악을 할 수 있게 됐다. 시장의 반전이랄까. 예전에는 락 발라드라던가 그냥 발라드라던가 다양한 장르와 주제의 혼합이 있던 시기를 거친 발라드는 아이돌 음악과 기묘한 골든 크로스를 거쳐 양산화됐다.


뭐... 이유야 어찌 됐건 지금 발라드가 너무 양산형이 되어버린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원래 장르라는 것이 비슷한 특징을 띄는 것들을 묶는 것이긴 하지만 이건 틀린그림찾기 수준 아닌가. 정말 이게 최선인지 궁금하다. 장르적 유사성은 지키더라도 뭔가 조금씩 재미있는 시도, 귀에 들어오는 사운드를 조금씩 집어넣을 수는 없었을까? 대충 드라마 OST만 찍어내고, 누가누가 길고 높게 음을 뽑아내는지 겨루는 거 말고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물론 여기서 '말만 그렇게 하지 말고 니가 방법을 말해봐!'라고 꾸중하면 사실 할 말은 없다. 나도 모른다. 아무도 모를 거다. 알았다면 이미 빠져나갔겠지. 나 같은 비전문가가 이래라저래라 왈가왈부해도 흑역사 생성일 뿐이고. 다만 하나의 의견 제시를 할 뿐이다. 지금 발라드는 너무 지루하고, 천편일률적이며, 참신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중성이라는 키워드 하나에 이만큼 찍어냈으면 이젠 좀 다른 걸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이래서 다들 난세에 영웅을 바라는 것일까? 우리가 아는 발라드의 장점을 가진 체 새로움을 맛볼 수는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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