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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넬로페 Oct 09. 2023

아이들의 본격적인 미국 공략!

(여자)아이들 - HEAT


우리나라 음악의 해외 진출은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그중에 가장 앞장서고, 가장 영향력 있는 장르가 무엇이냐 물으면 누가 뭐래도 K-POP이다. 사실상 전부라고 해도 될 정도이다. 아이들은 이미 대략 3~4년 전에 이미 미국 진출을 시도한 적이 있으나, 큰 방향을 일으켰냐면 긍정적으로 대답하긴 힘들다. 개인적인 평가에 의하면 당시에 아이들은 한국에서도 딱히 순항 중인 아이돌이라고 보긴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아이돌 음반 중 손에 꼽히는 명반 중 하나인 <I NEVER DIE> 이전에 아이들은 아무래도 메인 스트림에서 약간의 거리가 있었다. 밋밋한 음악, 부족한 마케팅, 어중간한 콘셉트와 포지셔닝 등 여러모로 한 발자국 뒤에 있었다. 하지만  <Tomboy>를 위시한 첫 번째 정규 앨범은 파격적이었다. 과감한 예산 투입, 파격적인 콘셉트, 자작곡으로 더욱 올라가는 가치 등 기존의 아이돌을 뒤집어 놓았다. 그런 거대한 분기점 이후 아이들의 위치는 달라졌다. 좋은 쪽으로. 누가 뭐래도 아이들은 이제 1군이고, 미국 진출에 어떠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또한 그저 번안곡에 그치지 않고 모든 곡을 새롭게 준비해, 제대로 미국에 상륙할 준비를 끝냈다. 과연 그 앨범 <HEAT>는 어떨까?


한마디로 요약하기가 꽤나 난감하다. 기대치는 넘겼으나, 충분했냐면 고개를 가로젓고 싶다. 상세하게 이야기를 해보자면, 우리가 흔히 해외 진출 앨범에서 생각하는 퀄리티의 정도는 저 위에서 상회하고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그저 번안곡에 팬 서비스용 곡 한두 개 끼워주지 않는 것에서 일단 엄청난 가산점이 있다. 거기다가 대부분의 노래가 '쌔끈하다'. 미국의 취향을 맞추기 위해 곡을 준비한 것인지 대부분 섹시하다. 미국 힙합의 텍스처와 스타일을 적절히 케이팝화 한 <I Want That>, <Flip It>은 매혹적이고 끈적하다. <Eyes Roll>은 말 그대로 댄스 팝이다. 댄스 팝의 느낌을 낸 케이팝이 아닌 미국을 겨냥했다는 분위기를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 [소연]과 [미연]이 라이엇 게임즈의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가상의 아이돌로 활동했던 K/DA의 곡들을 소화했던 것도 하나의 서사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이미 미국식 케이팝(이라는 오묘한 네이밍의 장르)를 이미 소화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리라. 선공개 곡 <I DO>와 <Tall Trees>는 K-R&B를 하는 미국 아티스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국과 미국의 팝을 적절히 섞었다.


따라서 앨범의 퀄리티는 뛰어나다. 2~4번 트랙이 아메리칸 테이스트를 아주 강렬하게 가져가고, <I DO>와 <Tall Trees>의 유기성은 약간의 의구심이 들지만, 충분히 좋은 곡들로 앨범이 짜여 있다. 그렇기에 이 앨범은 그저 해외에 아이들 팬을 위한 팬 서비스용 앨범, 혹은 같은 음악의 재탕과 같은 흔하디흔한 해외 진출처럼 다가오지 않는다. 앨범 자체가 완성도 있고, 아이들 자체를 팝 시장에 내놓기 위해 준비되었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발매했던 앨범과 별개로 독립적인 EP를 드롭한 아이들의 태도는 내 예상보다 훨씬 진지했고, 이는 좋은 점수로 이어졌다. 다만 이 지점에서 이 앨범의 단점도 드러났다. 아이돌치고 괜찮은 해외 진출용 앨범, 아이돌이 시도한 것치고 괜찮은 팝이 아닌, 팝 시장 그 자체에 승부를 위해 발매된 이 앨범의 상대는 다른 아이돌이 아닌 다른 팝이다. '음악은 음악만으로 판단해야지! 그렇게 미국, 한국 따져가면서 듣냐!'라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이 앨범을 들으면 너무나도 미국 시장에서 승부를 보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게 느껴진다. 그냥 K를 땐 팝 앨범을 내려고 했기에 비교 군 또한 팝이 될 수밖에 없는 점 알아주었으면 한다.


과연 <HEAT>가 우리나라의 수배 혹은 수십 배 거대한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는가?라고 생각하면 사실 강력하게 긍정하기는 힘들다. 강렬하고 묵직한 사운드는 팝 시장에선 되려 흔하다. 이 앨범의 완성도 또한, 아이돌의 해외 앨범이라는 테두리에선 칭찬할 점투성이다. 하지만 해외 아티스트의 팝 앨범이라고 판단했을 때는 사실 그 정도는 아니다. 퀄리티가 좋은 것도, 사운드적 질감과 유기성이 괜찮은 것도 적어도 아이돌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뛰어나다. 그렇다고 해서 팝 시장에서 한국의 부족함을 보여줄 정도로 낮은 앨범이냐면 결코 그런 것은 아님이 분명하나, 팝 시장에서 눈에 띌 정도냐면 동의하기 힘들다. 미국식 케이팝 혹은 한국 냄새가 나는 팝이든 일단 팝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마음을 먹었다면 조금 더 아이들만의 특징이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차라리 아예 K-스멜이 강하게 풍겼다면 모르겠으나, 여성 BTS가 되기엔 무색무취이다. 한영혼용이 된 한국 발매 앨범이었다면 꽤 괜찮은 점수를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팝 플레이리스트에 있으면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는 곡이지만, 기억에는 남지 않을 그런 곡들이다. 한국 농구 탑이라고 바로 NBA를 직행할 순 없지 않은가...


<<(여자)아이들 - HEAT>> 5.5/10점

"괜찮은 앨범. 하지만 놀기엔 너무 큰 물을 골랐다."


1. I DO

2. I Want That [추천!]

3. Eyes Roll [추천!]

4. Flip It [추천!]

5. Tall Trees

ps. 블로그에 따로 글을 썼던 적도 있을 만큼 <I'M THE TREND>를 쌈빡하게 다시 뽑아서 싱글이든 해외 싱글이든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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