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와서 뭘 더 바래!
어제저녁 남편이 느닷없이 일자리 제안이 들어왔다고 고백했다. 무슨 단체의 관리소장이라며 어찌할까 혼잣말을 하더니 바로 지금 하던 일을 다 버리고 그럴 수는 없지,라고 말했다. 잠깐 솔깃하게 하더니 이내 바로 사양할 의사를 내비치니 안 들은 만 못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거절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지금까지 남편은 직장생활을 온전히 2년 이상 해 본 적이 없다. 햇수는 정확하지 않아도 수많은 이직과 사업예시만 손가락을 꼽아도 듣는 이는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어깨를 토닥인다.
관둘만했고 관둘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평생에 걸쳐 남편의 월급이란 걸 제대로 받아보지 못해 가정경제를 책임 진 내 마음은 잠깐, 아주 잠깐 좋았다가 가라앉았다. 그런데 웬일로 그 서운함이 예전처럼 강력하지도 오래가지도 않았다. 나이 들어 너무 무리하면 안 된다는 생각보다는 지금도 충분하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또 한 편, 오십을 넘겨 농업을 전공하고 10년 가까이 버섯을 연구하며 사람들과 이런저런 모임을 가진 사람으로 살아온 시간을 모두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 없었다.
이제 와서 큰 욕심내지 말고 건강만 하시오. 먹고사는 문제는 내게 맡기고! 란 소리도 내 입으로 숱하게 해 놓고 딴 소리하기도 뭣한데 서운한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아침 일찍 볼 일을 보고 들어 온 사람에게 밥만 차려주고 커피는 내려주지 않았다.
내 심정의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