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책에서 결초보은이라는 것을 보았다. 뜻은 풀을 묶어 은혜를 갚는다는 뜻으로 죽어서도 잊지 않고 은혜를 갚는다는 것이다. 이 말이 내게 크게 다가왔다. 살다 보면 익숙함에 속아 속아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번엔 은혜를 받은 것들을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한다.
군대에서 축구를 하다가 십자인대가 다쳐 수술을 하게 되었다. 무릎에 수술을 하기 때문에 목발을 짚으면서 걸어야 하는데 그런 상태에서 버스를 두 번을 타고 약 5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부대에 가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운전병으로 전역한 친구에게 부탁을 하니 흔쾌히 수락을 하였다.
그 친구는 왕복 10시간 거리인 곳을 두 번이나 운전을 해주었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모두 친구가 데려다주고, 데리러 왔다. 지금 그때의 얘기를 하면 친구가 자기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지금이면 안 해주었을 거라면서 말이다. 참고로 이 친구는 운전을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게 말이 왕복 10시간이지 운전을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말이다.
코로나에 걸려서 자취방에 혼자 있을 때 그날따라 평소에 먹지도 않는 뿌셔뿌셔가 엄청 먹고 싶었다. 늦은 밤이었는데 근처에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농담반 진담반으로 뿌셔뿌셔가 먹고 싶다고 했다. 그러니 돌아온 답은 발 닦고 잠이나 자였다. 그래서 씻고 자려고 하는 순간에 초인종이 울리고 과자가 있었다. 그 친구는 이것을 사기 위해 근처 편의점을 몇 군데 돌았다고 한다.
12월이 끝나가는 날에 밥을 먹는데 초콜릿과 함께 편지를 받았다. 한 해 동안 자주 만나서 좋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를 위해서 쓴 편지였다. 나는 이쁜 마음씨에 감동을 했다. 그리고 아무것도 생각지 못한 나를 반성했고 많이 배웠다. 막상 받아보니 이거보다 훌륭한 선물이 없었다. 그날의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군대에 들어가기 나흘 전에 생일이었다.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생일 겸 입대 선물로 모자를 주면서 편지까지 썼다. 생일이지만 군대에 가야 한다는 마음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편지를 받고 바로 기분이 좋아졌다. 시간이 맞지 않아 직접 받지는 못했지만 마음만은 고스란히 전해졌다. 이때 인생 참 잘 살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나는 인복이 참 많은 사람이다. 말한 것 말고도 감사하고 좋은 일들이 수없이 많다. 나는 잘하는 것도 없고 별거 아닌 사람인 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주변엔 좋은 사람들로 넘쳐났었고 여전히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데 다 돌려주고 죽을지도 모르겠다. 쑥스러움이 많아 표현을 잘하지 못한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도 뭔가 부끄럽다. 하지만 항상 고마운 마음을 가지면서 살고 있고 그런 마음으로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