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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문평 Jul 16. 2024

야만의 계절. 94

문민통제

학생시절 사회과목 세계사 및 정치경제를 가르치는 선생님은 학교에 제출하는 교사 학습지도안은 한 학기 분량을 교과진도에 맞게 작성했다.


가르치는 것은 한 달 반이나 두 달에 다 가르쳤다. 나머지 시간은 프랑스 혁명사나 삼국지 이야기를 라디오 연속극처럼 해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부에서 통제하여 서울시 일제고사를 보면 남부교육청 관할에서는 늘 표시 나게 일등이었다.


다른 학교 사회 선생님과 장학사가 참관 수업을 했다. 우리는 이미 다 배운 내용을 선생님은 수업을 했고 학생은 손들고 질문을 했다.

요즘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 수업이었다.


하루는 선생님이 시험과 전혀 상관없는 문민통제 이야기를 하셨다. 선생님은 ROTC4기로 중위로 병역을 마쳤다.


나라가 민주적으로 발전하려면 문민통제가 잘 되어야 한다고 하셨다.


대통령 경호실장이 장관급이 되고 국방부장관이 꼭 별넷 별 셋 출신이 아니라 병장 출신이나 중위 출신이 해야 문민통제가 이루어진다고 하셨다.


선생님 말씀은 예언자 수준이었다. 차지철 경호실장이 허름한 국회의원과 허름한 나라 대사를 불러 경호실 국기강하식을 하더니 김재규를 열받게 만들어 대통령이 시해당하는 일이 생겼다.


요즘도 경호실 놈들이 끗발 부리고 이종호라는 놈이 건방진 소릴 하는 것을 보니 시계가 나의 학생시절로 되돌아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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