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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문평 May 04. 2024

경비 백 씨 인생스토리. 11

경비원 백 씨 인생스토리. 11

객지에서 고향사람을 만나면 반가운 것을 수구초심이라고 한다. 여우도 죽을 때가 되면 고향을 향해 머리를 누워 죽느냐고 수구초심인데 47년 만에 만난 순천촌놈 백양화와 김길수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그간 객지생활 47년 이야기를 다 하자면 일주일을 부어라 마셔라 해야겠지만 서로 내일 근무를 위해 밤 10시에 헤어졌다.


길 수와 음주로 힘들게 출근하니 경비반장이 백 씨를 불렀다. 아파트 동대표 선거에 떨어진 여자가 백 씨 담당동에 거주한다고 했다. 그 여자가 새롭게 입주자 대표가 구성되었음에도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있으니 그 여자 일거수일투족을 잘 살펴보고 특이사항을 보고하라고 했다. 일종의 박정희 독재시절 대학 내 동태 파악을 하는 프락치 또는 망원의 일을 시킨 것이다.


백 씨는 속으로 기가 막혔지만 내색 없이 지냈다. 반장은 아파트입주자 대표 회장님과 각 동대표들이 자주 들러보는 곳은 특히 청결을 유지하라고 했다. 휴식 시간에도 경비실에서는 신문이나 잡지 수험서 등을 보아서는 안 된다고 했다.


솔직히 돈이 없어 공부를 못했지만 백 씨는 머리가 좋았고 공부해서 경비지도사 자격증도 따고 싶었으나 하지 마라고 해서 공부를 안햐고 경비로만 소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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