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누워있음
가장 많이 받은 질문부터 답변할게요.
1. 철학과 가면 뭐 배워?
2. 철학과 졸업하면 뭐해?
3. 진짜 장풍 배워?
5. 철학과 왜 갔어?
6.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 누구임?
뭐 크게 추리면 이렇게 여섯개 정도인데
추가적인 질문있으시면 언제든지 남겨주세요.
1. 철학과 가면 뭐 배워?
ㅎㅎ
철학을 배웁니다만.
일단 동양철학, 서양철학의 기초를 배우고요.
거기서 좀 더 깊게 들어가서
서양철학 - 독일, 프랑스, 희랍 등
동양철학 - 공자, 맹자, 노장사상 등
+ 윤리학, 정치철학, 과학철학, 사회철학, 논리학 등
크게 종합해보면 철학자들의 사상을 배웁니다.
윤리학이나 정치철학, 논리학 역시
철학자들이 비슷한 관점에 대해 논의한 내용을
종합해 놓았다고 생각하면 될듯.
2. 철학과 졸업하면 뭐해?
이건 진짜 철학과 졸업생 100명을 모아놓고 물으면
전부 다 다른 대답을 할 거라서
한 마디로 정리를 못하겠음.
일단 저는 집에 누워있습니다.
(백수라는 뜻)
홀홀
졸업하고 나서는
1) 절에 있는 명상센터에서 알바 1년
2) 라이브커머스 방송 작가로 1년
3) 캐나다 반년 어학연수
4) 유튜브 <동심파괴> 대본 작가
5) 공공기관 홍보 영상 대본 작가
머,, 이런 일들을 했삽니다.
꿈은.. 돈 많이 버는거요ㅜ
3. 진짜 장풍 배워?
아니요.
사주/손금에 관심 많아서 볼 줄은 압니다만
학교에서 배운 적은 업슴.
다만 동양철학 <노장과 도교> 수업시간에
음양오행에 대해서는 배웠습니다.
그래서 뭐가 상극이고 상생인지 정도는 다 알아요.
비슷한 맥락으로 '철학원 개업할거야?'가 있는데
흠... 그건 안할듯.
면상이 아니라 관상..도 보고 싶지만
사람보는 눈이 뒤진 관계로 못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5. 철학과 왜 갔어?
1) 왜 사는지 존나 궁금해서 (심오)
2) 성적 맞춰서
이 둘 중에 하나라고 보통 많이 생각하시더라고요.
그치만... 둘 다 아님쇼ㅠ
이것도 사람마다 다 달라서 제 의견을 써보자면.
고등학교 때 저는 그냥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꿈없는 학생이었습니다.
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지만
그냥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는 걸 목표로 했고
처음으로 미래에 대한 선택을 해야하는 순간에
진짜 머릿 속이 복잡했고 고민이 많아지더라고요.
그 고민을 좀 더 해보고 싶어서 골랐습니다.
6. 가장 좋아하는 철학자 누구임?
흠.. 저는 개인적으로 저명하신 철학자
중에서는 좋아하는 사람 없어염.
입만 산 느낌임.
철학자는 안좋아하지만 윤리학, 인식론 좋아합니다.
+
후회는 안하냐.
취업하기 힘들지 않냐.
이런 질문도 진짜 많이 받았거든요.
일단 후회는 안합니다요.
오히려 인생에서 내가 한 선택 중에
가장 최고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업하기 힘든 건 팩트지만
ㅎㅎ 인문계 구십퍼센트는 논다
인구론에서 사실 누구나 취업하기 힘듦.
제가 생각했을 때 철학은 이해의 학문같아요.
어떤 질문은 늘 절대적인 답은 없지만
내 머릿 속에는 답이 있잖아요?
예를 들어 '낙태 동의'나 '마약 합법화'같은,,
근데 철학과에서는 나와 답이 다른 사람의 말을
외우고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되거든요.
20살 초반에 자의식으로 가득찼던 제가
다름을 인정하게 된 건 철학을 배우면서였어요.
고딩들한테 철학과 추천 함?안함?
철학과에 다니면서 가장 만족했던 건
그 어떤 과보다 다양한 글을 쓸 수 있다는 거였어요.
정말 4년 내내 모든 과제가
생각을 정리하고 그 걸 글로 풀어내는 거였음.
1페이지짜리 글을 10페이지로 만드는
무한대의 글 장인이 되고 싶다면 개추.
그치만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게 있다면
그 기술을 배우는 과에 가서
철학을 부전공하는 걸 매우매우 추천합니다.
철학을 배우고 사상을 탐구하는 건
정말 백익무해임. 진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