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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괴괴랄랄 Feb 25. 2024

뒤지려고 수면제산 날에 꿈을 꾸었다(2)

슬플 때라면 이럴 때였다.

어렸을 때 쓴 일기에 내가 혐오한 그 인간 욕이 아니라

내 자신을 끝없이 탓하고 욕하는 글이 있을 때.

그 병신을 욕하다가 욕하다가 결국에는

그 인간이 부르는 내 이름, 때때로 터치하는 내 몸땡이,

같은 공간에서 호흡해야하는 나의 모든 숨이 싫어졌을 때.


차라리 그 사람이 죽었으면 하고 개버러지 쌍욕을 했다면

오,,, 마이 떡잎 is 옐로우 하고 말았을텐데;

콩 심은 데서 나온 콩이라는 사실이 너무 괴로워,

팥이라고 우기고 싶을 때 슬퍼졌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아주 많이 맞았다.

잘못을 했다면 맞는 게 당연한 거고

이 정도 매를 맞는 건 보편적인 거라고 생각했다.

실컷 때려맞고 질질 울고 있는 나에게 엄마는

'엄마 어렸을 때는 더 심하게 맞았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대가리가 단순한건지 아니면 멍청한건지

처맞고 난 다음에 발라주는 약에 나는 풀렸다.

이게 가족이니까.

덕분에 나는 굉장한 맷집을 획-득.


처음에는 회초리를 들었고 그 다음에는 걸레자루였다.

그 다음에는 청소기 때로는 선풍기

온 집안의 벽이 몽둥이일 때도 있었다.

나는 아주 작고 여린 몸땡이였기 때문에

그 큰 손으로 얼마든지 집어 던질 수 있었으니까.


이상하게 어느날부터 마음이 풀리지가 않았다.

대가리가 크면서부터 였나?

왜 맞아야하는지 모를 때부터였나?

미안하다며 발라주는 약을 뿌리쳤다고 더 처맞았을 때부터였나

아니면 때리는데 울지 않는다고 허리띠를 풀었을때였나

기억이 안난다.


더 이상 엄마의 위로가 귓구녕박히지 않았고

내 위로는 네이버 지식인이었다.

'아ㅃ를 죽이고 싶어요'

'아ㅃ한테 맞은썰' 을 검색하고 나오는 이야기들이,

나보다 더 가관인 그들의 이야기가 위로였다.


와~~~ 보통 다들 저렇게 처맞는구나

나는 약과네? ㅋㅋ

'니만 처맞는건데? 니만 비정상인데?'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정신병걸릴 것 같았음.


밥을 같이 먹자는 말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앉지 못할 정도로 매찜질을 당해서

찌는 여름에 검정 스타킹을 신고 학교에 간 중딩시절.

그 때 처음으로 미쳐버릴듯한 쪽팔림과

왜 나한테만? 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동생을 때리는 모습에 핸드폰을 들어 영상을 찍은 날

발에 채여 마루에서 식탁까지 날아가고

널부러진 채 목이 졸렸을 때

나는 이 참사는 절대 보편적이지 않다고 확신했다.


설거지 안했다고 물컵을 던져 물을 맞고

본인 말하는데 손톱을 물었다고 귤을 맞고

고기를 먹으면서 본인에게 권하지 않았다며 싸대기에

그만 먹으라는 아이스크림을 놓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스크림 샤워를 당한 게 진짜 ㄹㅈㄷ


말 안듣는다고 강원도에 내려놓고 출발해

뛰어서 차를 잡으러 오게한 적도 있다.

개가 된다해도 느끼지 못할 기분일듯.


생각해보면 피할 수 있는 대참사였지만

어느 순간 나도 오기가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어렸을 때 본 로알드 달의 <마틸다>가 떠오른다.

거기서 마틸다는 똑똑한 머리로

재치있게 부모에게 복수한다.

아주 유쾌상쾌통쾌가 따로없음


근데 아쉽게도 난 머리가 좋질 않아서

복수의 방법이 하나밖에 떠오르지를 않았다.


내가 눈 앞에서 이름을 쓰고 죽어버리면

그러면 최고의 복수가 아닐까??


내 개짧은 평생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 앞에서

 진한 농도의 무게에 짓눌려 있었다.

그게 그렇게 진해서 내 목에 걸려 날 옥죄는거라면

그럼 님한테도 그렇겠지?

내 마지막 핏방울이 아주 일생이 깔려죽을 무게겠지 ㅋ


그렇게 난 살면서 가장 가벼운 몸으로 유서를 썼고

갑자기 쏟아지는 잠에 졸도하고 말았다.

나를 살리기 위한 신의 계시였냐고;

어차피 수면제먹고 영면각이었는데 잠에 든걸 보면

오래 살 운명이었나봄 ㄷㄷ


다른 건 하나도 문제될게 없었다.

'살려줘'를 외치며 눈을 뜬게 문제였다.

내 입으로 뱉은 선명한 삶의 의지 앞에서

도저히 뒤지고 싶지가 않았다는 거다.

복수고 뭐고 나는 살아야겠다는 거임.

아니 생각해보면 나는 초딩때부터 지금까지 쭉

진시황보다 영생을 원하는 새끼였다고


이 이야기의 결말은 너무 노사이다 노콜라 노탄산

그렇다고 밤고구마까지는 아니고 물고구마 정도임.


나는 그냥 살기로했다.

여전히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다만 내 마음이 이제 완전히 독립한 모양이다.

개같이 혐오하는 것도 너무 지침멘


칼로 물을 벨 수는 없어도 핏줄을 끊을 수는 있으니

오히려 끊어지는 건 그 쪽이 더 쉬울수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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