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들어올 때부터 압도감을 줘라"
파리 럭셔리 브랜드 매니지먼트 MBA 석사를 끝낸 지 벌써 5년 정도가 흘러간다.
그 기간 중 배운 것 중에 머릿속에서 심리학적으로 럭셔리 브랜드를 설명했었던 사례가 있어서
소개해 보고자 한다.
어떤 브랜드가 럭셔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무엇일까?
무조건 넓어야 하는가? 상품들이 무조건 비싸야 하는가? 아니면 직원들이 많아야 하는가?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브랜드 매장에 가면,
그곳이 럭셔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평범함 매장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왜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
왜 초등학교 1학년도 안되고, 초등학교 2학년도 안되며, 초등학교 4학년도 안 되는 걸까?
(여러 실험을 통해 도출된 일반론적인 이론일 뿐, 100% fact는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힌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은 이제 막 사회화라는 것을 배우는 과정이라 아직 사회 속에서의
수요와 공급의 논리를 이해하지 못한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은 사회화와 군중 심리 (반 친구들이 좋아해 주는 것을 따라 하고, 그들이 싫어하는
것은 하기 싫어하는)를 터득하고, 그것을 자기들의 세계에 대입하는 시기이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은 이제 브랜드 구분도 (심지어 샤넬과 루이뷔통 차이, 래미안과 더샵의 차이 등)
하는 거의 반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어른들이 느끼는 럭셔리한 분위기가 무엇인지 어느 정도
그들의 선입견이 이미 생성이 돼버린 나이이다.
초등학교 3학년은
2학년 (사회화와 군중심리를 이해하는 나이)과 4학년 (사회화가 거의 다 되었고, 군중 심리를 이해하고
이제 이용할 줄 아는 나이) 사이에서 자신들의 Ego를 생성하는 시기여서, 무언가에 선입견 없이
가장 순수한 감탄과 평가를 할 줄 아는 나이이기 때문에, 그들을 브랜드 매장에 데리고 가면 그들의 반응에
따라 이 매장이 럭셔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냥 평범함 매장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들의 어떤 반응이 "럭셔리 매장"과 "평범한 매장"으로 나눌까?
매장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우와" 하면 그 매장은 "럭셔리"한 매장이라는 것이다.
이 아이는 어디를 보고 "우와"를 외칠까?
바로 매장의 층고이다.
초등학교 3학년 아이는 매장의 높은 층고를 보고 "압도감"을 느껴서 "우와" 하는 것이다.
이 "압도감"은 초등학교 3학년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적용되는 느낌이다.
대한민국의 오프라인 리테일은 백화점 중심이다 보니 (흔히 말하는 사각형 큰 집 느낌)
오래된 백화점의 경우 각 층마다 층고가 낮지만, 최근 만들어진 더 현대 여의도 매장,
그리고 몇 년 전에 만들어졌던 더 현대 판교 매장 같은 경우를 들더라도, 1층에 도착하면,
천장이 없는 구조로 만들어진 이유도 바로 이 "압도감"을 어른들에게 전달하는 분위기를 위한 것이다.
그리고 참고로 백화점도 층마다 층고가 다른 것을 아는가?
명품 브랜드가 있는 층은 다른 층보다 층고가 실제 높다. 이는 다른 층보다 명품 매장에 있는
브랜드들의 "압도감"을 위해 층고를 더 올린 것이다.
가장 쉬운 예로 청담동 명품 매장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는가?
그곳에 즐비해 있는 매장들의 천장들이 기억나는가?
1층 천장이 낮은 곳이 있던가?
갤러리아 백화점 앞 돌체 앤 가바나 매장부터 청담 사거리 버버리 매장까지
즐비한 럭셔리 브랜드 매장 중 딱 한 군데, "로로 피아나" 매장을 제외하고,
모든 매장의 1층 천장이 일단 다른 여타 평범한 매장보다 5배 이상은 높다.
이러한 디자인의 목적은
매장에 들어온 고객들에게 "압도감"을 전달해서,
일부러 위축되게 만들고, 브랜드를 우러러보게 만들려는 하나의 장치인 셈이다.
오죽했으면 베르사유 궁전 또한 가장 화려하게, 그리고 가장 천정을 높게 지어서
프랑스 국민들이 우러러보게 만들려고 했다지 않는가.
"압도감"을 느끼게 하는 장치는 매장 높이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다시 한번 청담동 명품 매장을 떠올려 보자.
유수의 명품 브랜드들이 자리 잡고 있는 매장들의 입구 문들을 보고 무언가를 느꼈는가?
"자동문"이 있던가?
명품 브랜드들은 매장 입구의 문에 편의점 같은 "자동문"을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고객이 자기 키보다 두세 배 큰 무거운 문을 밀고 들어가거나, 매장 앞 가드분들께서
무거운 문을 열어 주신다.
이 또한 들어가는 출입문부터 "압도감" 즉, 자기보다 두세 배 높은 문을 밀고 들어간다던지,
무거운 문을 들어가게 뜸해서 "쉽지 않은 곳"이라는 인상을 줌으로써,
브랜드에 대해서 주눅을 들게끔 하는 한 마디로 고도의 의도된 "고객 심리 설계" 목적의 디자인인 것이다.
무조건 예쁘게, 그리고 다른 브랜드와 차별되게 디자인하는 것만으로 "럭셔리 브랜드" 매장의 디자인을
이해했다면, 이제부터는 차를 타고 가다가 럭셔리 브랜드 매장을 보게 된다면, 그 매장의 입구의 높이,
내부가 보인다면 1층 내부에서 보는 천장의 높이를 유심히 보기 바란다.
그래야 럭셔리 브랜드들의 고객들의 심리 설계의 첫 단계가 이것이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다음에는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가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