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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베이다사는마리우 Dec 25. 2024

Day 250 - "카사블랑카"

알제이야기

2023년 8월 6일에 작성된 글이고, 모로코 출장 갈 때 이야기다.  


1년이 넘었는데도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어려운 터널을 지나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다.

결국 터널을 통과해서 현재는 좋은 결과를 내는 중이다. 그러나, 나는 그 자리에 더 이상 없다.


사진은 카사블랑카에서 바라 본 대서양이다. 모로코는 지중해와 대서양을 다 같이 볼 수 있는 곳이다. 지중해보다 대서양이 더 아름다운지 좋은 식당은 대부분 대서양을 바라보고 있다.




카사블랑카에서


새벽 3시반까지 오늘 회의 자료를 만들었다. 늘 해온던 이야기를 정리했을 뿐이고, 지점장의 메시지는 심플 했다. 심플한 메시지를 숫자로 정리하고, 정리한 숫자에 우리의 의견을 담았을 뿐이다.


문제의 본질


표면적 문제는 22년에 생산이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 거래선에게 자재를 주문하게하고, 돈을 받고 물건을 실었다. 거래선 회장도 논리적으로 경영한 것이 아니라 회사 이름과 사람만 보고 주문을 했다. 그러나, 공장 생산은 지연되고, 자재는 쌓이고 생산이 안되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계속 자재 오더를 냈다. 매달 10억이 넘는 자재를 6개월간 쉬지 않고 실었다.


같이 일하는 직원들의 반발이 컸고, 이렇게 하면 업체가 부도가 나고 망하니, 생산 없는 자재 공급은 쉬어야 한다는 것이다. 누가 들어도 당연한 이야기인데, 경영층의 무리한 매출 푸쉬와 지점장의 승진 욕심이 더해져 발생한 인재이다. 사람들이 본인들 입장에서 남의 회사를 경영하면 발생하는 "아몰랑현상"이다. 내 돈도 아니고, 내가 푸쉬한다고 한들 최종 결정은 거래선 회장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쌍방과실이라고도 한다. 정말 이해하기 힘든 일이 북아프리카의 큰 나라에서 벌어졌다.

 

23년도 벌써 7월말을 향해 달려간다. 상반기에 발생한 문제를 수습하기 위해서 온 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고 있다. 내 일이 아니었으나, 8개월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나도 그 문제의 일부분이 되어 버렸다. 제 3자의 관점에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던 내가, 이제는 문제의 일부가 되어서 같이 헤메는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아무리 봐도 답은 간단하다.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 과거의 경험도 그랬다. 지금 내가 아무리 무엇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결국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특히, 쉬어가면 더 빨리 해결이 된다. 지금은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또 다른 해법은 경영층이 바뀌어서 시간을 더 벌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경영층이 만들어 놓은 일을 새로운 경영층이 과거의 잘못으로 돌리고, 문제를 해결할 시간을 더 주는 것이다. 그럴려면 모든 것이 바뀌어야 한다. 이번 가을에 내년을 위해서 시간을 벌어 줄 일들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럴때는 점을 보고 나의 운을 사용해야 한다. 이젠 운발이 필요한 시기이다. 어제 밤에 본사 그룹장이 본인은 운발이 아주 좋다고 이야기 했다. 점을 보니 당분간 나의 운발이 좋을 것이라고 했으나, 지금은 그 운발이 다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운발이 죽을 때까지 좋을 수만은 없다. 우리 주변에는 항상 업앤다운의 사이클이 존재한다. 내가 어느 시점에 있는지는 지나봐야 안다. 그러나, 느낌으로 내가 어디쯤에 있겠구나 추측은 가능하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으로 알 수 있다.


사람들의 대화


그룹장과 지점장은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논쟁한다. 먼저, 그룹장은 시스템 상의 숫자 관리의 정확성을 높히라고 한다. 정확하게 시장을 분석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미래를 너무 밝게만 보지 말고 현실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맞게 살행편성을 하고 재고 관리도 하라고 한다. 딱, 내 스타일이다. 시스템 숫자를 나에게 유리하게 만들어서 본사와 총괄에 승인을 받고 매번 계획비 초과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내 스타일의 운영방식이다.


지점장의 운영방식은 다르다, 미래를 늘 밝게 예측하여 계획을 항상 크게 잡고 차질을 내면서 보고서로 커버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되면, 경영관리 지표들이 나빠지고, 경영층에서 지속적으로 관리하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면 지점 운영이 부실해진다. 현재 지점의 재고 상황이 안 좋은데, 경영층에서는 자세하게 왜 안 좋은지 모르는 상황이 발생한다. 보고서가 이슈를 다 들어내고,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보고서는 이슈를 다 말하지 않고 일부만 이야기 해서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메시지로 귀결된다. 경영층이 잘못 판단하게 된다. 그래서, 재고가 역대 최고가 되었다. 하지만, 내가 모든 데이터를 본사에 오픈하면서 이제는 우리의 오퍼레이션에 제동을 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다. 특히 본사에서는 부실이라며 총괄을 통해서 공격한다. 지점장의 가장 약점이 총괄이다. 총괄이 이야기 하면 본인의 모든 생각을 바꾼다. 우리가 가진 생각이 모두 맞더라도 너무 쉽게 모든 것이 바뀐다.


지점장이 상황을 보고, 총괄에게 강하게 푸쉬하는 것도 할 일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이미 그런 기능은 사라졌다. 상황은 이해가 된다. 총괄 리스크가 워낙 커서 바른 말 하기 어렵다. 현지인들은 이해 못하고 지점장을 미워하기만 한다. 미워한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데, 이런 악순환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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