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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인재전쟁. 걸어가는 한국, 뛰어가는 중국

by 김진욱

7월 초 KBS에서 방영한 다큐 프로그램 “인재전쟁”이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1부 "공대에 미친 중국", 2부 "의대에 미친 한국"이란 흥미로운 주제는 학부모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1부 프로그램 '공대에 미친 중국'은 AI. 로봇 등 이공계 핵심인재양성을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총체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세계 패권국가로 급성장하는 중국과학기술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다. 2부 프로그램 '의대에 미친 한국'은 중국의 과학기술 육성정책과 다르게 자신의 인생을 의대에 올인하는 한국의 교육여건과 이공계 핵심인재들이 한국을 떠나는 현실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방송을 보면 중국 항저우 대학에서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인간처럼 자유자재로 격투기를 한다, 중국의 핵심인재들은 베이징대, 칭화대, 항저우대 등 유명한 공과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치열한 입시경쟁을 벌인다. 그 결과 중국 항저우대학 졸업생 1985년생 량원펑이 개발한 DeepSeek는 미국 OpenAI가 개발한 생성형 AI ChatGPT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개발비용 측면에서는 오히려 미국을 압도한다.


반면 한국은 1970년대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에 따라 이공계 대학중심 육성정책이 빛을 발하면서 반도체, 자동차, 조선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한민국 핵심인재들은 공대보다는 의대 선호현상을 보이며 이공계는 위축되기 시작한다. 명문대 입학생의 상위권은 의대생들이 점유한 지 오래되었고, 의대를 진학하기 위한 재수, 삼수는 필수가 되었다.


국가의 지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중국은 반도체, 로봇 등 첨단미래성장산업을 중점 육성하기 위해 이공계 분야 핵심인재와 연구인력 흡수에 국가적으로 총력을 기울인다. 연구공간과 연구인력 제공, 자택, 학비, 연구비 지원 등 파격적인 러브콜을 보내며 전 세계 이공계 대학 석학과 핵심인재들을 은밀하게 유혹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공계 대학과 연구기관이 연구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발주한 사업과제에 공모하여 예산을 확보하여야 한다. 설령, 예산을 확보한다고 하더라도 연구진이 고유의 연구목적으로 집행하는 예산의 비중은 50%를 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연구진들은 지출항목별 영수증을 첨부하여 정부기관의 예산 통제를 받는다. 그러나 이공계 석사와 박사들이 학업과정을 유지하고 연구를 지속하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제수주를 쉽게 포기할 수는 없다.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중앙부처인 과학기술부와 경기도 등 지자체는 미래성장산업 육성과 과학기술진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경기도는 기존의 대학교육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 지원(RISE, Regional innovation System& Education)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있으며 RISE 사업에 2025년 총 678억(국비, 도비)의 예산을 편성하였다. 2025년 1월에는 교육부가 평가하는 ‘RISE 계획 최우수 시도’로 선정되었다.


이밖에도 지역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맞춤형ㆍ실무형 인력을 양성하는 경기도 대학혁신플랫폼 지원사업, 대학의 연구자원을 활용하여 R&D 지역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협력 연구센터(GRRC), 반도체산업 현장 맞춤형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특성화대학 지원사업, 첨단산업 인재 양성 부트캠프 등 이공계 핵심인재 양성과 R&D 개발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한국은 걷는데 미국과 중국은 뛰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패권전쟁을 명분으로 과학기술 육성에 국가적 역량을 총 집결하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의 기술격차는 시간이 지나면 따라가지 못할 수준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위기감이 엄습해 온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이다. 우선 대한민국이 당면한 현실을 위기로 인식하고 국가차원에서 이공계 핵심인재 양성과 반도체, AI 등 미래성장산업분야 기술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70-80년대 과학기술 강국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대응하고 준비해야 할 때이다


방송이 끝날 무렵 클로즈업된 중국 과학자의 인터뷰가 귓가를 맴돈다. 이제는 Made In China가 아니고 Invented In China입니다

2025년 9월5일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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