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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논산훈련소 수료식. 감동이 쓰나미로 몰려옵니다!

아들의 군복에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주던 그 감동을 잊을 수 없습니다

by 김진욱

2025년 11월 19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날이 왔습니다. 아들의 논산훈련소 수료식이 있는 날입니다. 10월 13일 논산훈련소에 입소하여 5주간 기초군사훈련 마치고 오늘 대한민국 육군 이등병이 되는 날입니다. 5주 만에 아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훈련소의 교육훈련은 잘 소화했을까? 먹고 자는 것은 불편하지 않았을까? 그간의 궁금증이 쓰나미처럼 머릿속을 덮치기 시작합니다.


11월 19일 수료식 아침이 밝았습니다. 오전 10시 정각에 수료식은 시작합니다. 카카오내비로 검색해 보니 수원에서 논산훈련소까지 넉넉잡고 3시간이 소요되기에 전날 짐을 모두 싸고 아침 7시에 집을 나섭니다. 인근 화성시에 거주하시는 어머님을 픽업하고 논산으로 출발합니다. 아뿔싸. 그런데 길을 잘못 진입하여 도착시간이 10시가 넘는다고 내비가 알려줍니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님 화장실 문제로 휴게소 들르느라 마음은 더욱 초조해집니다. 10시 전에 도착해서 수료식의 전 과정을 라이브로 지켜보아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마음은 애태우지만 핸들을 놓지 않고 30년 안전운전 실력으로 훈련소까지 쉬지 않고 달려갑니다. 평양을 건너, 대서양을 건너, 인도양을 건너는 마음으로~


다행히도 훈련소 측에서 수료식을 연대별로 2일간 분산운영해서인지 훈련소까지는 교통체증 없이 정시에 도착했습니다. 주차를 마치고 입영심사대 운동장으로 걸어가는데 군악대 연주소리와 행사 시작을 알리는 멘트가 들려옵니다. "울 아들 입장하는 것부터 보아야 하는데" 마음속으로 되새김질하며 빠르게 걷기 시작합니다. 덕분에 아들이 소속된 교육중대가 입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절도 있게 오와 열을 맞추어 입장하는 늠름한 훈련병들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니 5주 만에 사람이 저렇게 달라질 수 있나? 의구심을 감출 수 없습니다.

스탠드에서 우리 아들 김주성 어디 있나? 눈 씻고 찾아보는데 같은 군복, 같은 머리, 울 아들을 한눈에 찾는다는 것은 서울에서 김서방 찾는 것과 같은 난이도입니다. 행사장 입구에서 배부한 배치표를 보니 아들의 위치가 대충 어디쯤 있는지는 확인이 되는데 스탠드에서 아들을 정확하게 확인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연대장님께 애타는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짧게 수료식 인사를 마치시고 공식행사는 10시 20분 마무리되었습니다.


드디어 오늘 행사의 하이라이트. 가족들이 아들을 찾아가는 시간입니다. 예전 뽀빠이 이상용이 '우정의 무대' 진행 시 면회온 가족들이 장병들을 만나러 가는 장면이 떠오릅니다. 스탠드에서 갑자기 가족들이 내려오더니 아들을 찾아 이리저리 뛰어갑니다. 울 가족들도 배치표에서 미리 확인한 위치로 아들을 찾아갑니다. 앗! 그런데 아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다급한 마음에 김주성! 하고 크게 불렀더니 바로 앞에 아들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바로 앞에 있는데도 알아보지 못한 것입니다.


군복에 베레모를 쓰고 있는 아들 모습을 보자 왈칵 눈물이 쏟아집니다. 5주 만에 보는 아들 얼굴입니다. 24년 아들 인생에 가장 오래 떨어진 시간입니다. 전체적으로 살은 조금 빠진 것이 분명합니다. 깊은 포옹으로 아들을 안아주며 "수고 많았다"라고 볼을 어루만지는데 아들도 눈가에 눈물이 맺히는 듯합니다. 잠시 후 아내와 할머니, 딸과도 만나 인사하니 굳었던 아들 얼굴에서 예전의 미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훈련병에게 태극기와 계급장을 달아주는 의식이 오늘 수료식의 마지막 이벤트입니다. 제가 아들 우측어깨에 태극기를 달아주고 아내가 왼쪽 가슴에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주어 아들은 2025년 11월 19일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육군 이등병이 되었습니다

오후 4시까지 가족면회시간입니다. 1분 1초가 아까워 아들을 데리고 훈련소 밖으로 나옵니다. 그런데 많은 인파가 '충성 MART'라는 간판이 있는 건물 안으로 우르르 들어갑니다. 저게 뭐지? 하고 아들에게 물어보니 군대 PX랍니다. 군대 PX가 품질도 좋고 면세혜택이어서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알고 있았습니다. 호기심에 아들 따라서 들어가 보니 엄청난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아들 군생활에 필요한 화장품 등 기본적 용품과 울 가족이 사용할 생활용품을 구입하고 예약한 식당으로 출발합니다

수료식 일주일 전 아들에게 먹고 싶은 음식을 물어보았더니 보쌈과 족발, 막국수가 먹고 싶다고 합니다. 훈련소 앞에도 식당이 많았지만 논산시내쪽에 맛집이 많다고 해서 인터넷을 수소문하여 보쌈 맛집을 찾았고 훈련소에서 30분을 달려 도착했습니다. 다소 수척해진 아들의 모습을 보니 애비마음은 많이 먹이고 싶었지만 예전처럼 많이 먹지 않는 아들 모습에 살짝 걱정이 되었습니다.


또한 집에서 준비해 온 음식들이 있기에 점심식사를 마치고 미리예약한 펜션으로 이동했습니다. 논산훈련소 앞에도 많은 펜션들이 있지만 조용한 곳에서 오붓하게 잠시라도 휴식의 시간을 갖고자 펜션선택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다행히 수료식 당일에는 울 가족 외 다른 손님들은 없었고 집에서 가져온 음식보따리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이 먹고 싶다고 한 치즈케이크에 초 하나 꽂으며 아들의 논산훈련소 수료식을 자축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들의 긴장했던 얼굴이 편안해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제야 아들은 훈련소 생활 이모저모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합니다. 훈련의 강도가 자기가 생각한 만큼 난이도는 아니었다! 충분히 버티고 이겨낼 수 있었다!라는 말을 하는 아들의 표정에서 강인함과 자신감이 전해져 옵니다. 시력과 체력적인 문제로 훈련을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아들은 5주 만에 많이 성장했습니다.


벌써 오후 3시. 부대 복귀 1시간 전입니다. 떠나보내기 싫은데.. 아들 스스로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부대복귀 준비를 합니다. 집에 있을 때는 항상 느리다고 아빠에게 잔소리 듣던 아들의 모습이 아닙니다. 3시 30분 이제 부대로 복귀해야 할 시간입니다. 할머니, 엄마, 아빠, 누나와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수료식이 거행된 논산훈련소 입영심사대로 향합니다. 복귀하는 장병들 탑승차량으로 부대 안까지는 못 들어가고 부대 입구에서 아들을 내려줍니다. 이곳저곳에서 연인과, 가족과 아쉬운 작별을 하는 장면이 포착됩니다. 수료식 끝나고 나올 때 들른 PX에서 구입한 화장품 세트 1개 손에 들고 가족을 향해 거수경례로 인사를 합니다. 경례에 절도가 있고 각이 살아 있습니다. 아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정말 아들이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지금까지 제가 걱정하고 우려했던 미성숙한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일시적 착시현상인지는 몰라도 지금의 울 아들은 너무 멋있게 변해 있습니다. 부대로 향하여 씩씩하게 걸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을 한참 보고서야 감동보따리 마음에 가득 싣고 논산에서 수원으로 올라옵니다

이제 훈련소에서 하루 자고 다음 날 자대배치를 받는다고 합니다. 5주간 논산훈련소 훈련과정에서 아들은 많이 성장했습니다. 아니, 아버지인 제가 아들의 성숙한 모습을 그간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군복무로 많은 고민의 시간을 보낸 그 아픔을 알기에 오늘의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다가옵니다. 2027년 4월 병역의무를 마치고 전역하는 그날까지 더욱 멋진 사나이로 성장하여 돌아오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김주성 이병.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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