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renaisssance de l'espace / 공간의 재탄생
Renaissance라는 단어는 're(다시)+naissance(탄생)'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14세기에서 16세기 사이에 유럽 국가들이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의 찬란한 문명을 다시 부흥시키고자 한 문예 부흥 / 문화 혁신 운동을 의미한다. 인간 중심(人間中心)의 정신을 되살리려 한 점에서 일종의 시대적 정신운동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이 르네상스는 이탈리아 피렌체를 중심으로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독일 등지로 퍼져나가며 유럽 문화에 생기를 불어넣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가지고 있다.
약 200년에 걸쳐 문화·미술·건축·자연과학 등 다방면에 걸쳐 서유럽 근대화의 사상적 원류가 되었던 과거 르네상스와는 다르지만, 요새 우리 사회에도 제 나름의 의미를 가지고 Modern Renaissance(현대 르네상스), 소위 공간의 재탄생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유럽국가의 경우, 과거부터 내려오는 문화예술의 가치를 잘 보존하고 리뉴얼 및 레노베이션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대판 르네상스의 현상을 더 직관적으로 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오늘은 최근 다녀온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인상 깊게 바라본 Modern Renaissance 사례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2021년 9월 개장한 Cheval Blanc Paris는 LVMH가 소유한 LVMH Hotel Management가 운영하고 있으며 (LVMH Hotel Management, détenu par LVMH, est l'opérateur hôtelier des Maisons Cheval Blanc), 호텔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프랑스 명장의 최고급 노하우를 직접 느낄 수 있도록 그룹사의 고급 인력을 총동원해 지어졌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피터 마리노(Peter Marino) 건축가가 설계를 맡은 것은 물론 파운데이션 루이뷔통 팀이 아트워크 큐레이팅을, 디올의 조향사인 프랑수아 드마시(François Demachy)가 어메니티 담당을, 그리고 브랜드 파투(Patou)의 디렉터 기욤 앙리(Guillaume Henry)가 직원 유니폼을 디자인했다고 하니, 루이뷔통의 미래가 음식과 숙박업이라는 마이클 버크(Micheal Burke) 루이뷔통 CEO의 말이 실감이 난다. 소위 명품회사의 드림팀이 함께 한 Cheval Blanc Paris는 LVMH의 첫 번째 5성급 숙박 시설이기도 한데, 사실 이 호텔을 눈여겨보아야 할 이유는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바로 이 호텔의 부지!
Cheval Blanc Paris는 파리 중심부에 위치한 사마리텐(Samaritaine) 백화점 부지의 연장선에 있다. '사마리텐'이란 이름이 한국사람에게는 생소할지도 모르지만 프랑스인들에게 익숙한 이름인데, 아마 백화점이 가진 150년 이상의 역사를 도심의 중심에서 느끼며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사마리텐은 1870년 행상이었던 에르네스트 코냑(Ernest Cognacq)이 처음 열었던 양장점으로 시작해 대량 생상된 기성품을 파는 소매업으로 사업을 확장되었으며, 제품 가격을 표기하고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현대식 백화점의 시초라고 여겨지는 곳이다. 하지만 이 유구한 역사를 가진 백화점은 1970년대부터 적자 영업을 면치 못했고 결국 2005년 건물 노후화에 따른 안전기준 미달로 문을 닫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참고)
여기서 등장한 구원투수 "LVMH"
백화점이 재정난을 면치 못하고 있던 2001년, LVMH는 사마리텐 백화점을 2억 2,500만 유로(약 3,125억)를 들여 인수했고, 외벽과 벽화를 포함한 복원 공사를 마치고 2021년 6월 21일 재개장했다. 이 과정에서 공사 비용에 투입된 자금만 무려 7억 5,000만 유로(약 1조 원)이라고 하니.. 정말 대대적인 규모의 프로젝트임을 예측해 볼 수 있다.
*LVMH는 2001년 사마리텐 백화점 지분 55%을 인수했고, 2010년 주식 100%을 인수했다.
*이 인수를 계기로, LVMH는 파리의 Bon marché 백화점과 Samaritaine 백화점 두 곳의 주인이 되었다.
재개장한 사마리텐
사마리텐 백화점은 일본 건축가 그룹 사나(SANNA)가 설계한 유리 패널 외관과 1900년대 초반 화려한 장식이 특징인 아르누보 양식의 조화를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백화점 내부에 공작과 정원이 그려진 노란 프레스코화의 복원 작업을 통해 상업시설이 아닌 미술관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실 외관 설계안이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는 '샤워 커튼을 연상시킨다'는 여론과 소송 때문에 공사가 중단될 정도로 논란이 있었다고 하나, LVMH 측과 파리시는 시대에 따라 다양한 양식과 기법이 적용된 문화 예술의 실험장이란 의미를 강조했다고 하는 일화가 전해진다. 역사적인 장소, 선조들의 유산에 현대적인 숨결을 불어넣으며 가치를 높이는데 진심인 프랑스 국가, 자국 기업, 그리고 시민의 모습이 엿보여 부러운 마음이 드는 것을 숨길 수가 없다.
<참고 내용>
Samaritaine - 9 R. de la Monnaie, 75001 Paris, Paris
Cheval Blanc Paris - 8 Quai du Louvre, 75001 Paris,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