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행복이 짧은 아쉬움이 됐다. 따지고 보면 어느 한 편이 길다고 차마 말하지 못할 테이다. 그러나 어느 편이 감당하기 힘든 정도로 기운데 있어 내게 묻는다면 잠시의 생각 끝에 역시 행복했던 시간이 더 무겁다 말하겠다.
담담하게 혹은 고고하게 서있노라 생각했으나 여전히 내 안은 스스로를 부정하고 싶은 물길이 치솟는다. 그것은 아쉬움에서 묻어나는 미련 같은 것일 테이다.
그러나 어쩌랴, 그깟 미련으로 인해 나의 행복이 견딜 수 없는 밀도로 마음을 짓눌러 줄 수 있다면 바라지 않는 편이 오히려 둔감한 편 아닌가.
마치 바람과 같다. 바람과도 같아서 잇꽃에 염색되는 흰 천처럼 눈에 보이는 추억이 분분히 남는다. 그래서 매일 밤 팔랑개비 한 손에 들고 한 번쯤 불어 줄 바람을 기다린다.
언제부터 시작된 기다림인지 나로선 당채 알 도리가 없다. 문득 저녁이 된 걸 깨달았을 때 그제야 해가 지는 것을 발견한 것처럼 기다림은 찰나에 시작됐다. 그리고 저녁노을이 이쁘다고 인정하기로 했을 때 차오르는 감정이 눈물처럼 뿜어져 나오듯 그리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