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은 매우 두툼하다. 손이 야무지지 않아 마무리가 언제나 너저분하다. 괜히 손에게 핑계를 돌려본다.
파를 씻어도 끄트머리에 흙이 남아 있고, 싱크대에는 불어 터진 밥알 한 알이 언제나 '아임히얼'하며 나를 바라본다. 그 한 알을 꼭 내버려 둔다
빨래도 각지게 못 접는다. 각 잡고 정리하면 기분이 좋다는데, 난 아니다. 숨 막힌다.
청소기는 하루 여러번 돌리는데, 바닥은 서걱서걱하고, 내가 미쳐 못 본 머리카락은 빼꼼 다시 보인다. 직장 동료들의 대화가 살림으로 흘러가면 말라비틀어진 무말랭이처럼 쭈굴 해진다. 큰돈을 들여 정리업체도 이용해 보았다. 10명의 정리대장들이 3일간 치워주었다. 그 상태를 겨우 유지하고 있다.
학창 시절 공부가 중요하다는 암묵적 분위기에 책상에만 앉아 있었던 결과일까?
대학생이 될 때까지 어떤 살림도 맡기지 않은 엄마를 탓해야 할까?
게으른 성격의 인과응보, 당연한 결과일까?
원인을 찾고 싶어 생각들을 모아보았다.
우선, 나는 살림에 대한 긍정적 경험이 부족했다. 살림을 해서 보람을 느꼈던 경험이 부족하다. 언제나 모든 단계가 벅찼다. 집중 못하는성격도 하나의 원인일 수 있겠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지 않고, 부엌일 하다가 빨래 걷다가 방정리 하다 보면 어느 하나 제대로 마무리된 게 없었다. 그러다보니, 뒤로 미루기 십상이었다.
마지막으로 살림에 대한 의미가 충분히 부여되지 않았다. 그래서 살림의 뜻을 살펴보았다.
'살림: 한집안을 이루어 살아가는 일'
사람을 살리는 일, 가족을 살리는 일이 살림이었다니...
우선 한 구역씩 정해서 조금씩 해보며 성취의 기쁨을 맛보자! 가장 먼저 현관과 거실을 공략!!
그리고, 가족들과 업무를 나눠서 살림의 무게를 함께 해야겠다. 한집안을 같이 이루어 살아가는 것이 살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