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고 싶으나 그렇지 못합니다(2)- 인간관계
눈치 보면서 남의 기분을 맞추다 보면 어느샌가 지키지 못할 약속을 가득 끌어안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 사람이 기분이 좋아 보이면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고,
상대의 기분이 안 좋으면 나도 덩달아 시무룩해지다가가 원인이 내가 아니란 걸 알면 안도의 한숨을 쉬고..
타인에 의해 내 마음 상태가 오르락내리락하다 보니, 관계에 대한 피로도가 끝없이 높아졌다.
그래서 깊어지는 관계를 두려워했고, 서툴고 급하게 갈등을 처리하다 보니 큰 상처를 많이 남겼다.
상처가 아직도 아물지 않은 사람과의 시간이 있다. 미안함과 시원함, 후회로 뒤범벅된 기억이다.
직장 상사였다. 선망하던 직장에 입사했던 나를 그분은 한없이 예쁘게 봐주셨다. 언니처럼 챙겨주고, 자기의 깊은 이야기까지 나눠주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은 내가 편하다는 이유로 말투, 행동 등을 함부로 했다. 퇴근 후, 개인시간을 함께 보내길 원하며 강요했다. 내 마음을 이야기하려고 하면 그녀만의 재단칼로 나의 마음을 잘랐다. 나의 남자친구는 불만이 많았다. 약속이 수시로 깨지니 말이다.
이렇게 상대가 내가 정한 선을 넘으려고 할 때면 불편함을 표현하기보다는 내 권리를 포기하거나, 내 약속을 취소하는 등의 자기 파괴적인 방법을 택했다. 가면을 쓰고 아무렇지 않은 듯 4년을 행동했다. 결국 그녀는 나의 퇴직 사유가 되었다. 그 사람을 피하고자 회사의 경력을 포기했다. 마지막까지 대화를 시도했던 그 사람에게는 끝내 아무 말 못 하고, 번호를 차단했다. 퇴직 후, 다른 사람을 통해 그 상사가 많이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나는 속으로 소리쳤다. ' 난 4년을 버텼어!'
인간관계가 깔끔하다는 뜻이 무엇일까?
불필요한 갈등이나 오해가 적고 서로의 역할과 경계가 분명하며 감정적으로도 편안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
불필요한 갈등과 오해를 줄이기 위해 나는 그 사람의 감정을 내가 대신 느끼려 했고, 내 감정을 암묵적으로 눌러왔다. 그 사람의 역할을 대신하니 경계가 불분명해지면서 깊은 부당함을 느꼈던 것이다. 나는 편안하지 않았는데, 그 사람은 내가 편했다는 게 아직까지도 미스터리이다. 내가 연기를 정말 잘한 거였을까? 아니면 상대의 감정 읽기 능력이 떨어지는 거였을까?
이 사건을 계기로 누군가와 친해지는 게 너무 겁나서 10년 동안 새로운 사람들과 가벼운 관계조차 맺질 못했다. 이런 일이 또 반복되면 나는 너무 많은 걸 버려두고 도망 나오게 될까 봐. 하지만, 조금씩 연습도 하고 있다.
1. 상대방과 소통을 솔직하게 해서 오해가 생기지 않게 한다.
2. 지나치게 의존적이거나 지나친 감정의 소모가 느껴진다면 신속하게 제삼자의 입장으로 살펴보고 정리한다.
3.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존중하며 과도한 간섭을 하지 않고 피한다.
4. 가까운 관계여도 각자의 개인적 공간과 독립성을 지켜준다.
5. 불필요한 관계라면 끊거나 거리를 두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들과 관계를 이어간다.
이렇게 하다 보면 나와 결이 맞는 좋은 인연을 만날 거라 믿는다. 나의 색감을 인정해 주며, 같이 산책할 수 있는 그런 좋은 관계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