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아빠는 새벽일을 마치고도 지친 기색 없이 병실로 조용히 찾아와 너를 안고 발그스름한 네 볼에 자기의 볼을 살며시 포개었지.
엄마는 그 장면이 경건하고 신비로웠단다.
하나 신비로움과 영겁의 감사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너의 첫 옹알이, 첫걸음마를 기록하던 나의 손과 눈은 설거지와 청소, 빠듯한 벌이에만 가 있었어.
너의 손톱 뜯는 습관을 고쳐준답시고 폭언으로 너를 아프게 했건 기억이 엄마 일기장에 고스란히 남아 있네. 네가 그런 행동을 할 때 어떤 마음이었는지 물을 생각보다 그 행동의 싹을 잘라놔야겠다는 무시한 목표에 사로잡혀 너를 압박하던 나를 용서해 줘.
사실 엄마도 불안하면 손 옆의 굳은살을 모조리 손톱으로 뜯어서 끝내 피를 본단다.
너에게 사과했지만, 아직도 그날 나의 얼굴이 그려져서 마음이 쓰려.
너의 내성적인 성향과 조심스러움을 답답함으로 단정하고 너를 재단하고 말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던 엄마였어.
누구를 탓하면 안 되지만, 10살에 멈춰있는 내 마음이 너를 질투하고 시기하는 거였어. 참 말도 안 되지? 유치함으로 널 아프게 했는지... 작은 다락방에서 머리를 뽑히며 맞으며 소리 죽여 울던 내가 너를 몹시 부러워했나 봐.
지난주 13년 만에 폐렴으로 네가 입원했단다.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내려가지 않고, 중학생이 된 네가 덜덜 떠는 모습에 너무 겁이 났어.
급히 입원하고 너와 나는 12년 만에 다시 병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너 다운 기력을 회복하길 기다렸다. 엄마의 생각, 계획은 중요하지 않더라.(그 와중에 영어 문제집을 챙겨간 엄마를 보며 너의 설마 하는 표정에 내가 보려고 가져왔다는 거짓말로 얼버무렸어. 어마무시하고 웃기지? 순간 나의 7살 때 기억이 떠올랐어. 홍역을 앓고 있는 나를 깨워 받아쓰기를 시켰던 파주할머니의 얼굴이.. 할머니의 불안이 나를 통해 너에게 흘러갈 뻔했지만, 난 그걸 이겨냈어-)
얼굴과 몸을 닦아 열을 식히고,
물을 가져다주며
너의 몸과 마음을 살폈어.
그리고 네가 부를 때까지 기다렸어.
핸드폰도 설거지도 안 하고..
보호자 침대에 누워 너의 폐렴기 가득한 숨소리를 듣고 있는데, 네가 나의 손을 잡더라.
그리고는
"엄마, 바닥 불편하잖아.. 고마워 엄마"
네가 먼저 내민 손.
엄마와 네가 다시 우주 유영을 하게 된 순간.
엄마를 붙잡고 괴롭히던 과거의 중력을 벗어던지고
너와 내가 오롯이 우리만의 무게로 대화하던 순간.
엄마의 결혼식 날..
파주할머니에게 처음으로 "사랑해요"라고 이야기했지만, 할머니는 엄마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그 자릴 피하셨단다.
엄마는 파주 할머니와 우주 유영을 하고 싶었지만
파주 할머니를 붙잡은 중력이 너무 강력했나 봐.
사랑하는 아들.
퇴원 후 엄마는 네가 좋아하는 거대 은하 속에서 고래상어와 거북이가 되어 너와 함께 우주 속을 헤엄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