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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은 Apr 16. 2024

카메론 하이랜드 여행

말레이시아 에이레벨 국제학교 졸업여행

    카메론 하이랜드는 말레이시아의 고산 지대 중 하나로, 해발 약 1500m가량의 높이가 특징이다.

    열대우림 고산 지대의 침엽수와 열대우림이 공존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그 신비로움은 정말 최고다.

    카메론 여행은 내가 직접 기획한 졸업 여행이었다. 에이레벨 학생들 전체가 가는 여행이니만큼 위치부터 후보를 받은 뒤 투표로 결정했고, 가서 무엇을 하면 좋을지 기획을 맡은 학생들과 열심히 고민했다. 우리가 가기로 결정한 곳은 넓은 카메론 하이랜드 중에서도 나비 농장, 딸기 농장에서 딸기 따기 체험, 보 티 센터, 양 떼 목장이었다. 당일치기 일정치고 쏠쏠한 편이었다.

    아침 7시, 학교에서 학생들이 모이는 시간이었다. 일찍이라고 생각되는가? 해가 일찍 뜨는 이곳에서는 수업조차도 아침 7시 40분에 시작할 정도로 그렇게 이른 시간은 아니었다. 우리는 7시 반에 단체사진을 찍고 출발했다. 4시간 동안의 긴 버스 여정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버스에서는 친구들과 카드 게임을 했다. 일본인 친구들은 우노와 트럼프 카드, 나는 할리갈리 게임을 가져왔고 러시아인 친구는 스스로의 존재(?)를 가져옴으로써 역할을 다했다. 우노는 1시간이 넘도록 끝나지 않는 그 위명을 자랑했고, 나는 어렸을 때부터 다져온 할리갈리 실력을 자랑했다. 나머지 시간에는 꼬불꼬불한 길을 올라가며 잠을 자거나, 끝내주는 경치를 구경하고, 학교에서 챙겨 준 간식을 먹었다.

    나비 농장 주변에서 내린 우리는 근처의 양식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나비 농장을 구경하러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엄청난 크기의 나비가 우리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색색의 나비뿐만 아니라 잘 꾸며 둔 작은 동물원처럼 다양한 동식물이 있었다. 말레이시아의 각종 토속 곤충과 동물들을 구경하니 흥미로웠다: 이곳은 열대우림 국가인 만큼 곤충들의 크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추가로 캥거루와 닮은 왈라비, 뱀과 전갈, 기니피그와 토끼, 공작새와 칠면조, 양과 알파카 등을 구경할 수 있었다.

나비 농장의 선인장 정원

    다음 코스는 차 농장이었다. 보 티 센터는 드넓게 펼쳐진 차 농장의 한가운데에 위치해 있었고, 센터에 가까워질수록 향긋한 찻잎 향기에 머리가 시원해졌다. 고산 지대의 농장답게 언덕들 위에 섹션이 나눠진 차 풀숲이 인상 깊었다. 우리는 티 센터에만 있기보다는 주변의 언덕을 오르내리며 걸어서 돌아다녔는데, 요즘 들어서는 어디서나 보기 힘든 푸른 하늘에 가까워지는 산책이었다. 서로 너무 멀리 가지 말라며 소리를 치면서도 스스로는 더욱 높이 산을 오르려고 하는 목적 없는 산행은 즐거웠다. 보 티 센터에서는 복숭아 홍차를 마시며 멀리 펼쳐진 차 밭을 감상했다. 그곳의 향기로운 바람과 경치는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말레이시아 여행을 가려는 사람이라면 추천하고 싶다. 

    딸기 따기 체험은 재미있기보다는 말레이시아 딸기나 농장의 특징을 알 수 있어 흥미로웠다. 우선 이곳의 딸기는 한국과 같이 유전자를 조작한 딸기가 아니기 때문에 작고, 시고, 맛도 없는 편이다. 그래서 농작물 전문가인 러시아인 친구와 조를 지어 단맛이 많이 날 딸기를 사냥하며 돌아다니는 동안 그의 기술을 조금 배웠다. 우선 무조건 작은 딸기가 더 달고, 만졌을 때 너무 딱딱하면 맛이 없지만 너무 말랑하면 상했다는 뜻이다. 씻지 않은 딸기를 생으로 따서 먹는 것은 금지였지만 나는 몰래몰래 맛있어 보이는 딸기를 먹으며 맛있는 딸기 찾기 기술을 연마했다. 러시아인 친구는 딸기에 붙은 벌레들에 자꾸 자지러지며 소리를 지르고, 나는 그를 보며 웃은 시간이 실제로 딸기를 딴 시간보다 길었다. 결국 우리가 딸기 농장에서 가장 늦게 나오게 되었다. 일본인 친구들이 딸기 주스를 사느라 늦게까지 남아 있었고, 우리는 함께 다음 목적지로 걸어 이동했다.

    마지막으로 간 곳은 양 떼 목장이었다. 양 떼 목장에서 먹이를 주며 양과 알파카를 만져보는 체험에 다들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했다. 양과 알파카는 생각보다 이기적이고 똑똑한 생물들이었다: 그리고 각자만의 취향이 확고했다. 서로 싸우며 먹이에 달려드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던 반면, 먹이는 거부하고 먹이가 담긴 종이 상자만을 호시탐탐 노리는 암컷 양의 행동이 기억에 남는다. 알파카의 털은 부드러워서 계속 만지게 되었지만, 만지다 보면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데, 이때 침을 뱉을 것 같아 무서우므로 먹이를 주어야 한다.

    버스까지 이동하는 막간에 로컬 시장을 구경하였고, 저녁은 중국식 샤부샤부인 스팀 보트 식당에서 먹었다. 나는 식욕이 없어 많이 먹지 않았지만 다른 친구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시간을 보냈다. 잠시 혼자 주변 산책도 다녀오고, 근처의 멋진 경치도 구경하며 평안한 시간을 가지기도 하였다. 카메론 하이랜드에서는 신선한 먹거리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음식을 바로 익혀서 먹는 스팀 보트가 유명하기 때문에 선택된 메뉴였다.

    이후에는 역시 4시간짜리 이동 시간이었으며 학교에 다시 도착하니 거의 밤 12시가 다 된 시각이었다. 친구들과 동행한 선생님들은 피곤해 보였지만 모두 즐거운 시간을 보낸 듯했다. 사실 카메론 하이랜드는 학교에서 너무 먼 곳이라 걱정도 많았고 후배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조금 있었다고 하지만, 나로서는 기획을 포함하여 성공적으로 졸업여행이 끝난 것 같아 뿌듯하고 배운 것이 많은 경험이었다. 


    이야기의 가치를 아는 당신께서 제 이야기에 공감하여 누르는 구독과 라이킷은 현재 말레이시아 유학 중인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제 이야기를 읽으며 흥미로우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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