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마음가짐
당신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아가고 계십니까?
인생을 논하기엔 어리다고 취급받는 나이입니다. 열일곱의 끝자락에 가만히 앉으니 지나온 밤들과 지나갈 날들이 바람처럼 불어 와 저를 지나칩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면서도 고독한 시간에는 아직도 사는 것이 꿈을 걷는 듯 느껴옵니다. 시간은 느리고, 빠르고, 동시에 저에게 머물러서 모든 순간이 눈처럼 작은 소리를 내며 쌓여갑니다.
18번째 생일과 동시에 제 성년의 날이 가까워 옵니다. 사실 향수와 붉은 장미는 모두 낭만에 불과한 허상이 아닐까요. 개인마다 성숙해지는 시기는 전혀 다를진대, 인간이 정한 기준의 테두리 안에서 그저 이만큼을 살았다고 기뻐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단순한 숫자가 쌓이는 것보다 더 유의미한 성장의 기회는 저에게 많이 있었고, 앞으로 분명한 확률로 일어날 이벤트와 같으니까요. 그럼에도 제 안의 어린아이는 낭만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모양입니다, 장미 꽃다발을 품에 안고 봄의 거리를 산책하는 꿈을 종종 꾸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어른이 되는 것은 자신만의 규칙을 공고히 한다는 것이라고 들은 적이 있습니다. 법이 허용한 어른이라는 나이가 진짜 어른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굉장히 아이다운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고, 저보다 어린데도 삶을 능숙히 꾸려 나가는 친구들도 이곳에 오고 나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도 비록 어린 나이이지만 자아가 완전히 형성되는 사춘기 시절부터 많은 생각을 접하고 나름대로 추구하는 인생관이 생겨났습니다. 그리고 가족에게서 떨어져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독립하게 되며 그 인생관을 또렷이 하는 시기를 가졌습니다.
저는 추구하는 철학도, 이루고자 하는 삶의 목표도,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과정도 굉장히 뚜렷합니다. 그것들을 약소하게나마 이곳에 나누고, 어쩌면 당신의 것도 만나 보고 싶습니다. 상투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정답은 없고, 누구에게나 배울 점은 있으니 말입니다.
저의 인생은 무겁습니다. 누구도 제게 많은 짐을 짊어지라고 하지 않았지만 저는 기꺼이 그것을 제 온몸에 둘러메었습니다. 저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게 편해지라고 말하지만, 결코 편하고 행복하기만 한 삶을 바랄 수 없었습니다. 이건 천성의 울타리 안에 있는 영역입니다. 제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시기마다 달랐고, 그것이 행복이었던 시기는 행복이 가장 간절했던 어린 시절 잠깐 뿐이었습니다. 세상을 더 알고 싶었던 때에는 무엇이든 알고 경험하는 것을 최선의 목표로 간직했고, 그다음에는 꽤 긴 기간 동안 박애적인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지금은 높은 확률로 평생 동안 얻을 수 없을 우주의 진리를 깨닫는 것을 바람으로 하고 있고, 그것을 공부할 시간을 벌기 위해 영생을 연구하고자 합니다. 어쩌면 여생 동안의 업이 될 것을 각오하고 있습니다. 절대적인 목표는 제쳐두고, 확실한 것은 저는 언제나 진중하고 무거운 사람이었으며 아마도 평생을 그리 살게 될 것이란 겁니다. 진심으로 살아가는 것이 저에게는 중요합니다 - 아마도 제가 가슴으로 받아들이는 인생은 이런 모양인 듯합니다.
동시에 저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사상은 실존주의입니다. 그중에서도 허무주의적인 가치관이 열심히 살고자 하는 마음과 공존하며 서로 중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많은 이들은 행복을 좇지만, 그들의 삶도, 누구의 삶도 언젠가는 끝나게 된다는 명제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면 지구의 멸망도 피해 갈 수 없는 운명입니다 - 언젠가 태양이 이 행성을 삼키게 될 테니까요. 따라서 제가 이루는 크고 작은 일들 모두 우주에게도, 많은 사람들에게도 의미 없는 날갯짓에 불과하죠. 행복이고, 사랑이고, 성공이고, 심지어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입시조차 무의미에 수렴하지요. 인생을 진심으로 산다는 문장과는 완전히 대비되지요? 이것은 아마도 제가 머리로 이해한 어떠한 규칙입니다.
저는 제가 가진 이 두 신념의 중간 지점을 찾았고, 그에 맞춰 살아갑니다. 만약 제가 숨 쉬는 동안에 '진리'라는 것을 깨우치게 된다면 제 삶은 더 이상 무의미하지 않은 것으로 뒤바뀔 것입니다. 슬프게도 아마 그렇게 되겠지만요. 불확실하기 때문에 무겁기도 하고 가볍기도 한 제 모든 행동의 무게를 단순히 정의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이 상대적인 이 우주에서 기준점은 없고, 당신은 제가, 저는 당신이 될 수 없기에 그 상대성 또한 판단하기 불가능하니까요.
어른이 되기 전 나름대로 세간에서 부르는 '목표'와 '삶의 의미'를 모두 찾은 것에는 기뻐함과 동시에 둘 중 무엇도 행복이 아닌 것에는 유감스럽습니다. 어쨌든 제가 살아갈 삶이고, 행복이 무엇인지도 아는 인간으로서 마냥 안온한 삶 또한 많은 이들이 바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이것이 제 선택인 것을요, 어쩔 수 없습니다. 저와 같은 유지를 이어나가는 자들이 어쩌면 이 세상에도 필요할 테니까요. 무거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무거운 글이 되었습니다. 당신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가벼운 글들 중 하나였기를 바랍니다.
이야기의 가치를 아는 당신께서 제 이야기에 공감하여 누르는 구독과 라이킷은 현재 말레이시아 유학 중인 제게 큰 도움이 됩니다. 제 이야기를 읽으며 흥미로우셨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