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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산 박규선 May 18. 2024

<양자물리학과 주역>

출처: 양자물리학과 주역 pp.379-384   

1. 상호관계성     


현대의 세계는 정치 경제 문화 할 것 없이 모든것이 복잡한 신경망처럼 연결되어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나비의 날갯짓 하나가 태평양 너머에 파도를 일으킨다는 나비효과는 작금의 세계에서는 너무도 쉽게 나타나며, 인터넷으로 촘촘하게 연결된 세상은 실시간으로 상호작용의 결과를 곧바로 드러내 준다. 물리적으로 거리가 있었던 과거에는 지역 간의 교류와 상호관계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현대는 모든것이 복잡한 신경망처럼 연결되어 나비효과는 빠르게 확산한다. 어느 한구석에서 일어난 사건은 즉시 세계를 넘어 전 우주 공간에 전파되며, 국지전은 곧바로 전 세계 증권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수분 활동을 하는 꿀벌이 사라지면 꽃은 열매를 맺을 수 없고, 이로인하여 식량난에 직면한 인간과 각종 동식물은 멸종의 위험을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서로 간에 ‘상호작용을 통한 관계성’으로 연결되어 상호의존관계에 있는 개개의 특성은 다른 개체와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음을 말해준다.

 

전 세계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바이러스(COVID-19) 감염증의 선진국과 후진국 예방 접종률을 비교해 보자. 선진국은 많은 물량확보를 통해 자국민은 수차례에 걸쳐 예방 접종을 진행하는 반면에 후진국은 1차 접종은커녕 물량확보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에 봉착한다. 이러한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예방 접종이 미진한 후진국에서 각종 변이가 발생하게 되는 원인이 되고, 그 변이는 접종의 완성단계에 진입한 선진국의 예방시스템을 무력화시켜 다시금 재전염이 가속화되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한다. 이것은 내가 전염되지 않기 위해서는 나는 물론 타인의 전염을 예방하는 것도 나의 생존을 위한 필수적 조건이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이러한 예는 인간을 비롯한 사물들의 존재 방식이 바로 ‘상호관계성’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논증하며, “세상에는 홀로 고립되어 존재하는 이치를 가진 사물은 없다.”라는 북송의 기본체론자(氣本論者)인 장재(張載)의 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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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을 위한 필수적 요건은 공존(共存)이다. 양자물리학자인 프리초프 카프라는 일체의 대립적인 것은 상호의존적이며, 그러므로 만물은 상호작용을 통해 역동적인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우주의 모든 사물과 사건들은 ‘상호관계의 완전한 그물망’속에서 상호의존하며 존재하기 때문에 상호작용은 서로 간의 존재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상의 모든 특성은 오직 다른 대상과의 관계에서만 존재한다. 자연의 사실들은 오직 관계 속에서만 그려지는 것이다. 양자역학이 기술하는 세계에서는 물리계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가 아니고는 그 어떤 실재도 없다. 사물에 있어서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가 ‘사물’의 개념을 낳는 것이다. 양자역학의 세계는 대상들의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기본적 사건들의 세계이며, 사물들은 이 기본적인 ‘사건들’의 발생 위에 구축되는 것이다.      


다른 대상과의 관계에서만 존재한다는 것은 상반된 대립적 성질의 음과 양이 상호작용을 통해 균형과 조화를 이루어 가면서 새로운 중화를 형성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미세영역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것은 음과 양이 대립과 대대라는 일련의 모순과 화해의 과정을 거쳐 중화를 이루는 것으로서 이를 통해 기(氣)에 내재 된 물성(物性)을 발현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음이나 양 홀로 중(中)을 생성할 수 없듯이 음양의 상호관계를 통한 강유상추 활동이 없다면 사물은 결코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다. 우주 안에 존재하는 그 어떤 것도 홀로 존재하는 독존(獨存)이란 있을 수 없으며, 표면상 상반된 양태나 성질을 가진 사물도 사실은 서로 부딪히고 교감하며 상호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새로운 형태의 변화를 이루어 가는데 협력함으로써 내부적으로는 상호의존적 관계를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양자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사물이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건들의 상호관계가 사물을 낳는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강유상추(剛柔相推)는 일음일양(一陰一陽)의 상호작용을 의미하며, 이는 사물 변화의 기본 법칙으로서 천지 만물이 존재하는 형식이다. 음과 양은 상호작용이 없으면 중화를 이루지 못하며, 이로써 만물은 생성되지 않는다. 미세영역의 관점에서는 양성자(陽), 중성자(中), 전자(陰)로 이루어진 원자들 간의 상호작용이 만물을 생화하는 원리가 된다. 거시영역의 관점에서 보면 천지인 만물은 상호 간의 관계성에 의해 상호의존하며 영허소식(盈虛消息)의 원리로써 생로병사를 순환하며 중화를 이뤄간다.


미시영역에서의 양자장의 상호작용은 거시세계의 사물을 낳는다. 그리고 거시세계의 사물들은 사시를 순환하며 상호작용을 통해 중화를 일군다. 즉, 미시의 상호작용은 거시의 사물을 낳는 기본원리가 되고, 사물은 또한 무리 간의 상호작용으로 생로병사를 순환하며 균형과 조화로써 중화를 지향한다. 그러므로 물질의 내부를 미시적으로 들여다본다면 양자장(Quantum field)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으로 끊임없는 변화의 파도가 요동치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시와 거시는 동체이면으로서, 사물이란 기의 흐름이 강하게 응집되어 일시적으로 머문 형태일 뿐이며, 언제든 흩어지고 모이는 일시적인 모습을 갖춘 파도의 형상에 불과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태허(太虛)는 형태가 없으니 기의 본래의 모습이고 기가 모이고 흩어지는 것은 변화의 일시적인 형상일 뿐이다.     


기가 모이고 흩어지는 것은 변화의 일시적인 형상이다. 거시가 무너지면 미시가 되고, 미시가 응집하면 거시가 된다. 미시와 거시는 동체이면을 구분하여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형체가 없는 미시를 무(無形)라고 한다면 형체가 있는 거시는 유(有形)가 되니, 유무상생(有無相生)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거시세계를 이해하고자 할 때 그 이면에서 파동치는 역동적인 기의 흐름을 볼 수 있어야 미시영역에서 만들어 내는 거시세계 사물의 미묘한 변화를 읽어낼 수가 있다.


주사위를 변화의 흐름 속에 던지면 기의 변화는 주사위가 만들어 내는 괘상 속에 내면화된다. 기의 흐름이 내재화된 괘를 분석하고, 또 그 시점을 전후로 괘효의 변화를 분석하면 기의 작용이 만들어 내는 변화의 조짐을 미리 읽어낼 수가 있으니, 이것이 바로 주역점의 기본적 원리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개체의 존재성은 우주적 에너지의 흐름 속에서 파악할 수 있으며 그런 점에서 존재성은 곧 관계성을 의미한다. 개체는 상호관계성으로 존재하며 타자의 영향을 차단하고 독자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치를 가진 사물이란 없다. 양자물리학에서의 상호관계성은 인접한 사물 간의 상호작용을 넘어 멀리 떨어진 우주의 부분까지도 매우 밀접하게 관계망으로 통합되어 있다는 광의의 개념으로 인식의 확대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주는 독립된 개체들의 모임이 아니라 개체들이 전일적 관계성으로 연결된 그물망에서 상호연결되어 서로 의존하며 하나로 통합되어 전체를 이루고 있는 동일체라 할 수 있다. 장재(張載)는 이것을 “홀로 고립되어 존재하는 이치를 가진 사물은 없다.”라고 하여 ‘상호관계성’을 사물의 존재 원리로 정의하고 있다. 즉, 만물은 대립하면서도 상대가 없으면 나도 존재할 수 없는 상호의존성을 기본원리로 한다. 그러므로 내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상대와의 공존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환존: pp.379-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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