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사연합ICAU의 글을 하루 먼저 접하고 싶다면, 뉴스레터 에코스 Echoes를 구독해 주세요!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53396
요즘 한국에서 가장 핫한 동물이 있죠. 그 주인공은 일명 '푸공주', 판다 푸바오인데요.
우리나라 용인 에버랜드에는 여러 마리의 판다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아빠 ‘러바오’, 엄마 ‘아이바오’, 첫째 딸 ‘푸바오’ 그리고 최근에 태어난 쌍둥이 ‘1바오, 2바오’가 그 주인공입니다. 판다의 검고 커다란 눈반점, 비교적 둔한 몸짓과 같은 귀여운 모습에 한국인들은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있습니다. 특히 푸바오 판다가족 생활의 영상이 SNS에 빠르게 공유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죠.
오늘의 글로벌 인사이트, ‘중국의 판다 외교(1)’입니다.
푸바오 관련 영상이 올라오기 만하면 조회수 몇 십만 명을 기본으로 기록합니다. 더불어 최근 7월 푸바오의 생일을 맞이하여 애버랜드에서 푸바오 매니저 일일 아르바이트 3명을 모집하는 공고에는 1만 3천여 명이 지원하는 등 그 뜨거운 인기를 증명해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류스타인 보아가 SNS에 푸바오 매니저 아르바이트 관련 글을 게시한 것을 고려하면, 전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그러나 푸바오가 중국의 판다 임대정책에 따라 향후 1년 내에 중국으로 돌아가게 되어 많은 한국인들이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푸바오의 중국 반환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한국에서 태어났으니 그대로 한국에서 살았으면 하는 입장이고요.
사실 중국의 판다 외교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프랑스 등 18개의 국가에도 적용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소프트파워 확립 및 외교 관계 개선 등을 목적으로 판다를 외교 대상 국가에 일정 기간 임대해 주고 있는데요. 그 중 일본 또한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판다에 대한 사랑이 매우 깊습니다. 2017년 일본의 우에노 동물원에서 출생한 아기 판다 ‘샹샹’은 푸바오와 마찬가지로 일본 내에서 큰 인기몰이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새끼 판다도 출생 후 4년이 지나면 번식을 위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임대 규정에 따라, 샹샹은 지난 해에 중국의 자이언트 판다 보호센터로 반환되었습니다.
이처럼 많은 판다들이 임대되고 반환되는 형식이 반복되면서, 중국의 판다 외교 형태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도 존재하는 상황이고요.
판다는 중국 쓰촨성, 간쑤성에만 서식하는 1급 멸종위기종 동물로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 한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판다 특유의 귀여운 외모와 느긋한 행동은 판다 그 자체에 대한 관심 뿐 아니라 판다가 서식하는 중국에 대한 이미지도 제고했는데요. 판다로 인해 대중들이 중국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죠.
그렇다면 중국은 멸종위기종 판다를 이용한 외교를 언제부터 시작했을까요? 시작은 1941년이었습니다. 장제스 전 중화민국 총통의 부인 쑹메이링 여사는 중일전쟁에서 중국을 지원해준 미국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판다 한 쌍을 기증했습니다. 이후 중국은 판다를 우호적인 외교관계의 상징으로 영국,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 기증하며 판다를 이용해 여러 국가들과 우호관계를 도모했고요.
판다를 기증하는 행위가 중국과 상대국 간의 우호관계를 상징하는 의미로 자리잡고 난 후, 국제 사회는 냉전시기로 접어들었습니다. 그래서 냉전이 풀리기까지 중국의 판다 외교는 사회주의 국가에 한정되었는데요. 일례로 1941년 판다를 기증받았던 경험이 있는 미국이 판다 거래를 제안하자 중국은 ‘적성국가’의 요청은 거부한다며 미국의 제안을 묵살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1972년 미국이 중국과 국교 정상화를 추진했고 잇따라 일본도 중국과 국교정상화를 선언하면서 중국은 일본에 판다를 기증했습니다.서구와의 판다 외교가 다시 시작된 것이죠.
1973년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이라는 국제협약은 중국 판다 외교의 형식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해당 조약이 체결되면서 전 세계에서 멸종위기종의 거래가 금지되었는데요. 판다도 예외는 아니었기에 1984년부터 중국은 기존의 기증에서 유상 임대 형식으로 판다 외교 정책을 수정했습니다. 현재의 판다 외교는 이때부터 시작된 것이죠. 때문에 이 이후로 전 세계의 모든 판다는 중국의 소유이며, 판다는 번식을 위해 또는 계약에 따라 일정 조건이 되면 중국으로 반환되어야 합니다.
또한, 판다가 유상 임대 형식으로 전환된 뒤 중국 판다 외교가 갖는 의미 역시 변화했습니다. 과거 우호의 상징이던 판다 외교가 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반영하게 된 것인데요. 중국은 최근 무역협정, 원자력 협정 등 경제협력에 합의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판다를 대여해주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이 판다 외교로 얻는 이익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먼저 경제적 이익인데요. 일본이 판다 '샹샹'의 부모를 빌린 임차료로 중국에 지불하는 액수는 연간 100만 달러, 한화 약 10억 6800만원에 달했습니다. 2016년 한국에 온 러바오와 아이바오 역시 15년간 임대한 것으로, 매년 판다 번식 연구기금 100만 달러를 내야 하고요.
또한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판다는 중국의 사천 지역 및 다른 몇 곳에서만 서식하며 번식률이 낮아, 그 보호에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데요. 이와 관련하여 중국은 판다 보호와 관리를 위해 다른 국가에 대여하고, 이를 위해 연간 13억원을 받고 있습니다. 판다가 대여된 지역에서 새끼를 낳았을 경우에도 5억원을 받으며, 판다가 사망한 경우에도 6억원을 받습니다. ‘귀여운 판다’ 이미지 속에 숨은 중국의 경제적 이익을 무시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외교적 이익입니다. 판다는 귀여운 외모와 독특한 특징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습니다. 따라서 판다를 다른 국가에 대여하거나 선물로 주는 행위는 중국의 긍정적인 면모 제고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또한 중국이 발행하는 위안화 표시 채권을 '판다 본드'라고 하죠. 판다 본드는 ‘중국=판다’라는 등식이 주는 이미지를 잘 활용한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판다가 외교의 목적으로 이용되면서 본래의 목적인 환경 보호와 멸종 위기 종의 보존을 위반할 우려가 생겼습니다. 일부 동물보호단체는 판다가 국제 정치적인 이슈로부터 분리되어야 한다고 말하고요. 중국은 판다를 통해 국제적으로 친화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도움을 얻었지만, 현대 외교가 단순히 판다와 같은 상징물로 우호적이게 변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판다 외교 자체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됩니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국가 주도의 외교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국가로, 본격적인 공공외교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소프트파워가 중시되는 시대적 변화에 맞추어 중국도 공공외교에 대한 발걸음을 떼고 있는데요.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국가적인 규모로 수행되었던 공공외교의 사례 두 가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공자학원 孔子学院
중국어를 공부해 본 적이 있는 분들에게 공자학원은 익숙한 이름일 것이라고 예상됩니다. 공자학원은 기본적으로 중국 외에 위치하여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가르치는 기관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한국에는 2021년 기준 총 23개의 공자학원 산하 기관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다만 최근 중국에 대한 인식 저하와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 부진한 성과를 보이고 있으나 명실상부 중국의 대표적인 공공외교 사례 중 하나입니다.
중국의 힘이 나날이 강력해지고, 세계적으로 중국과 연관된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국제 사회는 점차 중국에 대해 ‘중국위협론’이나 ‘중국책임론’ 등과 같은 카드를 내밀며 중국을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습니다. 국가의 이미지 신장과 소프트파워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았던 중국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공공외교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습니다. 그 중 중국에 대한 오해를 풀고 제대로 알리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세계 각지에 ‘중국 전문 교육 기관’을 설치하여 운영하기 시작했는데요. 그 기관이 바로 공자학원입니다.
공자학원은 당연하게도 중국 정부 산하의 기관으로, 중국 정부가 설치・관리의 과정을 담당하지만 대상자들에게 비교적 자율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어필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대해 잘 모르거나 오해를 안고 있는 ‘중국 초보자’들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을 지속하며 전문 교육인력을 양성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설치했죠. 또한 세계한어대회(汉语桥)와 같은 콘테스트 형식의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 현지의 박사 이수 프로그램, 국제회의 프로그램과 같이 보다 전문적이고 규모 있는 기획을 토대로 더욱 다양한 사용자를 유입하고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키우기 위한 시도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일대일로 기반의 청년 한(汉)학자 연수 프로그램
‘청년 한학자 연수 프로그램’은 중국의 각 지방정부가 외국인의 중국 문화, 교육 연구와 같은 연구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데요.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항저우와 같은 대도시의 고등교육기관, 학술기관 등이 협력 기관으로 매 차례 프로그램 진행 때마다 인적・물적 자원을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연구하고 확산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공자학원과 같은 기본적인, 흥미 위주의 중국 공부 내지는 연구보다는 보다 자세하고 전문적인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연수의 대주제는 ‘일대일로‘, ‘중국모델‘, ‘중국문화’입니다. 연수 분야는 역사, 정치, 경제, 철학, 예술 등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연관된 분야로 세분화되어 있고, 지역별로 원하는 기관에서 연수 과정을 진행하고 관심 분야 또는 지역에 직접 답사, 탐방 연구 역시 지원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공자학원과 비슷한 맥락으로, 주로 교육에 치중된 것으로 보여 아쉬운 평이 존재하나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이 일대일로 정책에 대한 관심도와 제한된 환경 속에서 외국 인재 유치를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중국은 앞서 말한 공자학당 등으로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공공외교를 시행했고, 이를 통해 국가의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바꾸려 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의 공공외교는 그 효과를 보았다고 진단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아프리카나 동남아 일부 지역 외, 대부분의 지역에서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우선 미국 등 서유럽 국가들의 상황을 살펴보겠습니다. 미국학자협회는 2022년 6월 기준으로, 미국 내 118개 공자학원 중 104개가 문을 닫았으며, 그나마 남은 14개 중 4개 역시 폐쇄 상태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유럽 내에서도 비슷하고요.
이러한 반중 분위기는 여론조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지난달 27일 미국 여론조사 퓨리서치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는 83%를 기록했습니다. 그리고 독일인들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는 76%를 기록했고요. 그뿐만 아니라 스웨덴은 85%, 프랑스는 72%, 영국인은 69%를 기록하며 유럽의 대부분 국가는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현재 많은 유럽의 정치인들은 반중 정서를 활용하여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대표적으로 영국의 보수당 소속의 리시 수낙 총리도 “중국이 금세기 가장 큰 위협”이라고 말하며 영국에 있는 공자학원 30개를 모두 폐쇄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탈리아의 멜로니 총리도 중국과의 일대일로 사업에 철수하겠다고 발표하며 반중 행보를 보이고 있고요.
그렇다면 다른 지역은 어떨까요? 중국과 동아시아 인접국인 한국 및 일본도 서방국가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동일기관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경우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77%에 달했으며 일본에 경우에는 87%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이나, 일본의 기시다 총리 역시 중국을 견제하고 비판하는 스탠스를 보이며 반중 전선 형성에 앞장서고 있죠.
이러한 반중 정서는 중앙아시아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전통적 우방인 파키스탄에선, 중국의 경제적 진출에 대한 반감으로 파키스탄 내 중국인과 중국 회사들을 대상으로 한 테러 사건이 지속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심지어 작년 4월엔 파키스탄 카라치대 공자학원 부근에서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 중국인 교사 3명이 사망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중국의 공공외교가 실패한 원인으로는 중국의 가치만 앞세우는 ‘중국 특색의 대국 외교’ 방침과 코로나19 기간 전염병 확산에 대한 제대로 된 책임의식 부재 등이 있는데요. 동시에 백신지원을 빌미로 중국의 정당성을 구축하려는 태도 등이 인해 반감을 더욱 키운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렇듯 한 때는 중국에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져다 주던 판다 외교를 비롯한 공공외교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와 함께 등장한 것이 바로 ‘전랑(战狼) 외교’인데요. 전랑 외교는 중국의 성장한 경제력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무력과 보복 등 공격적인 외교를 지향하는 새로운 외교방식입니다. 이는 중국의 인기 영화 제목인 '전랑(늑대 전사라는 뜻)'에 빗댄 것으로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중국의 외교 전략을 의미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의 중국 대사들은 경쟁이라도 하듯이 과격한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중국의 공격적인 전랑외교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한미동맹을 비판하며 ‘잘못된 배팅’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물론이고 지난 4월 14일 황씨롄 주필리핀 중국 대사는 “대만 거주15만 필리핀 노동자를 진정 걱정한다면 대만 독립을 명백히 반대해야 한다”면서 필리핀의 노동자를 인질로 잡겠다는 투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되기도 했죠. 이뿐만 아니라 같은 달 21일에는 루샤예 주프랑스 중국 대사가 프랑스 방송 TF1 인터뷰에서 “크림반도는 역사적으로 러시아 영토의 일부였다”면서 “옛 소련 국가들은 국제법상 유효한 지위가 없다”라고 발언해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은 즉각 항의했고, 유럽의회 소속 의원 80여 명은 루샤예에 대한 ‘페르소나 논 그라타’(기피인물) 지정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우장하오 주일 중국 대사는 취임 직후인 4월 28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만 유사시는 곧 일본의 유사시’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에 대해 비판하며 “일본의 민중이 불길 속으로 끌려들어 갈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각국 중국대사들의 경쟁적인 공격적 발언을 통해 중국이 전랑외교로 그 노선을 바꾸었다는 것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요. 하지만 7월 25일 중국 전랑외교의 상징이던 ‘친강’ 외교부장이 전격 해임되면서 중국의 외교 기조는 다시 한 번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친강의 전랑외교는 중국 내부적으로는 환영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다른 나라와의 관계에 있어서는 적지 않은 부작용이 있어왔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새롭게 펼쳐질 ‘왕이’식 외교에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판다는 중국 최고의 외교관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우는 아이에게 부드러운 인형을 쥐여주면 울음을 뚝 그치는 것처럼, '복슬복슬'하고 '통통'한 판다는 중국이 우호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일등 공신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중국의 소프트파워가 국제적으로 강성해질 수 있었던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공자학원과 유학생 교류를 꼽지만, 우리는 중국의 판다를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중국은 판다를 단순히 동물원에 더 많은 방문객을 유치하는 용도 이상의 '외교'로 활용해 왔죠.
2017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판다가 중국의 강성 외교를 완화하는 보조 외교관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중국의 한 외교대학 교수는 “중국과 해외 국가의 우호적이고 긴밀한 교류”가 핵심이라고 말했습니다. 판다의 귀여운 외모에 마음을 뺏기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그러나 그들의 귀여움이 현실을 가려서는 안됩니다. 판다는 사실상 ‘대여 형식’입니다. 출생 2년 후에는 중국의 번식 센터로 돌아가야 하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한국의 푸바오도 아쉬운 이별을 앞두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판다를 대여받은 나라는 판다를 성실히 키워야 할 의무도 함께 부여받습니다. 유지 비용도 만만치 않을 뿐더러, 1년에 100만달러, 한화로 약 13억원이 넘는 돈을 중국에 지불해야 하고요. 재주는 판다가 넘고 돈은 중국이 챙기는 상황이죠.
이것이 판다 외교의 이면입니다. 판다를 양육하는 비용과 부담은 상당한데, 그에 따라오는 외교적 혜택이 과연 그에 미치냐고 묻는다면 많은 나라들이 고개를 저을 것입니다. 많은 나라들이 판다를 반환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 무대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면서 판다로 대표되는 소프트 외교는 점점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전랑외교'가 주변국들로 하여금 중국을 견제하고 탈중국 노선을 선택하게 만드는 마당에, 전랑외교를 채택하고 있는 중국을 앞에 두고 굳이 나서서 판다를 대여받을 이유가 있을까요.
중국은 당분간은 현재의 전랑외교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단순히 거칠고 강경한 외교 방식만을 고수할 것이 아니라, 대국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만큼 겸손히 비판을 받아들이고 세련되고 유연한 방향으로 외교 방식을 다듬어 나가야 할 것입니다.
Editor 이경민, 장윤수, 김예림, 신성은, 김한솔, 장유정, 박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