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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국제시사연합 ICAU Sep 21. 2023

책 《군중심리》: 군중의 마음 사로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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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군중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으신가요? 그렇다면 잘 오셨습니다. 이 책은 군중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사로잡을 수 있는지 적혀있으니까요. 다만 주의하실 점은 인류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인 히틀러와 무솔리니도 즐겨 읽었다는 겁니다. 즉 그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군중들을 다스리고 전체주의를 형성하는 데 이용했다는 거죠. 이 점을 유념한 채, 군중을 분석한 사회심리학 도서 《군중심리》에 대한 리뷰를 시작해 보겠습니다.


▲ 책 《군중심리》 <사진=네이버북스>

따라서 책에는 프랑스 혁명 당시의 사회상과 군중에 대해 냉소적으로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군중에 대한 그의 분석은 오늘날에도 일부 공감 가는 부분이 있고요.




① 군중이 뭐야?


우선 여러분은 군중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여의도 불꽃축제에 참여한 사람들, 강남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들? 그들은 과연 군중일까요? 르봉의 정의에 따르면 그 사람들은 군중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해당 인파들에게는 ‘집단적 정신상태’가 없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군중은 무엇일까요? 르봉은 군중을 ‘집단적 정신상태’를 형성하는 집단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미국 대선이 부정투표라고 주장하며 미국의 의사당을 습격한 당시 저 사람들은 군중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네! 군중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집단적 정신상태를 형성하고 공유하니까요.


▲ 백악관 앞에서 집회가 끝난 뒤 의회장을 습격한 트럼프 지지자들 <사진=연합뉴스>


다시 내용으로 돌아와 봅시다. 르봉은 군중을 어떻게 평가하고, 또 어떤 특성이 있다고 말했을까요?


우선 르봉은 군중에 대해 좋은 인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왜냐하면, 르봉은 프랑스 혁명 기간에 살았던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르봉은 격동의 프랑스 혁명의 전 과정을 지켜봤던 사람인 거죠. 나폴레옹 황제 집권부터, 민중들이 최초의 사회주의 자치 정부 파리 꼬뮌 정부를 만든 상황까지요. 르봉은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 수많은 기득권들이 군중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그 시대를 불안하게 평가하고, 그 변화의 주체인 군중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르봉은 책의 초반부터 군중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힙니다. 르봉은 “군중은 독립된 개인보다 항상 지적으로 열등하다 그러나 감정이나 감정이 야기하는 행동으로 볼 때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군중은 독립된 개인보다 우등할 수도 있고 열등할 수도 있다”라고 말하며 군중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남겼습니다. 즉 그는 군중에 속해 있지 않은 개인과 군중에 속해 있는 개인의 지적 능력에는 차이가 있다고 진단을 내린 거죠.


그렇다면 르봉은 군중의 특성을 무엇이라고 설명했을까요?




② 군중의 동질성과 무의식


르봉은 군종 속에서 개인의 개성은 사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군중 내에서는 직업이나 연령, 계층 등의 외부적 요소는 사라지고 개인의 성격이나 생각도 드러나지 않게 된다고 분석한 것인데요. 예를 들어, 특정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재산, 능력, 나이 등이 다르며 각계각층의 다양한 생각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밖에서 그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그들은 하나의 덩어리처럼 보입니다. 사람들이 내부에서 동질성을 형성했기 때문에 개개인의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거죠. 그렇다면 그 군중을 움직이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르봉은 동질성을 갖는 집단을 움직이는 것은 군중의 무의식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르봉은 “군중은 의심할 나위 없이 무의식 상태에 있다”라고 말하며 군중을 무의식적이고 충동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르봉의 분석이 얼추 맞는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규모 군중집회에서는 일반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가장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법으로 특정 구호를 외치는 것을 선택합니다. 그러므로 복잡한 내용보다 단순한 문구로 구호를 형성하죠. 그러므로 개인이 아무리 지식이 뛰어나고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말을 하더라도 군중 속에서는 단순하고 자극적인 구호가 주목을 받는 것이 사실고요.


그리고 군중 속 개인은 단순한 구호에 영향을 받게 되고, 더 나아가 분위기에 휩싸이면 개인의 의지와 다르게 충동적이면서 폭력이 동반한 행동을 저지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이번 프랑스의 이민자 소년 ‘나엘’이 사망한 사건에 대한 항의 집회를 보면 알 수 있죠. 인종차별에 항의한 군중들은 점차 폭력시위로 변질되었고, 그들은 가게를 약탈하거나 방화까지 하는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르봉은 군중이 암시에 쉽게 걸리고 그 암시가 빠르게 전달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즉 군중은 충동적인 말, 즉 암시에 큰 영향을 받고, 과격한 지도자의 말이 군중을 폭력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빈번하며, 특정 지도자의 과격한 언행이 평화 시위를 폭력 시위로 만들기도 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군중 톺아보기


르봉은 동질성과 무의식적 성격을 갖는 군중이 단순해졌기 때문에 복잡한 논리를 수용하지 못한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어렵기 때문인데요. 그러므로 군중은 피상적인 이미지를 통해서만 생각을 합니다. 겉으로 드러난 유사성으로만 상황을 판단하는 거죠.


▲ 1936년 집회에서 나치식 경례를 하는 군중들 <사진=위키미디어>


많은 독재자들이 대중을 통치할 때 단순한 이미지를 활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아돌프 하틀러도 ‘아리아인의 승리, 찬란한 미래’라는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활용하며 이를 통치수단으로 활용했고, 러시아의 푸틴 역시 ‘슬라브 민족의 승리’, ‘남성성을 지닌 푸틴’ 등을 이미지화하여 장기집권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르봉은 군중 내에 형성 된 단순화하고 극단적인 사고가 내부 사회에 이분법을 조장하고 과장된 분노와 숭배 심리를 만들어낸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오늘날에도 특정 집단에서 가짜뉴스 등을 유포해서 해당 집단과 반대되는 정치인 등을 차마 입에 담지 못하는 악플 등으로 공격하는 예시를 통해 우리는 해당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르봉은 군중심리 저서에서 정치인들에게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르봉은 “군중이 어떤 단어에 담긴 이미지에 깊은 반감을 품게 되었을 때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가장 먼저 그 단어부터 다른 것으로 바꾸어야 한다. 물론 어떤 사물이나 사건 자체까지 건드릴 필요는 없다”라고 말하며 군중들의 무의식, 감정을 컨트롤 하기 위한 솔루션도 제시했습니다. 최근에도 이러한 전략은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한국의 특정 정당이 여론 전환을 위해 “핵 오염수” 명칭을 “핵 처리수”라고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례를 보면 알 수 있죠.


물론, 군중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면 오늘날 사회는 과거 르봉이 살았던 시대와 다르니까요. 오히려 군중이 가지고 있는 열정, 사회개혁에 대한 열망으로 인해 사회가 발전하고 변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4.19 혁명이나, 대통령 직선제를 이뤄냈던 87년 6월 항쟁이 대표적인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군중은 암시에 따라 변화하는 존재입니다. 이 말인 즉슨, 암시를 통해 군중이 도덕적으로 변화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군중에 대해 좋은 측면과 나쁜 측면 모두를 안다면 이 사회는 분명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며, 성숙한 대중문화 등을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④ 에디터 총평: ★★★★☆


사회심리학 저서의 경전으로 불리는 《군중심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다만 르봉이 분석한 시대적 상황과 오늘날 대중의 교육 수준, 여론 및 정보 수집 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하고 읽으신다면 더욱 보람찬 독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많은 정치인이 읽은 책 《군중심리》, 선선한 가을 바람과 함께 경민님도 한 번 읽어보시는 거 어떨까요?



Editor 피아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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