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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는 정신 없는 국제 정세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경민님은 최근 동아시아 정세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표현하실 건가요? 비교적 극단적이긴 하지만 누군가는 ‘미국 vs 중국’이라고 표현할 것입니다. 에코스를 꾸준히 읽은 독자라면 좀 과격하긴 하지만 해당 표현에 동의할 것이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한미일' 교류가 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역사를 살펴보면 삼국의 동맹이 어색한 부분이 있습니다. 1945년에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투하하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도 있죠. 이러한 역사적 상황을 고려하면, 일본 정치인들이 쉽게 미국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좀 괴리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러나 최근 일본 총리들은 미국에 매우 충성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정치 및 외교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이 미국에 굴종적일 정도로 미국에 의존하게 되었다고 평하며, 그렇게 된 원인을 분석했습니다. 그렇다면 저자 소개부터 일부 내용까지 함께 살펴보시죠!
우선 이 책의 저자를 모르고 해당 저서를 본다면, 단순한 음모론자가 쓴 거 아니야? 이거 소설가가 쓴 거 아니야? 라는 의문을 가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그러므로 역설적 표현이긴 합니다만, 해당 저서의 신뢰성을 높이고자 저자를 먼저 소개하려 합니다.
저자의 이름은 ‘마고사키 우케루’로 일본 외무성에서 36년간 국제정보 국장, 우즈베키스탄, 이란대사 등을 역임하였고, 2009년 부터는 일본의 자위대 간부 후보를 가르치는 방위대학교 교수를 역임했습니다. 해당 저자는 과거 일본의 우익이 세력 확장을 위해 독도나 센카쿠 열도 등의 영토문제를 이용한다는 소신발언을 하여 대중들에게 주목을 받은 적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외교 관료로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인지, 이번 저서에도 역사적 사료나 논리들이 매우 탄탄하게 전개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이 책에 나오는 흥미로운 내용 몇 가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이 책은 세계 2차대전 이후, 미군정 통치 내용부터 시작됩니다. 미국은 1945년부터 1952년까지 약 7년간 일본을 점령했습니다. 책에서 살펴보면, 미국의 맥아더 장군은 점령 초기 일본을 낙농업 국가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단순 배급만 하였을 뿐 제대로 된 지원은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1950년, 이후 미국의 계획은 변경됩니다.
왜냐하면 그 시기에 한국 전쟁이 발생했기 때문이죠. 한국 전쟁의 발발로 인해 미국은 일본을 공산주의의 확산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한 중요한 동맹국으로 여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은 일본을 부흥시키는 데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으며, 이러한 변화로 인해 일본은 군수 공장 등을 개설하고 경제적으로 부흥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저자는 패전 트라우마를 일본이 굴욕적인 외교를 보이는 원인으로 진단합니다. 1945년 9월 2일, 일본 대표가 연합군 앞에 머리를 숙이며 항복 문서에 서명한 순간부터 미군정이 일본을 통치한 시기까지, 일본의 정치인과 국민들은 패배의 수치를 회피하려는 자기 암시적 태도를 취하였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저자는 일본 정치인과 국민들이 패전의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며, 전후 일본의 정체성이 미국의 세계 패권주의를 지지하고 추종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미국을 추종하는 정치인으로 변화시키는 시스템이 존재할까요? 저자는 미국이 일본의 자주적인 외교를 주장하는 정치인을 친미파로 변화시키는 시스템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는 일본의 검찰과 언론이 이 시스템을 주도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일본 검찰과 언론을 사주하여 미국 입맛에 맞지 않는 정치인들을 구속하거나 반대 여론을 조성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죠.
실제 과거 일본에서, 미국 대통령이 일본 수상을 잘 만나주지 않으면 해당 정권에 비판적인 내용의 기사가 메스컴을 장식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그러한 기사가 나온 이후에는 내각 지지도가 하락하며 정권 유지가 힘들어진 사례도 있습니다.
사실 이 내용들 이외에도, 다나카 수상의 실각 사례라던가, 플라자 합의 등 경제적 사례, 센카쿠 열도 분쟁 상황속에서의 미국과의 외교적 노선 구축 사례 등을 예시로 저자는 미국의 일본 길들이기 사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 후 저자는 이 책 말미에 본인이 전달하고 싶은 요점 세 가지를 작성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요점을 설명했을까요? 첫 번째, 미국의 대일정책은 어디까지나 미국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일본의 이익과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두 번째, 미국의 대일정책은 환경이 변화하면 크게 바뀐다고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이전에 언급한, 낙농업 국가에서 냉전시대 공산주의 억제를 위해 산업을 부흥시킨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고 하죠. 이 책에는 안나오지만 최근 중국을 견제하는 외교정책에서도 일본을 이용하는 모습을 통해 해당 논리가 어느정도 설득력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미국이 자국의 이익에 근거하여 일본에게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의 요구를 다 들어주지 않되 동시에 자주적인 목소리를 내야한다고 말합니다. 일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면 당연한 주장이기도 하죠.
음모론적인 요소가 있어, 해당 저서의 내용을 100% 신뢰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하지만 책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는 독자에게 미국과 일본 간의 복잡한 관계와 동맹의 변화를 깊게 이해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합니다. 마고사키 우케루의 역사적 통찰과 분석을 통해 일본의 대미정책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또 그것이 일본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대한 흥미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매우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동아시아 정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보다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동시에 저는 한국의 외교 정책 및 정치 역사에도 유사점이 존재한다는 것을 느꼈는데요. 독자 분들도 우리나라와 일본의 유사점을 파악하면서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Editor 피아프Pia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