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국제시사연합 ICAU Dec 12. 2023

위험에 내몰린 플랫폼 노동자

국제시사연합ICAU의 글을 하루 먼저 접하고 싶다면, 뉴스레터 에코스 Echoes를 구독해 주세요!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253396




3년 전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장덕준씨 사망 사건에 대해 유가족이 소송에 나선 가운데 쿠팡에서는 올해만 4명의 노동자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최근에는 경기 군포시에서 쿠팡 새벽배송을 하던 노동자 박 씨가 과로로 인해 사망했고요. 이에 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보호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며 플랫폼 노동자 처우 개선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플랫폼 노동자의 현실 및 해결 방안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오늘의 글로벌 인사이트, ‘위험에 내몰린 플랫폼 노동자’입니다.



플랫폼 노동자?


플랫폼 노동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만들어진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노동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흔히들 생각하는 기존의 노동 형태와는 확연히 차별화된 새로운 형태의 노동으로 디지털 경제 시대의 도래와 함께 출현해 네트워크, 클라우드 등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으로 플랫폼 노동이라는 새로운 일자리를 양산하게 되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와 유로파운드(UN 산하연구기관)에서는 플랫폼 노동을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여 불특정 조직이나 개인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보수 혹은 소득을 얻는 일자리’로 정의했습니다. 또한 한국고용정보원에서는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를 통해 일자리를 구하고 단속적 일거리 1건당 일정한 보수를 받고,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일하며 근로소득을 획득하는 근로형태’라 규정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플랫폼 노동은 ‘노동의 우버화(Uberization)’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키며 점차 노동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노동 플랫폼은 지역 기반형과 웹 기반형으로 구분되는데요. 지역 기반형은 대표적으로 우버(Uber)와 같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업무가 할당되고 특정 지역에서 고객과 대면하여 서비스가 이루어지는 형태이며, 웹 기반형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물리적 대면 없이 온라인에서만 업무 수행이 이루어지는 형태의 디지털 노동 플랫폼입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2022년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 조사 결과 우리나라 플랫폼 노동자는 지난해 기준 80만명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2021년에 비해 20.3% 증가한 수치입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디지털 전환이 보다 가속화되면서 그 수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요.


▲ 우리나라 플랫폼 종사자 규모와 근무실태 <사진=Keis>


직종별 규모는 2022년 기준으로 배달·배송·운전 직종이 여전히 가장 큰 부문을 차지하고 있지만 가사·청소·돌봄 직종(89.3%)과 웹 기반형 플랫폼 직종의 종사자 수가 2021년에 비해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대한민국 플랫폼 노동자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은 어떠할까요?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노동자


플랫폼 노동의 사회적 쟁점은 플랫폼 종사자들이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해 노동법과 사회보장법 등으로부터 배제되어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이 독립 자영업자의 지위에서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노동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최저임금, 근로시간 제한, 휴가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또 그렇기 때문에 사회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해 일을 하다 다쳐도 보상을 받지 못하고, 실직을 해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수고용직종사자들 중 일정 요건을 갖춘 사람들에 대하여는 일부 사회보험법령에서 특례 규정을 두어 불완전하나마 보호하고는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에서는 일정 요건을 충족한 특수고용직종사자들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라고 하여 산재보험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재보험법 제125조에서 의미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인정되려면,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해야 하고, 노무를 제공함에 있어서 타인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자여야 합니다.


또한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125조에서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를 14개 직종 종사자로 열거하고 있는데요. 문제는 시행령이 정하는 14개 직종에 포함된다 할지라도 플랫폼 노동 종사자들의 경우 대부분이 복수의 사업주에게 노무를 제공하므로 특정 사업주의 전속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산재보험법의 사각지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 플랫폼 종사자의 고용보험과 산재보험 가입현황 <사진=Keis>


이에 2020년부터 플랫폼 노동자를 대상으로 사회보험 적용 범위를 확대해 오고 있습니다. 점차 점진적으로 예술인, 노무제공자 12개 직종, 대리운전·퀵서비스 등 플랫폼 2개 직종, 그리고 IT소프트웨어 기술자가 고용보험의 적용 대상이 되었고요. 그 결과 2022년 기준 고용보험에 가입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6.4%로 나타나 2021년(29.1%)에 비해 17.3%p 증가했습니다.


2022년에는 산재보험의 ‘전속성’ 인정 요건을 폐지하는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며 올해 7월부터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노무를 제공하는 퀵서비스기사와 대리운전기사 그리고 화물차주가 특례 적용대상 직종으로 적용됩니다. 따라서 산재보험에 가입한 플랫폼 노동자의 수는 앞으로 더 증가할 전망입니다.


그러나 법률 개정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선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보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첫째, 부분 실업이 인정되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둘째, 플랫폼 노동자에겐 권고사직·계약만료 해고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아 사측이 ‘노무제공계약’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셋째, 산재보험의 휴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낮습니다.


이와 같이 기존의 개선 방안은 실효성이 미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플랫폼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에 관한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외국의 사례


중국 ��



2020년 1월 1일, 중국은 <플랫폼 경제 종사자 보호 규정>을 발표하며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을 강조했습니다. 이 규정은 플랫폼 노동자를 "플랫폼 기업의 플랫폼을 통해 노동을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그들이 지녀야 할 기본 권리인 근로계약 체결권, 최저임금 보장권, 노동시간 준수권, 안전보건 조치권, 사회보장 혜택 수급권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법률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근로계약 체결권: 플랫폼 노동자는 근로계약을 체결할 권리가 있으며, 근로계약에는 노동 내용, 근로시간, 임금, 휴식, 사회보장 등이 명시돼야 한다.


     최저임금 보장권: 국가가 정한 최저임금을 보장받아야 하며, 플랫폼 기업은 이를 준수해야 한다.


     노동시간 준수권: 근로기준법에 따른 노동시간을 준수받을 권리가 있으며, 하루 8시간 및 주 40시간을 초과하여 노동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


     안전보건 조치권: 안전하고 건강한 근무환경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으며, 플랫폼 기업은 이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사회보장 혜택 수급권: 국민연금, 건강보험, 산재보험 등의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단, 이 규정은 플랫폼 노동자를 법률상의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를 근거로 앞으로 중국 정부는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 더욱 효과적인 감시와 규제 체계를 구축해 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플랫폼 기업과 노동자 간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안전하고 공정한 노동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둘 것으로 보이고요.


일본 ��


2022년 일본의 프리랜서 협회가 약 14,000여명의 플랫폼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지에 따르면 응답자의 63%는 현재 자신의 일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은 1985년도에 파견법 관련해서 법을 제정한 이후, 간접 고용이 고도로 발달하고 확산되었다고 전문가들은 이야기 합니다. 그렇다면 플랫폼 노동자가 도입된 시기는 한국과 비슷한데, 한국과의 사회적 분위기는 왜 이렇게 다를까요?


한국 비정규 노동센터는 이에 대해서 분석한 바를 내어 놓았습니다.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은 일본이 한국보다 ‘간접고용’을 먼저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일본은 더욱 일찍이 파견 노동이 가능했고, 파견 허용 등의 제약조건이 훨씬 더 느슨한 것이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또한 그 당시 한국은 IMF(외환위기)와 같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겪으면서 한 번에 피고용자들이 개인사업자 전환될 일이 없었다고 전했습니다.


스페인 ��


스페인은 유럽연합 의회에서 플랫폼 노동자들을 자영업자가 아닌 노동자로 인정하겠다고 발언하며 선두적으로 나섰습니다. 2021년 5월, 스페인은 배달 플랫폼 기업에 대한 혁신적인 법안, 일명 '라이더 법'을 도입하여 주목 받았는데요 이 법은 기존의 노동법을 개선하고, 특히 플랫폼 배달앱에서 활동하는 라이더들을 자영업자가 아닌 정규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새로운 규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법의 영향으로 23년 8월 현재 스페인에서 근무하는 라이더의 수는 10,980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이 중 약 98%가 정규직으로 고용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스페인은 이와 같은 규정을 도입하여 플랫폼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을 의무화한 유럽 최초의 국가로서, 기술과 노동의 조화를 위한 획기적인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 '故 장덕준 유족 전국순회투쟁 발족 기자회견'에 참석한 故 장덕준 씨의 아버지 장광 씨와 어머니 박미숙 씨 <사진=뉴스민>


독일 ��


 독일은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을 갖추고 있지만, 이는 여전히 도전적인 과제들을 안고 있습니다. 독일에서는 주로 근로시간, 임금, 안전보건 등의 측면에서 플랫폼 노동자를 보호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요. 해당 법률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근로계약 및 근로시간: 독일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근로계약을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하고 있고요. 또한,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시간을 준수하도록 요구하여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적절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임금 보장: 독일은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노동자의 최소한의 경제적 보호를 제공하고, 불안정한 수입에 대한 일부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안전보건 조치: 플랫폼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가 시행 중입니다. 특히, 운전자나 배송원과 같은 노동자들의 안전을 고려한 특별한 규정과 지침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한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앞서 언급했듯 플랫폼 노동시장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시장은 특히 유연성과 낮은 진입장벽으로 경력 단절 노동자, 장애인, 구직 청년, 노인 등 일자리를 얻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입니다. 플랫폼 노동시장이 사회적 약자 계층의 취업 창구로 이용되고 있는 만큼 플랫폼 노동시장의 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가장 시급한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플랫폼 노동자의 처우 개선의 핵심은 플랫폼 노동자의 불안정한 지위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7월 산재보험법에서 ‘전속성 요건’을 폐지한 뒤 산재보험 가입자가 65만명 이상 증가하는 등 처우 개선에 힘쓰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속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노동자의 경우, 산재법의 모든 보호를 받을 수 없어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이번 법 개정으로 인정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지위는 여전히 플랫폼 노동자를 자영업자의 한 형태로 인정하는 법안으로 임금근로자가 누리는 법의 보호를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도 존재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들의 지위를 보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여러 형태가 논의되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로 인정하는 방안


대표적으로 스페인이 ‘라이더법’을 발휘해 배달 라이더를 독립된 근로자의 한 형태로 인정하는 법안을 도입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플랫폼 종사자를 근로자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노동법상 근로자의 정의를 포함한 다수의 법령을 전면개정해야 해 법률 재정비에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 번 제대로 된 개정이 이루어지고 나면 플랫폼 노동자 역시 일반 임금 근로자와 같이 모든 근로자의 지위를 누릴 수 있게 되어 법적 지위가 확실하게 보장될 것으로 기대되고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지위 + 근로자 보호범위 적용


이 방안은 플랫폼 노동자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지위로 설정하는 대신 노동법상 근로자가 받는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두는 방안입니다. 프랑스는 현재 이런 방식으로 플랫폼 노동자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산업보험 가입 등의 보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받는 보호는 예외적인 것이기 때문에 프랑스의 플랫폼 노동자들은 더 넓은 보호를 받기 위해 임금근로자의 지위를 얻고자 소송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 7월 산재보험법 개정을 통해 이와 같은 방안에 한 발자국 가까이 다가갔는데요. 하지만 프랑스의 경우처럼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누릴 수 있는 보호 혜택을 한정적으로 규정한다면 플랫폼 노동자들 중 일부는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있게 될 것입니다.


플랫폼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 개선은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스페인, 영국, 프랑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물론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에서도 관련 법률이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각 국의 법안을 참고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법안을 만들어 플랫폼 노동자들의 지위 보호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Editor 김은혜, 이소연, 고은빈, 손혜령, 정소운. 안예현, 김예림

작가의 이전글 영화 <소년 아메드>: 이슬람, 광신, 테러리스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