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게 많다는 건 축복일까?
어릴 적 나는 유난히 하고 싶은 게 많았다. 피아노, 요리, 바둑, 검도, 통기타 등 한 번 꽂히면 기어코 해봐야 직성이 풀렸다. 학원에 다닌 적도 많았지만, 막상 시작해 보면 금세 흥미가 사라지곤 했다. 하루 만에 그만두기도 했고, 끝까지 해본 건 하나도 없었다.
그땐 싫증을 잘 내는 내 모습을 스스로 위로하며, 그래도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고 합리화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사실 나는 그 활동 자체보다는 그걸 잘하는 사람이 멋있어 보여서 따라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어서 시작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기대했던 모습과 다르게 처음부터 배워나가다 보니 손에 익지 않고 힘들고 지루한 일이었다. 진도가 느리게 느껴지자 “아, 이건 나랑 안 맞는구나” 하고 쉽게 포기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멋져 보였던 사람들’을 보면, 겉모습보다는 이면에 어떤 노력을 했고 버텨왔는지를 먼저 떠올리게 됐다. 지금 내가 하고 싶다고 느끼는 것은 순간의 과시일까, 진짜 좋아서 하는 걸까?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예전의 그 짧은 경험들은 그저 낭비였을까? 또 꼭 그렇지도 않다. 돌이켜 보면, 그 시도들 덕분에 나는 진짜 좋아하는 것을 빠르게 알아가는 법을 배웠다.
잠깐의 경험이라도 시야를 넓히고, 다양한 상황에서의 흡수력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결국, “좋았으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라는 말이 있듯 잠깐의 경험도 버릴 게 하나 없다는 결론을 냈다.
애매한 조각들이 모여 지금의 내가 되었고,
이제는 그 조각들을 이어 붙여 더 나은 ‘미래의 나’를 만들어가는 일에 집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