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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Do Jun 27. 2023

먼지 요정의 편지 05.

05. 운동화 신은 기러기


To: 왠지 모르게 오늘도 피곤한 너에게


오랜만이야 친구!

얼마 만에 너에게 글을 쓰는지 모르겠어.

사실 요 몇 주 동안 우리 숲에 생각지 못한 새로운 손님이 와서 정신이 없었거든. 하지만 결코 너를 잊거나, 너에게 할 말이 없어서 연락을 못한 것이 아님을 네가 꼭 좀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오히려 너와의 대화와 조언이 간절했던 몇 주였거든.  


모든 일은 우리 숲에서 매 여름 초마다 열리고 있는 연례행사인 ‘반바지를 맞이하는 날’에 일어났어.


‘반바지를 맞이하는 날’이란 다가오는 우리 친구인 ‘여름’의 귀환을 축하하는 날이야. 물론 드레스 코드는 ‘반바지’인 행사이지.


이번 연도의 ‘반바지를 맞이하는 날’ 또한 작년과 다름없이 숲 속 모든 요정들과 동물들이 숲 속 회담장에 모여 각기 정성을 다해서 만들어온 음식을 긴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언제나 즐거운 이 행사에 대한 기대를 한껏 품고 있었어.


이 행사를 간단히 소개하자면, 여름이 우리에게 낳아준 맛있는 음식들과 그것을 서로 나눌 수 있는 그 행복을 맛보며, 생일을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린 꽃들의 정령들이 준비한 어설프지만 귀여운 춤사위를 구경하는 웃음이 끊기지 않는 완벽한 하루를 보내는 날이라고 할 수 있지.


그게… 보통은 말이야..?



이번 연도의 ‘반바지를 맞이하는 날’ 행사는 생각보다 빨리 그 끝을 맞이했어.


 기다란 식탁에 둘러앉아 꿀벌 요정들의 유명한 ‘벌꿀 쿠키 디저트’를 기다리고 있던 중에 저어 멀리서 어렴풋이 우당탕! 하며 숲이 일렁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어.


 그 소리의 원인을  알아차리기 전에, 거대한 ‘쓔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커다란 무엇인가가 아직 먹다가 남은 음식들 접시 사이에 거대한 굉음을 내며 떨어졌어.


긴 탁자 주위에 둘러앉아있던 숲 속 식구들은 그 정체 모를 무엇인가가 음식들과 부딪히며 사방에 튄 음식들의 파편을 뒤집어쓰거나, 어린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그들을 꼬옥 안고 있거나, 아니면 놀라 뒤로 넘어지는 등 각기 다른 리액션이었지만 얼굴에 두려움의 표정이 드리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지.  


모두가 그 정체 모를 것에 가까이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을 때, 우리 숲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주민인 카피바라, ’바나’ 할머니가 한걸음 한걸음 그 형체에 다가가기 시작했어. 주위에 다른 동물들은 그녀를 걱정 어린 마음에 막으려 했지만, 그녀가 단호하게 발굽을 들어 올리자 한순간에 모두가 물러날 수밖에 없었어.


“젊은이… 괜찮누…?”


할머니가 지칭하는 ‘젊은이’가 누군지 내 작은 뇌가 인식하기도 전에 식탁 위에 그 형체가 비틀거리며 얼굴을 들었어.


커다란 날개와 깃털에 숨겨져 있던 그 얼굴은 바로

기러기였어. 피투성이에 엉망이 된 그의 얼굴은 하늘을 향하더니 얼마 버티지 못하고 바나 할머니께 정체 모를 말을 웅얼거리더니 다시 쓰러져 버렸어.


이로 인해 ‘반바지를 맞이하는 날’ 행사는 급히 마무리가 되고 숲 속 식구들은 하나같이 우울한 표정으로 벌꿀 쿠키 한 조각씩만을 손에 꼬옥 쥔 채로 집에 털래 털래 돌아갈 수밖에 없었어. 그 정체 모를 기러기 아저씨는 숲 속의 유일한 병원인 거대한 떡갈나무 병원으로 옮겨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그는 3일은 꼬박 잠만 잤단 것 같아. 단 한순간도 깨지 않은 채, 마치 죽음에 든 것처럼 단 하나의 움직임도 없이 말이야.


그 사이 그의 가족으로 추정되는 기러기 3마리가 병원에 찾아왔어. 한 마리는 아저씨의 부인으로 보였고, 다른 두 작은 기러기들은 누가보아도 아저씨를 빼닮아 그들이 한 가족임은 분명해 보였어. 나는 아저씨의 병실이 있는 옆 가지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대화를 다 듣지는 못했지만, 아저씨의 가족들은 여기서 아저씨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는 것 같았어.

하지만 바나 할머니가 기러기 부인의 날개를 토닥이며 귓속말로 어떠한 말을 하자 부인은 그 자리에서 한참을 눈물을 흐트러뜨리다가 마지막으로 누워있는 아저씨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한참 시간을 보내더니 이내  아빠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는 아이들을 챙겨 나와 다시 밤하늘을 날아갔어.


나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어. 도대체 쓰러져있는 가족을 떠날 만큼 중요한 일이 무엇이 있을까?

그들이 서로를 충분하게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인 걸까? 그리고 남아있겠다는 의지가 바뀔 만한 바나 할머니의 말은 무엇일까?


나는 많은 궁금증은 있었지만 차마 침통한 병실의 분위기에 바나 할머니께 묻지 못하였어.

그렇게 나는 나의 궁금증 해소라는 불건전한 이유와, 바나 할머니를 도와 기러기 아저씨를 간호하겠다는 공식적인 이유로 2주 동안 집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병실에서 보내는 시간을 더욱 많이 보냈던 것 같아.


 아저씨는 쓰러진 뒤 3일 후 일어난 아저씨는 일주일 동안은 낮에는 숲 속을 떠나가도록 고통에 찬 목소리로 울부짖기도, 밤에는 구슬피 울면서 시간을 다 보냈던 것 같아. 가끔은 펴지지 않는 날개를 애써 날갯짓하며 날아보려다가 몇 번이고 나무 밑으로 떨어져 의사 선생님인 부엉이 아저씨가 그를 계속해서 나무 위 병실로 데리고 와야 했어. 아저씨는 자신이 더 이상 날 수 없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만 같았어. 부엉이 의사 선생님이 몇 번이고 한쪽 날개에 너무 많은 총을 맞아 날개뼈가 갈기갈기 부러져 다시 하늘을 날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을 해도 말이야.


하지만 계속되는 실패에 드디어 기러기 아저씨에게도 당신이 이제는 하늘에서 맛보던 자유는 이제 불가능한 일임을 깨닫게 된 것 같아. 그는 더 이상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게 되어버렸어. 그의 눈에 활활 타오르던 슬픔과 분노, 그 외의 모든 감정들도 모두 꺼져버린 듯 무기력한 재만 남게 되었지.


시간이 더 지나, 날개를 제외하고 모든 것이 나아진 아저씨는 병원에서 나가기를 희망했어. 이곳에 있으면 슬픔에게 좀먹힐 것 같다며 이곳 외에 아무 곳이나 상관없다고, 이사만 가고 싶다고 부엉이 아저씨께 요청했거든. 그때까지 아저씨에 대한 호기심이 아직 지대하였던 나는 우리 집이 있는 나무에 유난히 굵은 나무 가지들이 많다며 아저씨만 괜찮으시다면 우리 집 나무로 이사 오면 될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 그때 처음으로 아저씨가 나라는 존재를 인식한 것 같았어. 아저씨의 몸이 예상치 못한 나의 목소리에 움찔! 하시는 걸 봤으니 말이야.


 그렇게 나는 첫 이웃을 맞이하게 되었어. 비록 아저씨는 홀로 시간을 많이 보내는 편이라 많은 접점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달이 유난히 밝아 아저씨의 가지를 비출 때, 아저씨의 고개가 하늘을 향해 있다는 것을 나는 가만히 지켜만 볼 수 없었어.


 그런 아저씨의 뒷모습을 보며 앞이 얼마나 캄캄할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기에 함부로 아저씨에게 위로의 말조차 건넬 수 없었어. 세상이 내가 무너지기 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데 자신만 발이 묶여있는 기분에 뭐가 좋은지 아무리 고민해 보아도 나는 답을 찾을 수 없었으니 말이야.


 그래서 나는 그 날밤 이후로 아저씨에게 아침 산책을 하자거나, 아니면 맛있는 저녁 식사 초대를 매일 빼먹지 않고 제안하기 시작했어. 적어도 아저씨가 외롭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한 제안이긴 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나는 진정 아저씨와 보내는 시간을 진정 즐기게 되었던 것 같아. 아저씨는 나에게 전 세계를 날아다니며 있었던 이야기들과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하늘의 경관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주셨어. 가끔 구름 위로 너무 높이 날았을 때, 아직 지구를 떠나가지 못한 영혼들이 하늘 물고기들과 함께 어우러져 밤하늘을 아름다운 불빛으로 수놓으며 헤엄치는 광경들이나, 날씨가 궂은날 비행을 하다가 우연히 비 요정들이 야구를 하는 경기장까지 흘러들어 가 그들이 홈런을 쳤을 때 들리는 천둥소리에 귀가 먹어 한동안 가족들과 입모양만으로 대화했다던 그런 소소하지만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내 하루를 꽉 채웠거든.


하지만 나만이 함께 한 시간들이 의미 있었던 건 아니었던 것 같아. 왜냐하면 아저씨가 나에게 먼저 산책을 제안하는 일이 나날이 많아졌거든!

비록 아저씨가 땅에서 오랜 시간 걸어본 경험이 적다 보니 오랜 산책은 무리였지만, 점점 그 시간이 늘어나더니 나중에는 심지어 내가 헐떡일 때 아저씨는 우리 산을 한 바퀴 더 돌고 오겠다고 하실 정도였으니 말이야. 처음에는 아저씨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에 많이 걱정이 되었어. 어느 날은 심지어 밤늦게 까지 아저씨가 돌아오지 않자 내가 아저씨의 실종 신고를 한 적도 있으니깐 말이야. 숲 속 모든 식구들이 산을 열심히 뒤진 결과. 아저씨는 산 중턱에서 발이 쓰러진 나무줄기들 사이에 걸려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인 것을 구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야.


그 이후에 걱정되어 아저씨께 조심스럽게 산책은 저와 함께 할 때만 하시라라고도 말씀드려 보았지만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 왜인지 모르겠지만 아저씨의 눈빛이 다시 생기가 돋은 것을 보아. 내가 감히 아저씨를 멈출 수는 없겠구나 하고 말이야. 그 이후 못 돌아오시는 날은 없었지만 둥지로 돌아오는 시간이 늦어만 가며, 아저씨의 이유 모를 기이이인 산책은 밤늦게까지 계속되었어. 걱정되는 마음과 갑작스럽게 다시 생기가 돈 아저씨를 향해 의문이 생겼던 나는 맛있는 체리주스를 담갔다는 핑계로 유난히 바람이 좋았던 밤에 아저씨를 찾아갔어. 그날 저녁은 내가 처음으로 아저씨가 입가에 미소만이 아닌, 진심으로 짓는 함박웃음을 보았던 날로 기억해. 날이 좋아 밤하늘에 별이 많이 보여서 그랬는지, 아니면 바람이 산들산들 우리의 마음을 간지러서 그랬던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잘 익었던 체리 주스의 마법인 건지는 확실치 않지만 우리의 대화에는 행복함만이 가득했고

그 기억의 향기는 아직도 비슷한 산들바람이 지나갈 때 비슷한 향기만 나도 그때가 기억나서 그 순간이 지금까지 그리워질 정도야.

한참을 대화하다가 즐거움에 취해 내가 실수를 하기 전에는 말이야.


“ 아저씨 이제 행복해 보이셔서 다행이에요!”


라고 내가 주둥이를 놀려버린 거야. 내 방정맞은 말이 내 주둥이에서 흘러나와 내가 그것을 주워 담기도 전에 아저씨의 얼굴은 씁쓸한 미소를 머금으셨고, 나는 그 자리에서 접시에 코를 박아버리고 싶었어. 도대체 되돌릴 수 없는 상처를 입어 가족과 헤어진 동물한테 내가 헛소리를 한 것과 다름없으니 말이야. 하지만 그 뒤에 오는 아저씨의 말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달랐어.


“이제 행복을 향해 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중이죠, 시간이 걸리더라도 찾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졌잖아요?”


라고 말이야. 이 말에 나는 커다란 북을 내 머리 위로 떨어뜨린 기분을 느꼈어.

아저씨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평생의 삶의 큰 일부였던 ‘비행’이 박탈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새로운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용기를 내고 계셨던 거야.

 나는 그 마음가짐을 가지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지 감도 오지 않아서 아저씨와 보내는 나머지 저녁 시간 동안은 조용히 아저씨가 우리 산의 곳곳을 걸어 다니며 느낀 생각들과, 감정들을 경청하며 침묵을 지켰던 것 같아.


 다시 나의 보금자리로 돌아가서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내 머릿속을 빙글빙글 어지럽게 돌아다닐 때, 나는 갑자기 나의 창고로 달려갔어.


그곳에서 내가 가진 가장 큰 가죽 조각과 퐁실 퐁실한 양털 조각들, 그리고 유니콘 마을 초원에서 구해온 아주 튼튼한 유니콘 꼬리털을 가져와 ‘운동화’를 만들기 시작했어!

 그날 밤 내내, 다시 해가 떠오를 때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말이야. 비록 기러기 아저씨만큼 큰 발을 위해 운동화를 만들어본 경험은 없다 보니 많이 미숙했지만

내 창문으로 주황색 오색찬란한 아침의 빛이 찾아왔을 때 드디어 한 켤래를 완성했지.


모양이 이쁘지는 않지만 아저씨가 그리워하는 짙은 푸른 하늘색에 삐뚤빼뚤 하지만 구름 그림도 그려 넣은 운동화를 아저씨에게 건네어드릴 때 조금은 부끄러웠던 것 같아.  

특히 아저씨가 그 운동화를 한참을 빤히 바라보기만 하다가 눈시울이 붉어질 때는 부끄러우다 못해 너무 당황하여  내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올랐으니깐 말이야.


아저씨는 내가 준 운동화를 소중히 집어 올리더니 커다란 날개를 펼쳐 나를 그 품에 꼬오옥 안아주셨어.


“고맙네 먼지군… 정말 고맙네… “


내가 한 일에 비해 너무 큰 칭찬을 듣는 것 같아 민망하였지만 나에게도 전해지는 아저씨의 울컥한 마음에 나도 두 팔을 최대한 크게 벌려 아저씨를 꼭 안아드렸어.

비록 내 팔 길이가 짧아 아저씨의 몸의 반도 두르지 못했지만 말이야.


그날 이후 아침, 점심, 저녁 동안 내내 아저씨는 이제 걷는 것을 넘어서서 달리기를 연습하는 것을  볼 수 있었어. 나뿐만이 아니라 숲 속 모든 존재들이 아저씨의 눈부신 변화에 일종에 자극을 받은 것 같아.


오랫동안 수영을 배우고 싶었지만 두려움과 귀찮음에 밀어 두고 있었던 토끼 엘라도,

한 번도 휴가를 가져 보지 않았던 벌꿀 요정들도,

지독한 방귀 냄새에 병원 가는 것을 미루던 스컹크 조이까지 말이야.


그 외에도 많은 동물과 요정들이 아저씨처럼 새로운 삶의 방식에 뛰어들기 시작했어.

나 또한 ‘물’ 공포증을 이겨내기 위해 집 욕조에 물을 한가득 받아놓고 3초 동안이나 잠수를 해내기도 하였으니까 말이야.


 아저씨와의 이별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우리 곁에 찾아오신 것처럼 떠나시는 것조차 같은 모습이셨어.

성난 태풍이 숲을 한바탕 어지럽히고 자취를 감춘 새벽 아침, 나는 지난밤 혹시 짓궂은 바람이 아저씨의 둥지에 장난을 쳤을까 하여 한껏 걱정하며 아저씨의 둥지로 찾아갔어. 하지만 그곳에는 아저씨가 아닌 다 해져 낡아빠진, 내가 만들어준 운동화만이 둥지 안에 놓여있었어. 그리고 운동화 위에는 투박한 손글씨로 적혀있는 작은 쪽지가 있었어.



“ 감사했습니다. 먼지군, 용기를 어떻게 내야 할지 모를 때에 먼지군의 선물이 그 방향을 알려주었습니다. 저는 저의 가족들이 떠난 방향으로 떠나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짧은 문장의 쪽지는 오늘날까지 내 벽난로 위에 올려져 있는 가족사진 옆에 기대어 있어.

아저씨가 아저씨의 가족들에게 안전히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고 내가 어떻게 용기를 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잊었을 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곳에 놓았던 것 같아.


아저씨가 운동화를 놓고 간 것이 처음에는 걱정이 조금 되었어. 저번처럼 발을 다치시지는 않으실까, 오래 뛰실 때 발을 접질리시면 어떡하지?

하지만, 이내 마음의 안정을 찾았어. 아저씨가 향한 곳은 아저씨가 일평생을 가족들과 함께 향하던 목적지이니까,

어떠한 새로운 방식으로 아저씨가 여정을 떠나든 간에, 그곳에 도달하실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아.



오늘은 꽤나 긴 편지가 되었네?

만약 너에게도 기러기 아저씨처럼 어떠한 용기를 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을 때,

이 이야기를 기억해 줘!

너의 곁에는 분명, 너를 아끼는 사람들, 혹은 요정들이

내가 아저씨에게 그러하였던 것처럼,

네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건네며 새로우면서 더 눈부신 방법으로 너를 이끌 것이니까.

너무 초조해하지 않아도 돼.


안녕  

용기 가득한 내 친구               


PS: 바나 할머니께 기러기 아저씨가 가시고 그날 무슨 말을 하셨냐고 묻자, 할머니가 내 귓가에 소곤소곤 말해주셨어.

나중에 네가 궁금하다고 하면 만나서 너에게 이야기해 줄게!

 



From: 오늘도 이름 모를 누군가를 위해 운동화를 만들고 있는 먼지요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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