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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먹기행 Mar 17. 2024

인생이 담긴 옛날토스트 노포 '대조분식'

고독한 먹기행 (89) - 은평구 대조동의 '25년 전통 옛날토스트'

매서운 추위의 겨울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때아닌 옛날토스트를 마주했다. 날이 추워 몸을 살짝 녹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마지막 옛날토스트가 4년 전이니 다시 만나려면 4년 뒤, 아니 그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을까 싶어 방문했다.


네이버 지도 앱으로는 조회되지 않는 불광역 인근에 위치한 연식이 오래된 '옛날 토스트' 집에 대한 이야기다.



※ '25년 전통 옛날토스트' 요약 정보 ※

- 영업시간은 알 수 없었다.

- 주차는 불가하다.

- 위치 정보 : 서울시 은평구 통일로69길 8 (대조동 3-46)

  * 막상 다음 지도 앱으로 검색하니 해당 주소로 검색되는 '대조분식'. 이름이 '대조분식'이었던 것인가? (정확진 않다.)

- 포장 위주나 가볍게 오뎅을 즐길 집이니 화장실 또한 큰 의미는 없겠구나.

- 가게 실내 취식은 어려우며, 토스트를 포장하거나 매대 앞에서 시식하는 구조.

- 카드 결제는 불가하며 계좌이체 또는 현금만 가능.

- 80세를 넘으신 사장님인데, 마라톤을 굉장히 사랑하시나 보다. (가게 내부는 온통 마라톤 메달과 관련 전단이 붙어 있더라.)

- 좁은 공간에서 나름의 역사를 품고 있는 곳. 옛날 모습을 삽 푸듯 옮겨놓은 듯한 노점이기 때문에, 엄연한 잣대보단 감안한 요소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 옛날토스트는 꿀맛이었다.




범상치 않은 외관. 노란색 바탕이 토스트의 계란을 연상시켜서인지 잘 어울린다. 너무 추운 탓인지 따뜻하게도 느껴지더라. 메뉴는 토스트와 오뎅, 찹쌀순대. 들어가 보도록 하자.



이야, 천장을 두르고 있는 메달들. 모두 마라톤 관련 메달이다. 고개를 돌리기에 바쁠 정도로 상당하다. 작은 공간에 사장님 본인의 역사를 새기고 계셨구나. 마라톤이라니. 필자가 블로그에 기록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진귀한 광경들이다. '끈기 있는 수집광'이신가? 오랜 책자나 포스터도 곳곳에 붙어있어서 생각해 봤다. 프로파일러가 돼보는 필자다.



가게 앞쪽으로는 꽃게 베이스의 오뎅이 위치.



들어가자마자 춥다며 오뎅 국물을 컵받침 종이컵에 담아주셨다. 별거 아닌데 기분이 좋다. 나오는 입김이 훈훈하게 느껴지는구나.



색이 바랜 메뉴판이다. 옛날토스트 2,000원. 햄, 치즈를 추가하면 각각 500원씩, 3,000원의 토스트다. 햄, 치즈를 추가해 2개를 주문. 요새 가격답지 않다.



사장님의 영광의 흔적들을 감상해 본다. 은평구 마라톤 모임을 나가고 계신다 하시더라. 대단하신 듯하다. 이봉주 선수와 찍은 사진도 있다.



그렇게 포장 후 집에서 컵에 담긴 옛날토스트를 접해본다. 시금치도 들어있는 듯한데, 설탕, 케첩의 단짠과 계란, 케첩, 햄, 치즈의 조합. 건강한 맛은 아니나 추억의 맛이다. 늦은 밤의 야식으로는 뜬금없지만 좋다.



참 생각할수록 어렵다. 특히나 노점, 오래된 집, 해외의 야시장을 접할 때면 으레 중요시 여기는 것들이 무너지곤 하는데, 무슨 이유일까? 겨우 2,000원짜리라서 인지, 노년에 역사를 담아 운영 중인 사장님의 특유의 따뜻함과 포근함 때문일지. 군것질거리여서인지. 참 어려운 듯하다.

그렇게 엄격한 백종원 씨가 해외의 야시장과 노점을 즐기는 이치와 비슷한 건가?


한 가지 확실한 건 어린 시절의 기억 탓이 아닐까 싶은데, 이젠 종로, 노량진이 아니면 구경하기 힘든 옛날토스트. 시대가 바뀌면서 저물어가는 것이 보이다 보니, 그런 아쉬움에 더욱 반갑게 찾는 것이 아닐까? 나름의 합리화를 해본다. 그러니 조금 훈훈해지고 좋다.


불광역 쪽에 가면 이따금 돌아오는 길에 들릴 듯한데, 자리에 오래 건강히 계셨음 좋겠다.






고독한 먹기행 티스토리 블로그

http://lonelyeating.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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