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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독한 먹기행 Mar 23. 2024

상다리가 휠 듯한 모둠선어회 한 상, '장안선어마을'

고독한 먹기행 (90) - 전남 여수시 여서동의 '장안선어마을'

삼치회를 통해 선어회의 세계에 입문한 필자인데, 때문에 겨울이면 으레 랜선 삼치회 주문을 이용 중에 있다. 그 대표적인 삼치회의 본 고장이라 할 수 있는 곳이 또 여수이니, 이번 남도 여행에서도 역시 빠질 수 없는 메뉴 중 하나였는데. 유명세를 타지 않은 집 같기도 해, 방문 후에도 만족도가 꽤나 높았다.


참으로 화려하고도 전라도 음식상스러운 선어회 한 상. '장안선어마을'의 이야기인데,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 '장안선어마을' 요약 정보 ※

- 영업시간을 확인해 보지 못했구나. 필자의 경우 전화 문의를 통해 오픈 확인 후 방문

- 주차는 불가해 보인다. (필자는 여수 중앙동에서 버스를 통해 방문)

  * 가게 옆 갓길로만 한 대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 (다만 동네가 조용하고 지방 특성상 갓길 주차가 많아, 인근 활용이 가능할 듯싶다.)

- 테이블식 구조 (확인해 보진 못했으나 단체를 위한 룸도 운영 중인 것으로 보인다.)

- 화장실은 내부에 위치 (남녀 구분)

- 매장 내 식사 또는 포장으로도 꽤나 이용 중인 것으로 추정.

-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한상. 무엇에 먼저 손을 대야 할지 모르겠다.

- 50,000원 小짜 기준, 선어회(삼치, 병어, 간재미, 노랑가오리회, 민어회)를 포함해 사진과 같이 찬들이 나왔으니, 굉장한 가성비집이라 하겠다.

- 별도 홈페이지도 있더라. 개설한 지 꽤 된 듯하지만 메뉴 및 원산지 등 확인이 가능해 '네이버 지도' 앱을 통해 조회 후 참고.



초저녁 시간에 도착한 '장안선어마을'. 이번엔 여수시 중앙동에서 꽤나 벗어난 음식점에서 저녁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굉장히 한적한 동네더라. 필자가 거주 중인 동네의 어느 골목이라 해도 될 정도. 중앙동에서 물씬 느낀 관광지의 향기가 싹 사라졌다. 이런 곳이 맛있으면 진정한 현지인 맛집이지.



소박하게 부푼 기대감과 함께 그렇게 입장. 음, 자리가 생각보다 많고 넓다. 사진과 같이 룸으로 추정되는 공간도 보이고, 꽤나 현란한 색상의 대리운전 홍보 휴지꽉도 인상적이다.



'돌산대교'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도 보이는구나. 참 '이순신대교', '거북선대교'까지. 꼿꼿한 대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여수.


그나저나 마음에 들었던 점이라면,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한 테이블이었는데. 관광객의 색감이 1도 느껴지지 않는 젠틀해 보이는 노신사 손님 내외분이 식사를 하고 있었던 점. 직감적으로 느꼈다. 여수 분들이 자주 찾는 곳인가 보구나. 괜히 뿌듯해진다.



그렇게 자리를 잡아 앉았고, 먼저 메뉴판. 필자의 경우 사전 전화를 통해 문의하고 음식도 얘기를 나누었기에, 고민 없이 선어 모듬 小짜로 주문.



무슨 생선인지는 모르겠으나 액자를 보며 기다리는 필자다.



조금 기다리자 삶은 바닷고둥(보말)부터 시작해서.



두릅, 열무 등 각종 찬들이 세팅되기 시작. 놀라운 점이라면 세팅이 끝난 줄 알았으나, 무서운 스피드로 추가 해산물 찬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홍합국, 칠게장, 낙지, 새조개관자, 소라숙회, 멍게 등.)



퀄리티는 둘째 치더라도, 반찬 스케일이 무시무시하구나. 이게 흔히 말하는 전라도 인심인가?



역시 바다 인근이라 그런지 홍합의 크기나 신선도도 훨씬 좋다. 더해 삼치쌈을 보좌할 갓김치까지 등장. 연이어 나오다 보니 촬영도 반복해 최종이라 생각한 마지막 사진이 끝없이 생겨나는구나.



여하튼 간 이런 상다리가 휠 듯한 한 끼. 여행 중 한 끼로 원했었는데. 좋구나. 근사한 저녁과 어울린다. 전반적으로 평가하자면 해산물은 당연히 싱싱한 축에 속하고, 모든 찬이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갓김치와 주요 장들은 꽤나 임팩트가 있더라. (특히 삼치에 곁들일 양념장이 그랬다.)



그렇게 상차림이 어느 정도 완성되자 메인 선어회 모듬도 등장했다. 숨 막힌다. 숨 막혀.

위에서부터 차례로 병어, 도다리, 민어, 노랑가오리(붉은 회), 간재미, 삼치 두 줄. 우측으론 병어 뱃살.



'장안선어마을'의 선어회모듬 小짜. 대충 세어보니 17찬이다.

진정한 마지막 컷 되시겠다. 사진이 많은 것도 많은 것이지만 찍힌 게 많으니, 글을 깊게 풀 엄두가 나질 않는구나.



회부터 본격적인 시식. 먼저 손이 갔던 건 저 붉은빛의 노랑가오리다. 포차나 횟집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던 메뉴였는데, 메인으로 삼기엔 어려워 무엇인고 궁금하기만 했던 녀석. 여수 전역에서 이런 구성인지 모르겠으나, 고맙게도 선어회 모듬에 함께 나와주었으니 맛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음, 뭔가 맛이 재미지고 다르다. 식감은 간재미, 홍어회와 유사한데. 조금 더 찰진 느낌. 조금 특이한 쿰쿰하면서도 탁한?(물론 홍어만큼은 아닌) 그런 맛도 치고 올라오는 듯한 느낌이다. 묘사가 어렵구나. 확실한 건 필자는 간재미보다 더욱 취향에 잘 맞더라. (사실상 부르는 것의 차이지 간재미든 홍어, 가오리 모두 비슷한 류의 거기서 거기인 녀석들이다.)


조금 끼어있어 의아했던 구성 중의 민어. '입질의추억' 선생께 배운 토대로라면 국내 자연산 민어는 아니지 않을까 싶은데. 색감도 그렇고, 수조에 헤엄치고 있는 민어 비슷한 녀석을 본 것 같기 때문. 기분 탓일지 모르겠으나 맛은 그렇게 임팩트가 있진 못 했던 것도 같다. (물론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정확진 않음을 참고해 주시길 바란다.)



그런 명확지 못한 점만 제외한다면, 전반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편. 무엇보다 백김치 아닌 갓김치에 싸 먹는 삼치회. 아, 이거 기가 막힌 별미더라. 매번 원거리로만 접하던 녀석 현지에서 만나니 더욱 좋고 말이다.


더해 확실히 느낀 점이라면 확실히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집이라기보단 로컬 현지인들의 맛집이 아닐까 확신이 드는 점. 메인 선어회도 회지만 찬들도 전반적으로 탄탄한 느낌. 확실한 건 바닷가 인근의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요란한 횟집들보단 당연히 만족스럽다.

여담이지만 '향일암'의 오란다 사장님께도 적절한 가격에 선어회를 맛보신 것 같다는 칭찬을 듣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여행 일정 한복판에서 여행스러운 향과 색이 물씬 밴 저녁. 술과 음식에 취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마무리로 국물도 나와줬다.

아 녀석. 그날 아침에 만났던 도다리쑥국이다. 좋구나. 뚝배기에 끓여져 나왔는데, 이번엔 손수제비까지 선봉장으로 띄워져 등장. 한껏 묵직해진 도다리쑥뚝배기 아닌가?



그래, 이런 곳은 시판 감자수제비 아닌 직접 뜯어내 띄운 뚝뚝한 수제비지. 마무리도 기똥차구나.

그렇게 마무리. '돌산공원'쪽으로 이동해 횟집에 걸려있던 '돌산대교'를 감상하며 여수 바닷길을 걷고 내내 소화 삼매경인 필자였다.


참, 유명 맛집, SNS를 통해 화제가 된 집들도 좋지마는, 여행지에서 꼭꼭 숨은 이런 집들을 잘 만났을 때 그 기쁨이 배가 되더라. 이번 여행에서도 나타나줘서 고맙다. 여수 방문객들 중 인근은 조용하더라도 여수 향기가 가득한 선어회 한상차림을 만나고 싶은 이들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 보시길 바란다.


'장안선어마을'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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