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아이 Nov 14. 2023

갈까, 말까? 영어유치원

깜박깜박 ADHD엄마라서

아이를 유치원 보낼 때 쯤 되면 한 번쯤 영어유치원에 보낼까 고민해 본 부모님들이 많을 것 같다.

조기 유학을 가는 게 아니라면 가장 쉽고 확실하게 영어 교육, 영어 노출을 시켜 줄 수 있는 곳이니까.

나 또한 아이들이 커서 어디서 어떤 공부를 하게 될지, 어디서 살게 될지 모르니, 학교 성적이나 대학입시를 떠나서 영어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아이들을 여기 보내야 하나 저기 보내야 하나 엄청 고민했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첫째 딸 꼬물이는 영어유치원에 보냈고, 둘째 아들 말랑이는 집 근처 일반유치원에 보냈다.


꼬물이는 어릴 때부터 영어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편이어서 두 돌쯔음부터는 영어 그림책도 한글책과 섞어서 많이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하루에 1시간 정도는 유아/어린이용 영어 DVD를 보여주었다. 이왕 티비를 보여줄 거면 영어 노출효과가 있겠지 싶었고, 한국말이 나오는 다른 영상을(더 재밌는) 전혀 틀어주지 않아서 그런지 꼬물이는 눈이 빠져라 재밌게 영어 영상을 보았다.

그렇게 만 4세까지 집에서 뒹굴거리던 꼬물이를 유치원에 보낼 나이가 되자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집에서 놀면서 영어를 꾸준히 접해서인지 꼬물이는 말이 틀 때부터 유창한 발음으로 영어를 섞어서 말하곤 했는데 영어유치원에 보내면 진짜 외국인과 말할 수 있는 경험도 생기고 도움도 많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한 달에 100만 원 가까이하는 무시무시한 교육비! 그리고 집에서 매일 유치원 통학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합쳐서 40분 넘게 차를 타야 하는 시간!

금수저도 아니고 그냥 ‘스텐수저’ 꼬물이가 다니기에는 엄청 비싸고 꼬꼬마 주제에 출퇴근 시간이 너무 긴 것 같은데... 며칠 고민을 하다가 남편과 의논 끝에 집 바로 옆의 일반 유치원에 보내기로 했다.


그런데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꼬물이는 그 시절 아무도 못 말리는 무법자 대마왕 시기였는데 아침마다 유치원에 가기 싫다고 난리난리를 치며 생떼를 부리는 것이다. 기질이 나를 닮아 - 누구를 닮아 그런지 만 2세부터 1,2년 정도 한 번씩 수틀리면 혼자 꼴까닥 넘어갈 듯 뒤집어지는 분노발작을 했다. 그냥 별것도 아닌 상황인데 말 그대로 발작 수준으로 울면서 데굴데굴 굴러서 10m 넘게 길에서 굴러다니기도 하고. 또 그럴 때는 얼마나 빠르게 굴러가는지 사람들을 아주 진 빠지고 혼이 나가게 만들었다. 그랬던 꼬물이는 유치원 앞에만 가면 괴성을 지르며 도망을 갔고 원장님과 담임 선생님과 내가 힘을 합쳐 꼬물이를 ‘들고 운반해서’ 등원을 시켰는데 한 달 이상은 도저히 못하고 포기. 두 번째 시도했던 또 다른 집 근처 유치원도 한 달 만에 포기.

그래서 똥고집쟁이 딸내미 손을 붙잡고 동네 유치원이란 유치원은 다 가봤는데 꼬물이가 다니겠다는 유일한 곳이 바로 ‘달달한 곰’ 영어유치원이었다.

꼬물이가 하는 말.

”다른 데는 공부시켜서 싫어!!! (뭐 얼마나 시킨다고ㅜㅜ)~ 난 공부 싫어하거든. 그리고 난 한국말 잘 못하거든~~(말도 안 되는 핑계ㅠㅠ)“

어쩔 수 없이 나는 꼬물이의 영어노출환경과(10% 정도) 나의 정신적 육체적 평화(90% 정도)를 위해서 영어유치원에 보내게 된 것이다.


말랑이는 훨씬 쉬웠다. 첫 번째로 가본 집 근처 유치원에 간 첫날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나오면서 나에게 하는 말.

“엄마! 난 이 유치원이 세상에서 제일 좋으니까 무조건 여기 다닐 거야. 딴 데는 절대로 알아보지 마~!!”

말랑아…………………………땡큐!!!


그래서 지금 우리 애들 영어실력은 어떻게 됐을까?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른다.

꼬물이는  영어유치원 2년 다닌 이후로는 그전처럼 집에서 영어책+영어시청+화상영어만 했고 말랑이도 마찬가지이다.

친구들과 비교해 보거나 어디 가서 제대로 테스트를 해 본 적이 없어서 모르긴 하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니 영어로 된 챕터북도 슬슬 읽기 시작하고 영어 영화나 유튜브도 자막 없이 깔깔거리며 곧잘 보는 걸 보니(얼마나 이해하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나보다는 잘하겠거니 한다. 나는 안타깝게도 이제껏 영어를 배웠지만 영어책을 읽기나 할 수 있지 실제로 외국인을 만나면 얼음이 돼서 한 마디도 못하는 신세이다.


아참, 얼마 전에 영국에 여행을 갔는데 식당에서 직원이 나에게 “포, 포, 포?”라고 해서 너무 당황스러워서 우물쭈물거리고 있는데 옆에 있던 꼬물이가

“엄마, Tables for four? 하고 물어보는데?”라고 말해줬다.

아.. 다행히 지금 이미 나보다는 잘하는 듯!

(그런데 사실, 영어유치원 덕분인 거 같지는 않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