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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아이 Nov 16. 2023

어린이집 대신 우리 집

깜박깜박 ADHD 엄마라서

내가 어릴 때는 대부분 유치원부터 기관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보통 만 2세쯤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다. 그런데 우리 애들은 둘 다 어린이집에 안 보내고 만 4세가 될 때까지 집에서 데리고 있었다. 왜 그렇게 애들을 늦게 보내냐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나에게는 그럴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우선 법륜스님에게 엄마 수업을 받고 깨달은 게 있어서이다.

법륜스님 <엄마 수업>은 내가 엄마로서의 정체성, 가치관을 찾아가는데 정말 큰 도움이 되었던 책이다. 마음에 새겨들어야 하는 여러 가지 좋은 말씀이 가득하지만 그중 중요한 두 가지를 먼저 꼽자면,

법륜스님 엄마 수업 레슨 1. '화내지 말아라'.

엄마가 아이에게는 물론 남편에게도 버럭! 화내는 것만큼 나쁜 것도 없다 하셨다.

화내지 말기............ 아........ 다시.... 태어나라는 말인가? 이번 생에............ 가능한 건가?

전생에 파충류였는지 온, 습도만 안 맞아도 5분에 한 번씩 짜증이 확 올라오는데??!

전생에 물 밖에 나오면 1분만에 숨막혀 죽는 물고기 밴댕이었던 건지 퍽하면 못 참고 팔딱팔딱거리는데?!! (이것 봐 또 화날라고 하네~)

아무리 머리로 노력하고 결심해도 그건 너무 어려웠다. 법륜 스님께서도 심심하면 화내는 중증 지랄병을 고치려면 감정 이전에 있는 생존 본능을 자극하는 수밖에 없다 하셨다. 이번 생에 고치고 싶으면 화가 올라올 때마다 전기충격기로 찌지는 방법이 제일 좋다고. 나름 독하다면 독한 나도 그 짓까지는 도저히 못하겠어서 슬펐다.(그러다 죽으면 어떡해)

나는 나쁜 엄마가 될 수밖에 없는 건가... 다른 방법은 정말 없는 걸까??

법륜스님 엄마 수업 레슨 2. '최소 3년은 품에 끼고 키워라'

그래. 그럼 이거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나는 다른 보통 엄마보다 더 화가 많으니까 더 많이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했고 화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품에 끼고 키우는 거는 내가 의지로 할 수 있으니 양으로라도 만회해야겠다는 마음에 3년+1년 해서 4년은 끼고 있기로 했다.


그리고 나의 육아 바이블/육아 교과서 스티브 비덜프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비결>을 보고 알게 된 것이 있어서이다. 이 책은 내가 엄마 역할을 하면서 가장 궁금하고 가장 목말랐던 부분에 대한 갈증을 속 시원하게 내가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시해 주었다. 여기서 아이들을 너무 어릴 때 너무 오랜 시간 기관에 보내서 생길 수 있는 정신적, 사회적 결핍의 위험성에 대해서 설명한 부분에 공감이 갔기 때문이다.

물론 법륜스님도 스티브 비덜프도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고 했다. 아이들은 직감적으로 진실을 느끼는 능력이 있어서 엄마가 집에서 자신과 함께 있고 싶어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을 알면 상처가 크게 생기지 않는다고 했다.

나의 경우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으니 나는 두 돌 된 내 아기들을 어린이집으로 보낼 수가 없었다.


마지막 이유는 몇 년 전 아빠의 죽음으로 느낀 것이 있어서이다.

머리로만 알았지 그전에는 가슴으로 몰랐던 진실. 누구라도 언제라도 때가 되면 영원히 떠나야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도 영원히 이별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때가 언제인지 아무도 알 수 없고 생각보다 빠를 수도 있다는 것.

아빠가 마지막 순간까지 간절히 아쉬워하고 미련이 남았던 건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은 시간이지 다른 어떤 것도 아니었고, 아빠가 마지막 순간 가장 행복했던 기억 역시 가족들과의 행복했던 추억이지 다른 무엇이 아니었다.

내가 우리 아빠처럼 50대에 이 세상을 떠나게 될지, 어쩌면 더 빨리 가야 할지, 아니면 한 100살까지 살다 갈지 몰라도 나 역시 그 순간이 오면 아빠와 별로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때 조금이라도 덜 아쉽고 덜 후회되도록, 그때 하나라도 더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싶었다.


자식들이 평생 태어나서 할 효도 4,5살까지 거의 다 한다는 말. 아이를 키워본 부모라면 많이들 동의할 것 같다. 가장 힘들기도 하지만 요 녀석들 가장 따끈하고 쫀득거리는 귀한 어린 시절.


할 수 있을 때 실~컷!

원도 한도 없이 마음~~~ 껏!!

쪼물쪼물, 뽀뽀 쪽쪽, 부비부비.




우리 아파트 같은 동에 밉생이 동네 엄마가 한 명 있다. 그 아줌마는 만날 때마다 비호감이었지만 어제는 특히 심했다.

도대체 왜 말랑이를 어린이집에 안 보내는지, 집에서 안 힘든지, 애가 안 심심해하는지, 꼬물이 영유는 어떤지, 집에서 뭐 시키는지~ 만날때 마다 물어본다. 내가 멀리 있으면 굳이 뛰어와서 물어보기도 한다.

한 2년 전부터 나만 보면 이런 걸 캐묻다 지쳤는지 어제는 갑자기 문화센터에 안 보내는지를 확인한 후

"그런데 혹시..직업 없으셨어요? 있었던 거 맞죠?"

(약간 찡그리며 안타까워하는 표정을 지으면서)

헐........ 뭐지? 당황해서 뭐라 대답도 제대로 못했던 게 안타깝다.

자기가 왜 내 직업여부를 확인하고 왜 안타까워해??

덕분에 기분이 완전 '똥'이 되었다.

오늘도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반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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