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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아이 Dec 04. 2023

아이들의 크고 튼튼한 울타리

휘청휘청 외줄 타기 엄마라서

어떻게 보면 30년 넘게 각자 다른 집에서 다르게 커 온 여자와 남자가 만나서 같이 맞춰 살려면 당연히 힘들기는 할 것이다. (얼마나 서로 외계인 같아 보이는지 오죽하면 화성에서 온 여자, 금성에서 온 남자라는 책도 있을까?)

우리 부부처럼 대부분의 다른 부부들도 각자의 이유로, 표현 방식은 달라도 모두 힘든 시기를 겪고 지나간다. 서로 없으면 못 살 것처럼 좋아서 결혼했지만 막상 결혼생활을 하며 살아보니 서로가 너무 달라서 상처도 실망도 많이 주고받고 하면서.


그런데 우리가 서로 아무리 달랐어도 이거 하나만큼은 정. 말. 똑같았다.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간절함과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행복을 주고 싶은 절실함이다.

그 두 가지가 우리 가족이 탄 배의 '노'였다.

폭풍이 몰아칠 때도 이 노를 하나씩 들고 놓치치 않아서 우리의 배는 길을 잃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비바람이 그치자 다시 우리는 잔잔한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사실 마음만 식으면 서로 피 안 방울 안 섞인 남인데 깔끔하게 '잘 가. 그동안 행복했어. 이제 힘드니 이만 각자 잘살자~ ' 하고 헤어지면 그만이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우리 피와 정신을 반반씩 섞어 만든 아이들이 있었다.

아이들에 대한 그 간절함과 절실함이 서로에 대한 미움과 실망보다 더 컸기 때문에 끝까지 아내와 남편이라는 자리를 이탈하지 않고 지키며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계~속 싸우면서도 꿋꿋하게 계~속 붙어있다 보면 서로에게 안쓰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한 마음이 생기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시간들을 견디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남녀 간의 풋풋한 사랑을 나누던 연인 관계에서 피를 나눈 가족이 그리고 마음을 나눈 친구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이에게 행복을 주는 비결>에서 스티브 비덜프는 '울타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했다. 아이가 잘 자라려면 '가능한 넓고 최대한 튼튼한 울타리'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럼 울타리가 과연 무엇이고 그것은 어떻게 만드는 걸까?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은 바로 가족이다. 부모를 포함한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고, 아이들이 배워야 할 규칙이나 제한 등을 가르쳐 주기도 하며 아이를 보호하는 것이다. 그런 울타리가 아예 없으면 아이들은 방임 상태가 되어 자유가 아니라 도리어 불안함을 느끼게 되고, 반대로 그 울타리가 너무 좁으면 아이들은 답답함을 느끼고 주도성을 가지기 힘들게 된다고 한다.


나와 남편은 서로의 부족함을 공격하는 대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지탱해 주며 힘을 모아, 우리가 만들 수 있는 가장 크고 튼튼한 울타리를 만들어가기로 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우리 가정을 위해서 그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그의 말에 따르면 울타리를 크고 튼튼하게 만들려면 현대 사회의 핵가족 보다 예전 세대의 대가족 시스템이 훨씬 더 낫다고 한다.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다면 인생의 많은 부분들이 훨씬 쉬워지는데 아이를 키우는 일이 바로 그렇다. 친척들이 가까이 살면서 부모가 자녀가 원하는 것을 해줄 수 없을 때, 다른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있는 점은 부모에게 아주 유리하다. 주양육자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으며 충고와 도움, 참고할 본보기가 얼마든지 있다. 한편으로는 많은 제한 의무가 있기도 하지만 오늘날의 해체된 소수의 가족일 때 누리지 못하는 많은 장점이 있다.'


그럼 요즘 시대에는 어떻게 하냐고? 다행히 '꼭 가족끼리만 돕는 것은 아니고 마음만 있으면 지금도 가능하다'라고 한다. 우리 주변에서 그런 역할을 할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지역사회 내의 소규모 모임에 참여하는 등 다른 부모들과 교류하며 자녀들을 위해서 '대가족'을 만들기를 제안한다.

수많은 육아서 중에서 이렇게 따뜻하면서도 솔직하고 정확하게 핵심을 딱 짚어주는 책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그의 조언은 내가 육아를 하는 내내 현실적인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기준점이 되어 주었다.


게다가 나는 하위 1% 엄마!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제대로 된 울타리를 만드는 것이 불가능했다.

아이들의 아빠와 힘을 합쳐 노력한다고 해도 여전히 아이를 키운 일은 쉬운 게 아니었다. 나는 주변 모두의 도움이 필요했다.

온~~~동네 사람들이 다 필요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그나마 내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해 감추지 않고 적극적으로 최대한의 도움을 받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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