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휘청 외줄타기 엄마라서
요즘은 교육의 형태도 예전보다 다양하고 정보도 얻고자 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이다. 어느 정도의 관심과 노력만 있으면 엄마표 홈스쿨로 집에서 부모가 가르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엄마가(가뜩이나 할 일이 엄청 많은) 아이들 교육까지 다 하는 게 가능할까? 그리고 그렇게 했을 때 득 보다 실이 더 많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는 쪽이다. 특히 성격도 급하고 욕심도 많은 나 같은 엄마의 경우는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자기 자식이 엄마의 기대치만큼 못한다는 생각이 들 때 평정심을 꿋꿋하게 유지하며 아이를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내 자식이 최소 영재는 되는 줄 알았는데 옆집 애 보다도 못하다는 사실에 실망감을 티 안 내고 계속 아무렇지도 않은 척할 수 있는 사람은?
꼬물이가 3학년쯤 되었을 때 한 번은 학교에서 사회 시간에 문화 탐방 후 보고서를 쓰라는 숙제를 가지고 와서 한참 앉아 있으면서 안 쓰고 있길래,
"느낀 점을 쓰라고 하네? 오늘 저거 보고 배우고 느낀 점을 자유롭게 써봐^^"
"음.... 그런데 난 별로 오늘 느낀 점이 없는데?"
"아, 아니. 그래도 뭐라도 써야지. 숙제인데."
"진짜 저거 배우고 아무 느낌이 안 드는데 뭐라고 써?"
"느낌이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너, 너는 사람인데 어떻게 느낌이 없을 수가 있어? 평소에는 그렇게 이러쿵저러쿵 어쩌고 저쩌고 맨날 시도 때도 없이 느낌 말하잖아!!? " (3초 만에 바로 부들부들~)
"어..... 그럼...... 음............ 재미가 너무... 없었다?" (주눅 들어서 자신 없이)
"..................…..."(꼴까닥! 숨 막혀서 벌써 넘어갔음)
말랑이가 3학년쯤 집에서 수학 학습지 처음으로 풀어 보기 시작할 때,
"엄마, 이게 무슨 말이야? 문제가 이해가 안 돼."(문제에서 나오는 단어부터 이해 잘 못함)
"앞에 개념 설명한 부분 다시 읽어보고, 다시 한번 문제를 잘 읽어봐^^"
"그래도 모르겠는데?"
"그럼 아는 부분만 한번 풀어 보던지 해." (짜증이 스멀스멀~)
"엄마 엄마, 이거 언제까지 해야 돼? 나는 왜 3학년인데 벌써 이런 거 해?" (오직 축구하고 싶은 마음뿐)
"한번 채점해 보자. 흠..... 다 틀렸네? 왜 이렇게 다 틀리지? 왜 이해를 못 해?" (조금 더 짜증 나기 시작)
"응. 너~~~ 무 어려워." (실실 눈치 보면서)
"...................................."(숫자를 극도로 싫어해서 문제풀이 해줘야 하는 상황에 벌써 왕짜증!)
물론 아이의 학습에 대해 조급해하지 말고 윽박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동네 어떤 엄마가 자기 아이랑 공부하다 문제지가 날아갔니 어쨌니 하는 소리를 듣고 속으로 '쯧쯧... 저럴 거면 왜?' 했으니까.
그런데 막상 우리 아이의 비 내리는 수학 문제, 한 문장도 못쓰는 주관식 숙제 현장을 직접 눈으로 보면 바로 나도 자동으로 속이 뒤집어졌다.
그래서 이제 나는 웬만하면 숙제 검사도 직접 잘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했는지 물어보거나 한 번씩 진도를 간단하게 물어보는 정도의 관심만 둔다. 그게 아이들을 위해서 또 내가 제명대로 살기 위해서 최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요즘 교권 문제로 사회가 떠들썩한데 사실 조금 놀랐다. 어떤 부모들이 자기 자식을 맡기고 간 크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그것도 부모가 없는 학교에서 아이들의 보호자 역할까지 하는 선생님께 그렇게 예의 없고 몰상식한 행동을??
학교를 안 보내고 내가 끼고 검정고시를 치르게 할 생각 없으면,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가지고 우선 믿고 맡기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 주변에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꽤 있고 또 두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며 이제까지 여러 선생님들을 겪어 보았다. 대다수의 선생님들은 아이의 교육과 학교 생활을 엄마인 나보다 훨씬 더 잘 지도해 주신다. 객관적으로 조언을 해주시고, 또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들이 학교라는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모든 선생님이 다 좋을 순 없고 좋은 선생님도 다 완벽할 수는 없겠지. 그런데 아이들은 학교에서 하루 깨어있는 시간의 반 가까이 되는 시간을 보낸다. 솔직히 그 시간에 학교에 안 가고 온종일 집에 아이가 있다면, 지금 선생님보다 잘할 자신 있을까? 당연히 아니요~고개가 절레절레 저절로 돌아간다.
나는 학원을 고를 때 무조건 '가까운 곳' 위주로 찾아본다. 아무리 크고 좋은 시스템을 가진 학원이라도 우리의 생활반경과 멀면 그만큼의 시간과 에너지가 들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나는 가뜩이나 바쁜 아이들이 놀거나 쉬기를 바란다.
또 크고 비싼 학원의 선생님께 배우든 작고 가까운 학원의 선생님께 배우든 우리 아이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들 그 분야를 전공하시고 직업으로 가르치실 정도가 되는 분들이니 우선 가까운 학원을 찾았다면 그 학원의 선생님 수업 스타일에 맞춰 가기를 기다려 본다.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거나 큰 불만 사항이 없으면 나도 세세한 것들은 따지지 않고 학원을 자주 바꾸거나 하지도 않는 편이다.
당연히 나에게는 학원 정보를 공유하는 엄마들이나 정보를 얻는 사이트나 모임도 없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헷갈릴 것 같은데 좋다는 곳을 찾아 여기저기 옮겨다는 것 보다 한 곳에서 한 선생님께 꾸준히 배우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꼬마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는데, 수업 시간 동안 집중해서 아이의 교육을 맡아주시는 선생님께는 당연히 많이 배워올 수 있겠지~ 하고 맡긴다.
지금까지 동네의 여러 학원을 보내 보았는데 그중 태권도는 6년째 다니고 있다. 중간에 원장님과의 갈등이 생겨서 끊을 뻔했지만 아이들이 옮기고 싶어 하지 않아 계속 다니게 되었고 얼마 전 둘 다 3품 자격증을 땄다. 말랑이는 6학년때까지 4품(4단, 지도자자격증)을 따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수영도 2년 꼬박 배웠다. 중간에 몇 번이나 하기 싫어서 할 때도 있었지만, 수영은 성장뿐 아니라 안전과 연관되니 끝까지 해보자고 온갖 회유와 설득을 해가면서 보냈다. 이제는 둘 다 자유형부터 평형, 배형, 접형, 오리발 끼고 잠수까지 물에서 자유자재로 놀 수 있다.
영어와 수학도 우리 동네의 작은 학원에 보내고 있는데 아이들도 나도 만족하면서 잘 다니고 있다. 별나라 다른 동네 아이들과 비교해 볼 필요도 없다. 지금 다니는 학교에서 수업시간에도 시험 볼 때도 잘하고 있다고 하니 그것으로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