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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아이 Mar 22. 2024

99% 모자란 엄마라서(에필로그)

하위 1% 엄마라서

엄마 노릇하기 참 힘든 세상이다.

예전보다 모든 것이 더 풍족해진 세상이니 더 쉬워져야 맞는 것 같은데 막상 엄마가 되어 살아보니, 또 주변의 여느 엄마들을 보아도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

하위 1% 엄마의 고군분투기를 공개하며 누군가에게 '여기 이렇게 희한하고 이상한 엄마도 잘 살고 있다'라고 위안이 되고 싶었는데, 이번 글을 연재하는 동안 도리어 내가 응원을 많이 받았다. 특히 아이를 기르는 현직 엄마들이나 선배 엄마들께 받은 공감과 칭찬은 큰 힘이 되었다.


내 코가 석자긴 하지만 굳이 한 가지 오지랖을 부려 본다면, 나보다 훨씬 멀쩡한 보통의 엄마들이 자기 아이의 미래 때문에 너무 조바심내고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 몇 년 고생하면 커서 수십 년을 편안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은 별로 근거 없는 말인 것 같다. 남부럽지 않게 성공하고도 알고 보면 하나도 안 부럽게 살고 있는 어른들을 수도 없이 보고 들었다.


아니 20년, 30년 뒤의 그 행복, 그 편안함, 도대체 누가 보증해 주냐고?

'나중에' 행복하려고 지금 행복하게 잘 뛰어노는 아이들을 하루종일 재미없는 곳(다들 어딘지 알지?)에 보내고 재미없는 것(다들 뭔지 알지?)을 시키지 말자.

아이들에게 1년은 어른의 10년과 맞먹는 가치를 가지고 있으니까.


때로는 뭐가 하위 1% 엄마냐고 전혀 아닌데?라는 말을 종종 듣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중간에 한 파트 차마 연재글로 올리지 못한 몇 개의 소제목을 가진 글들이 있다. 나의 만행을 만천하에 까발리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었지만 남편도 남부끄럽다고(우리 부부의 어둠의 시절) 주저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아직 어려서 이런 19금(어쩌면 29금 정도 될지도?) 리얼한 결혼생활 스토리는 조금 더 커서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 싶어서이다.

아마 이 부분을 본다면 누구나 '오 마이 갓.... 이 여자 하위 1% 맞긴 맞네!' 할 정도의 소름 돋게 쫄깃한 이야기인데 그 부분을 공개하지 못해서 조금 아쉽기도 하다.


마음그릇이 간장 종지만 한 내가 지금껏 '오롯이 정성을 다해 버틸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특별한 것은 없다. 그냥 내 아이들이 커가는 하루하루 일상의 모습 때문 아닐까 싶다. 꼬물이가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까불고 놀면서 까르르 터뜨리는 웃음소리 때문이었고, 말랑이가 햇빛 가득한 거실에서 오물오물 양볼 가득히 밥을 먹는 모습 때문이었다. 그 순간과 바꿀 수 있는 것이 없었다.

나의 터질 듯한 불안도 분노도, 두려움도 괴로움도 그것 앞에서는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었던 것이다.

내가 평균수명까지 산다는 가정 아래 반평생 가까이 살아보니 인생에서 가장 선명하고 빛나는 시기는 어린 시절이라는 것을 어렷풋이 느끼게 되었다. 어른이 될수록 세상의 슬픔과 어둠을 배워가야 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인생의 법칙이라면 어린 시절만큼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지켜주어야지.


누가 뭐래도 나는 당.당.한. 하위 1% 엄마이다.

남들보다 한~참 부족한 나의 능력을 알고 그만큼 더 노력했으니까. 나의 ‘모자람‘을 나의 ‘애정과 애씀’ 99%로 채우려고  했고, 그것을 아이들이 태어나고부터 한 순간도 포기하거나 외면한 적은 없다.

그래서 내 아이들에게 엄마로서 부족한 부분이 미안하기도 하지만 부끄럽지는 않다.


부디 내 아이들도, 내 아이들과 같은 시간에 살아갈 세상의 다른 아이들도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그리고… 우리 엄마들도!





P.S  다행히도 꼬물이와 말랑이는 씩씩하게 잘 크고 있습니다!

꼬물이는 이제 저보다 그림도 더 멋지게 그리고, 동물도 더 잘 돌봐줄 수 있어요. 세상을 향한 호기심으로 눈알이 반질거리는 똘똘한 중학생이 되었고요.

‘행복한 사람 되기’가 꿈이고 미술 관련 직업을 가지고 싶다고 하네요.

말랑이는 이제 저보다 더 빠르고 힘도 세지려고 하는 무한체력 초등 4학년이에요. 3년 연속 회장을 맡을 정도로 리더십도 있고, 뭐든 적극적으로 하는 에너자이져입니다. 꿈은 ‘유명한 축구선수’라네요.


천금 만금 같은 똥강아지들아, 고맙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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