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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뜻을 품되 작게 시험하라.

by 또 다른세상

사람을 얻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 현대지성

5부 지혜는 내면의 절제에서 나온다.

내면

163. 큰 뜻을 품되 작게 시험하라.


내용 일부를 널리 퍼뜨리라. 지혜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의 뜻을 살핌으로써 어디에 발을 디뎌야 할지를 파악한다. 이것은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팔고 지배할 때 필요한 최고의 예방책이다.

며칠 동안 전자책 쓰기 수업이 끝난 후 연습을 해본다. 제목은 '삼중음성유방암 생존기'이다. 독자에게 무엇을 전달할지 고민해 보았다. 암 진단을 받고 '삼중음성유방암'이라는 이름의 유방암이 있는지 처음 알게 되었다.


예후가 좋지 않다는 말을 계속 들었다. 유방암에 걸린 누군가는 자신은 제발 '삼중음성유방암'이 아니면 된다고 한다.


치료 항암제도 다양하지 않고, 의료보험 처리가 까다로워 나의 경우엔 제약회사 지원금이 전부였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생각하지 못했던 상황들이 발생하고, 미리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당황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 관계적, 치료적인 문제로 힘들어할 때조차 스스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어떤 사람의 어떤 아픔이 더 힘들 것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힘든 상황이 찾아왔을 때 우리는 두려움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자신의 무너짐을 만날 수 있다.

부작용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처지에 있는 비슷한 독자들에게, 독자 가족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고 싶었다. 뛰어난 의학적 정보를 가지고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일상을 생활하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몸을 챙기며, 주변과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글이다.


전자책을 한 권 출간하고, 자주 도전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 후항암을 하면서 또다시 부작용이 시작되었다. 머리카락이 조금 자라서 '보기 좋다'고 몇 명에게 들었는데, 탈모는 아픈 건 전혀 아니다.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로 미식거리고, 토할 것 같은 증세가 나타난다. 호중구 수치를 늘리려면 무엇이든 먹어야 한다는 강박이 시작된다. 움직이는 것도 어렵고, 면역력이 약해 몸살도 찾아온다.


내 몸은 빠르게, 민감하게 반응한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느끼고, 생각하고, 긍정하고, 읽고, 글을 쓰는 일이다. 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전자책을 출간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표지를 만들고, 제목을 고민하고, 목차를 구성하고, 한 번 더 읽어보고 등록을 해보았다.


그 뿌듯함이 오늘 하루 종일 내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다. 행복하다. 판매를 떠나 무언가 도전하고 있다는 것에 칭찬할 하루다.


일상의 작은 부분이지만, 이렇게 살았고, 느꼈고, 버텼다는 나의 이야기에 큰 박수를 스스로 보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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