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나오
글감이 떠오를 때 나는 먼저 그 순간의 감정을 짧게 붙잡아 둔다.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희미해지기 때문에, 지금 느끼는 마음의 온도를 잃지 않기 위해서다. ‘왜 이런 감정이 생겼을까’, ‘이 감정은 어떤 글이 될 수 있을까’, ‘내가 표현하려는 감정이 정말 이 느낌이 맞을까’ 같은 질문도 함께 적어 둔다. 아직 어떤 표현이 독자에게 더 깊게 다가갈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싶다는 마음만은 분명하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찾아온 감정은 소중한 글감이 되고, 그 순간의 마음을 최대한 변형 없이 기록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남겨 둔 작은 메모들이 나중에는 한 편의 글이 되는 씨앗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