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승 May 06. 2023

무엇이 문제입니까

1

나는 18살 무렵부터 연초를 피웠다. 그리고 끊었다. 카잔차키스의 고전 <그리스 인 조르바>에는 주인공 조르바가 자신의 아버지를 묘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의 아버지는 소문난 골초였는데, 어느 날 담배라는 욕망에 휘둘리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는 즉시 담뱃갑을 꺼내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그 후, 그는 죽을 때까지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고 전한다.


돈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돈을 번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관념 속에 놓여진 현대인들은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럼에도 현대인은 자유를 갈망한다. 경제적 자유, 신체적 자유, 시간적 자유. 역설적이게도 자유를 갈망할수록 자유에 의해 억압된다. 마치 자유를 꿈꾸며 날아올랐다 이내 추락하고 마는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그러나 자유는 해방으로부터 온다. 이를 위해선, 자유를 갈망하는 자신으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그곳엔 두려울 것도, 바랄 것도 없다. 동시에 욕망과 자유가 평등하다.




2

담배가게의 성자, 마하라지는 깨달은 후에도 담배를 피웠다. 후두암에 걸렸다. 그리곤 죽었다. 사람들은 어째서 깨달은 후에도 계속 담배를 피우는 것이냐고 물었다. 마하라지가 답했다. 무엇이 문제입니까?


진정한 자유란 번뇌로부터,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다. 관념 속의 인간은 관념을 벗어나 살 수 없다. 오히려 그것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에 가깝다. 욕망과 자유가 다르지 않음을 눈치채는 일이다. 자유는 삶의 태도다. 체득되는 것이다. 자유를 갈망하는 '나'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자유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처음부터 곁에 있었다. 한번 울타리를 없애고 나면, 그 넓은 들판이 모두 길이 된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또한, 이러한 삶의 태도가 무언가를 갈망하고 욕망하는 삶보다 나은 삶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내가 연초를 끊은 이유는 연초가 해로웠기 때문이 아니다. 돈이 아까워서도 아니었다. 시답잖은 이유, 귀찮아서였다. 집 밖으로 나가지 않는 나에겐, 담배를 사러 가는 일도, 그것을 피우기 위해 집 밖을 나서는 일도 제법 귀찮은 것이었다. 무엇보다 요즘엔 금연구역이 너무 많다. 그저 '귀찮다'라는 욕망에 솔직했다. 연초를 끊었다. 끊은 이후 단 한 번도 입에 대지 않았다.


<희랍인 조르바>, 마이클 카코야니스, 1964.
"결국 당신은 내가 인간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겁니다"
"인간이라니, 무슨 뜻이죠?"
"자유라는 거지"

<그리스인 조르바> 中, 니코스 카잔차키스, 1946.





작가의 이전글 이유 모를 상실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