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달개비꽃 Jul 01. 2023

정글 속의 젖병

정글 속의 젖병

                               정글 속의 젖병

                                                           서숙자     

 때 이른 더위가 엄습한 유월 아침. 신문을 펼치는 순간 감동의 사진 하나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두 명의 군인이 분유를 탄 젖병을 들고 있고, 풀숲에 누운 아기는 젖병을 달라는 듯이 군인들을 향해 깡마른 두 팔을 뻗고 있는 장면이다. 고사리 손이어야 할 아기의 마른 손가락을 보니 울컥해진다. 아기를 살피는 수색대원들의 표정과 시선엔 생명에 대한 존엄과 경이(驚異)가 역력히 묻어 나온다. 

 아마존 밀림에 콜롬비아 어머니와 4남매가 탄 경비행기가 추락한다. 어머니는 숨지고 아이들만 밀림에 추락한 지 40일 만에 발견된 것이다. 맏이는 13살, 9살, 5살 동생, 막내는 갓 돌을 넘긴 애기 크리스틴, 가능한 일일까. 

 아마존이 어떤 곳인가. 가시거리가 20m에 불과하고 재규어와 독사를 포함 80여 종 뱀이 우글거린다는 곳, 온갖 벌레들이 서식하는 음침한 정글! 그 정글 속에서 한 살배기 아기가 4일도 아닌 40일간이나 생존했다니 기적이다. 

 엄마는 부상을 당해 치료하는 중 생사를 모르는 아이들에게 유언을 남긴다. ‘살아 있어라’고. 맏이 레슬리는 사고 직후 비행기에서 엄마가 챙겨둔 비상식량을 찾아내고 그게 다 떨어지자 정글에 있는 씨앗이나 열매를 찾아 동생들과 나눠먹으며 목숨을 지킨다. 그리고 전사(戰士)처럼 나뭇가지로 거처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정글 생활을 이어나간다. 누워서 꼼지락거리는 한 살짜리 동생을 돌보면서. 얼마나 장엄한 생명과의 전투인가.

 생명은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다. 그러기에 성서엔 ‘생명’이란 단어가 끝없이 기록돼 있다. 생명의 빛, 생명의 샘, 생명의 길, 생명의 근원, 생명의 법,  생명의 은혜, 생명의 면류관, 생명의 날, 생명의 부활……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라는 이 구절은 생명의 진수가 아닐 수 없다. 

 요즘 우리나라에 자살자가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다. 특히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우세라니 걱정스런 일이다. 어떻게 이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할지 힘을 모았으면 싶다. 최근 들어 생명을 경시하는 사건들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인간은 참 나약한 존재이기도 하다. 강한 것 같지만 쉽게 무너진다. 경쟁사회에서 살다 보면 나 자신만 뒤처진 것 같고 잘 나가는 사람들을 따라잡기엔 능력부족인 것 같아 좌절하고 낙심하기 일쑤다. 자존감이 무너져 자기비하와 열등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한 사람 한 사람 너무나 아깝고 귀중하고 소중하고 대단한 존재인데도 말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좌절에서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인생길을 걷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심연에 빠질 때가 있다. 왜 없겠는가. 나는 가장 가까운 존재들을 잃고 심한 절망에 사로잡혀 있다. 솔직히 말하면 삶의 의욕을 상실한 것이다. 밥을 챙겨먹기 싫다. 놀라운 것은 나는 절대로 이런 생각을 가질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다짐하며 살아온 것이다. 가족의 걱정과 주위 분들의 격려로 힘을 내고 있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 아마존의 사진 한 장은 나에게 희망의 아이콘이 됐다. 크리스틴은 손을 들 힘조차 없었을 텐데 열 손가락을 쫙 편 채 앙상한 두 팔을 번쩍 올렸다. 생존의 본능으로 젖병을 움켜쥐기 위해. 우유를 먹기 위해. 아, 생명의 존귀함이여! 경이로움이여! 명화(名畫)중 명화가 아닐 수 없다. 

 아마존의 기적을 낳은 생명의 투사 레슬리와 크리스틴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나에게 한줄기 희망을 안겨줌에 감사를 전한다. 신이 부를 때까지 잘 살아 있으라.       



작가의 이전글 일상의 기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