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할 수밖에 없는 우리, 마음부터 재정비하자. '린'하게.
많은 공예가들이 창업을 결심하면 작업실부터 만들고, 재료를 사고,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느라 무거운 짐을 지고 시작합니다. 하지만 창업은 반드시 그렇게 복잡하고 부담스러울 필요는 없습니다.
린스타트업(Lean Start-up)이라는 방식을 통해 최소 비용으로 빠르게 사업성을 검증하고, 고객을 확보하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린(Lean)"의 사전적 정의는 '군살 없는, 탄탄한'입니다.
린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군더더기 없이 효율적으로 창업을 시작하는 방식을 뜻합니다.
최소한의 자원과 시간을 투자해 사업 가능성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확장해 나갑니다.
책임질 것이 많아지면 부담도 커집니다.
오래가려면 즐겁고, 가벼워야 하죠.
미국의 배달 서비스 '도어대시(Door Dash)'를 예로 들어볼까요? 도어대시는 우리나라의 배달의민족 같은 서비스입니다. 스타트업계에서 린스타트업의 표본으로 꼽힙니다.
문제 발견: 창업자인 스탠리 탕은 음식점 사장과 대화를 나누며 배달 관련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메뉴를 배달하려 했지만 고객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이 잦았습니다.
문제 검증: 다른 음식점 200곳을 조사한 결과,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솔루션 개발: 학교 근처 음식점 메뉴를 간단히 정리한 한 페이지짜리 웹사이트를 제작했습니다.
솔루션 검증: 웹사이트를 공개하자마자 첫 고객이 연락을 해 팟타이를 배달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사업화 가능성 확인: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며 배달 서비스가 확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검증했습니다.
창업 및 확장: 이후 정식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빠르게 성장하며 성공적인 스타트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최소한의 자원을 투입해 정석대로 성장해 나가는 이상적인 이야기죠?
이 사례를 보면 '린'하게 사업하라는 게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어렴풋이 이해가 됩니다.
그럼, 이미 내 작업이 나와있는 작가들이 이걸 어떻게 활용하죠?
제가 처음 경영대학원에 진학해 '린 스타트업'이라는 개념을 배웠을 때, 머릿속에서 종소리가 울리는 듯했습니다. 돈 없는 고등학생, 대학생의 공방이라 체계 없이 우당탕탕 부딪혀가며 사업해 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린 스타트업 방식'이라는, 실리콘밸리에서 핫한 사업방식이라고 하니 반가워서요.
예술가들 중 사업화를 고민할 정도라면 이미 어느 정도 자신만의 무드라든지 기법이 정해져 있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술이란 것이 뭐든 만들 수 있기에 재미있는 것 아니겠어요? 사업화를 위한 작업은 따로 해보면 됩니다. 뭐든, 우리가 계속 작업할 수 있게만 해준다면, 해야죠.
다음은 제가 고민해 본 공예계 맞춤 린스타트업 방식입니다. 특별할 것 없죠.
공예 비즈니스에서 린스타트업 적용하기
공예 비즈니스에서도 린스타트업 방식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예는 문제 해결보다도 고객의 취향과 트렌드에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아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시장 조사: 고객들이 어떤 스타일의 작품을 선호하고, 어떤 트렌드가 유행인지 조사하세요. 기존 공예품 구매자들이 겪는 불편함도 함께 살펴보면 좋습니다. 오프라인의 경우 갤러리나 편집숍, 온라인의 경우도 편집 쇼핑몰(29cm 등)이나 버티컬 플랫폼(오늘의 집 등)이나 핸드메이드 전문 쇼핑몰 (Etsy, 아이디어스 등) 같은 곳을 봅니다.
아이템 테스트: 간단한 샘플이나 프로토타입을 제작해 고객 반응을 확인합니다. 전시회, 마켓,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고객 피드백을 받아보세요. 내 작품을 사줄 만한 사람들에게 빠르게, 자주 노출시키는 것이 '린 스타트업'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고객의 취향에 점점 더 가까워질 수 있을 테니까요.
최소 자원으로 시작: 초기에는 소량 제작과 작은 규모의 판매를 통해 시장 반응을 테스트합니다. 대규모 투자 대신 고객의 실질적인 반응에 집중하세요. 그래서 대로변 상가에 있는 좋은 작업실을 처음부터 갖출 필요가 없습니다. 내가 만들고, 폰으로 찍어서, 온라인에만 노출시켜 보아도 충분하니까요. 내 작품은 오프라인에서 진가를 발휘한다고 생각한다면, 입점제안이나 갤러리 관계자를 찾아가 보면 어떨까요?
문제와 솔루션 반복 검증: 고객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선하고, 다시 시장에 내놓으며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사업의 성장: 유의미한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DIY Kit를 기획하거나 클래스를 만들어보세요. 요즘은 좋은 공유공간이 많습니다. 환경이 좋은 곳에서 워크숍을 진행해 보고, 확신이 들 때 작업실을 열어도 늦지 않습니다.
린스타트업 방식은 단순히 빠르고 가볍게 창업하는 것을 넘어, 실패 비용을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있습니다. 공예가도 자신의 철학과 작품을 고객에게 적합한 형태로 전달하기 위해 린스타트업의 접근 방식을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한 번에 완벽해지려고 하기보다, 점진적으로 성장하는 린스타트업 방식으로 창업의 첫걸음을 시작해 보세요.